[4]
선한 행동도 자초하면, 禍가 될 수 있느니
사람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자신의 이익과 매우 관계가 되어 있다.
즉, 이익이 없는 일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정의, 도덕윤리, 사랑 등의 좋은 말 뒤에는 자신의 이익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이익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의 행태이다.
그러나 눈을 잠시 돌려보면 이익보다 정의나 선善을 위해 노력하면서 살다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늘 향기가 난다.
명심보감 교우 편에는 공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子曰 與善人居면 如入芝蘭之室하여 久而不聞其香이나 卽與之化矣요 與不善人居에 如入鮑魚之肆하야 久而不聞其臭하되 亦與之化矣니 丹之所藏者는 赤하고 漆之所藏者는 黑이라 是以로 君子는 必慎其所與處者焉이니라)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착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향기 있는 지초와 난초가 핀 방안에 있는 것과 같다. 오래 있으면 향기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은 그 향기에 동화된 탓이다. 착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은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오래되면 냄새를 맡지 못하는 데 그 냄새에 동화된 까닭이다. 또 붉은 단사를 지니면 붉게 물들고 검은 옻을 지니면 검어지게 되니 군자는 함께 할 사람을 분별해야 한다. -
공자의 말씀에 비추어보아도, 자신의 이익을 쫓기는 쉬워도 선하고 착하게 살기는 어렵다.
나는 꽃들을 좋아한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마는 .....
나는 특히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가냘픈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모습은 애처롭기 보다는 싱그럽고 든든해 보인다. 그런 코스모스가 절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일부러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보일려고 그렇게 피어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생긴대로 자라고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그리고 씨앗을 번식하기 위해 시앗으로 남았다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그렇게 콧모스의 조화로운 일생이 시작되고 반복되는 것이다. 어느 식물이 다 그렇지 않을까 마는 코스모스를 보면 더욱 그런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람의 아름다움도 코스모스처럼 저리 피어나듯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일부러 예뻐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해야 되기에 모양을 갖추고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일 것이다.
그런 모습들을 지어본 시가 코스모스들이다. 일부러 꾸미면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자들에게는 필시 허약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 화를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우주와의 조화, 코스코스 코스모스 ......
코스모스
집 가에 몇 그루 과일나무 묘목 심듯
코스모스 모종을 하였다
나도 몰래
가을 초입,
하양 꽃잎을 피웠다
내게 보내는
함빡 웃음
웃음 …
저물녘
가벼운 바람 불어
이리저리 흔들리니
한결 싱그러워진 모습이다
문밖에 얼른 의자를 놓고
앉아서 오래도록
너희를 보며
행복한 저녁을 보낸다
( 2024. 9. 5 )
코스모스
황토 길
외진 길에
하얀 코스모스 …
한 잎, 한 잎,
한 잎의 …
맑음
코스모스
외진 길옆
다소곳이
피어있는 코스모스
누구를
기다리나
누구를
기다리나
말할 듯
머금은
작은 미소만 ….
( 「태백문예」 제3호. 1979. 12. 1. ) (「어린이문예」. 1989. 7월호 )
( 남진원 동시집「선생님의 구멍난 양말」1992. 5. 6. )
(2023년 6월 26일 수정 보완)
[동시조]
코스모스
ㅇ 어느새 풀 틈에서 고개 든 코스모스
길 가던 이, 눈길마다 꽃잎 위에 머물렀다
하양 색 쏟아내는 웃음 내 마음을 흔든다.
코스모스
어느새 풀 틈에 핀 순백의 코스모스
길가던 내 눈길이 꽃잎 위에 머물렀다
해맑은 하양 웃음아 내 마음을 흔드나
코스모스
사람 불러 모으려고 밭마다 심은 꽃들
코스모스 만발하여 만평 뜰이 장관이다
허지만 소박한 美를 찾아볼 수 있던가.
(2019. 9. 14.)
코스모스
강둑에 코스모스 피었어요.
둘러선 친한 친구들은
우주에서 온 아이들이죠.
흰 건반을 두드려요.
붉은 건반을 두드려요.
모두 신나서 …
잠자던 도시가 깨어나
꽃잎에 둘러싸여
춤추어요.
클라리넷을 부는 아이가
자꾸 별을 뿌려요.
도시의 큰 길로 골목길로
별빛이 따라다녀요.
우주의 웃음이 떠다녀요.
코 스 모 스
초저녁
휘파람을 불며
냇둑에 앉으면
가슴에
홍건히 차오르는
외로움
꽃잎은 하나하나
그리운 얼굴이 되어
스며들고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코스모스
거기,
온통 내 마음처럼
외로운 것이
쓸쓸하게 날리고 있다.
( 1980. 11. 3. 어린이강원 )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코스모스
가을엔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날
조용히
방죽을 걷는다
마음에
들어서는
가벼운 외로움
외로움 속에
떠오르는 얼굴
코스모스 꽃잎 같은 해맑은 모습이어라,
(2024. 3. 29)
코 스 모 스
가을로
피어
여기
코스모스
가을로
피어
쓸쓸함
맑음
몇 잎
꽃잎에 담고
저
혼자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흔들리고
있다.
(1979. 8. 20. 물레방아 제2호)
코 스 모 스
걸아가다
뒤돌아보고
걸어가다
뒤돌아보고
그래도
무엇인지
잃어버린 듯한
늦가을
아쉬움인 듯
아쉬움인 듯
코스모스가
지고 있다.
(1979. 8. 20. 물레방아 제2호)
첫 시집 (동시집), 『싸리울』, 1982. 12. 10. 아동믄에사)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시작 노트]
- 아쉬움에서 나온 서정의 색깔
밭에 있는 풀이나 주위를 깨끗이 정돈하고 나면 집안이 갑자기 훤해진다. 마음도 환해서 즐겁다. 돌아서 오다가도 다시 정리한 곳을 찾아가 본다. 깨끗해진 즐거움 때문이다. 반복하여 보고 싶은 마음은 이렇게 즐거움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 때문일 수도 있다. 맑은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아름다운 들길을 걸을 때의 감정은 아름답다 못해 행복하다. 그런데 그 코스모스가 바람에 떨어질 때의 모습은 너무 애처러워서 자구 돌아보게 된다. 코스모스 잎이 떨어지는 가을 들녘, 그곳에서 온통 쓸쓸함으로 가득찬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코스모스
은은한 그리움으로
티 없이 맑게 피었다
가을 바람에
호젓이 지고 있다
네가 운다면
는믈은 얼마나 맑으랴
네가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 1984. 10. 1. 강원아동문학 9집 )
( 1988. 8. 30. 제4시집<동시집>, 『풀잎과 코스모스에게 』)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 2016. 4. 13. 남진원 제15시집. [무소유의 냄새]. 태원 )
코 스 모 스
인적 드문
외딴 길
가을이
쌓인
길목에
하늘하늘
손 흔드는
코스모스
아는 이
모르는 이
모두 반긴다.
(1982. 11. 20. 조약돌 10집 )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코 스 모 스
바람이 조금만
스쳐도
아파서
흔들리며
산다
(1989. 4. 15. 제5시집,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코스모스
너무
맑아서
눈을
감으면
비워놓은 자리
들어앉는
하얀
가을 색
너
코스모스
( 1989년 7월호. 『어린이문예』)
( 1992. 5. 6. 제7시집,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20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눈을 감으면’으로 제목.)
코스모스
네 안에
가득 고인
사랑의 밀물
말할 듯
머금은
작은 미소만
…….
( 1989년 7월호. 『어린이문예』)
( 1992. 5. 6.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
코스모스
가을 하늘이 맑은 건
너 때문이야
네 곁에 서면
자랑거리도 쑥스러워지고
누구도 미워할 수 없어
쓸쓸해지면
친구들은 하나 둘 떠나지만
쓸쓸할수록
넌 조용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걸
난 알지
밤에는
작은 별들이
너를 닮고 싶어
눈빛 한 개씩 꺼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 1992. 5. 6. 제7시집 .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
( 1992. 1. 14. 소년한국일보 )
코스모스
자랄 때 한가운데를
싹둑 싹둑 잘라주었다.
한동안
가지를 내느라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웃음과 탄성이 뒤덮인
코스모스 꽃 밀림
사람도 가을도 만발했다.
( 2015. 9. 17. 제14시집 『 산골에서 보내온 동시』, 좋은 꿈 ),
코스모스
코스모스 곱게 피어 유난히 맑은 가을날
그대와 꽃 보자고 휴대폰을 손에 든다
전화 걸 생각만 해도 들뜨는 이 마음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코스모스
풀 틈에 몰래 피는 순백의 코스모스
놀라서, 내 눈길이 꽃잎 위에 머물렀다
해맑은 하얀 웃음아 뉘 마음을 흔드나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코스모스
서리 맞아 더 청청한 화사한 코스모스
더불어 피어 있으니 가족 같은 정겨움
외따로 피어 있으면 孤節함의 白眉라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코스모스
숨죽인 듯 서 있다가 활짝 핀 코스모스
해마다 보는 꽃이지만 볼수록 정겨운데
한차례 풀벌레 우니 산들바람 곁에 오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코스모스
은은한 그리움에 티없이 피었구나
혹여 울면 네 눈물은 얼마나 맑으랴
네 앞에 서 있으려니 부끄럼만 더 한다
( 제16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태원, 2021. 11. 22 )
- 시조작품집 좋은 작품상 수상 (시조문학사) -
가을 길목에서 바라본 코스모스
살면서
눈물 없는 인생이 있었더냐
배고픔 배신 번뇌 탐욕 부끄러움 사랑과 증오에 매달려 온 길이
아니더냐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백발을 날리는 석양 앞이네
삶은 꿈인냥 허망했지만
아니, 한갓 꿈이었지만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있었더냐
고개 돌리니
고와라
서리 맞아 싱그러운 코스모스들
바람에 나부끼고
그래 그래
슬픔 없는 인생이 있었더냐
고통도 고뇌도
사랑이구나
코스모스, 네 맑은 웃음이
깨우쳐주는구나.
(2021. 6. 10. 새벽 2시에)
밭 가운데 코스모스들
밭 가운데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어요
“ 이 녀석들 너희는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와, 우릴 차별 하네.”
코스모스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어요.
“너희들은 큰 일 할 일꾼들이야.”
나는 코스모스를 꽃삽으로 잘 떠서 들어오는 입구에 줄지어 심었습니다.
늦여름이 되었습니다.
코스모스들이 집 입구에 서서
마구 웃음을 보냅니다.
나보다 먼저 손님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홍보대사가 되었지 뭐예요.
코스모스 핀 길
맑게 갠 가을 하늘 코스모스 핀 길
휘파람 불며 불며 걸어 가며는
누가 날 부르는가 소리가 들려
고개 돌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아무도 없고
하아얀 코스모스가 웃고 있어요
드높은 가을 하늘 코스모스 핀 길
콧노래 하며 하며 걸어 가며는
누가 날 부르는 가 소리가 들려
고개 돌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아무도 없고
해맑은 코스모스가 손짓 하여요
(2021. 5. 16. 강원문인협회 카페 동요방에 게시)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태원, 2023. 5 )
어린 코스모스
풀을 매었다.
가늘고 어린 코스모스가 커다란 풀 옆에 바짝 기대어 간신히 숨만 쉴 정도로 자라고 있었다. 풀을 걷어내니 코스모스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명을 질렀다. “안 돼요, 풀 없으면 난 못 살아요. 흑흑흑 …” 나는 강력하게 말했다. “ 넌 그 풀 때문에 그 모양으로 살았어. 네 모습을 봐, 풀은 건강하고 튼튼한데 넌 풀에 기대어 항상 허약한 몸으로 겨우 생명을 지탱하고 있지 않니? 이제 내가 풀을 없애면 넌 처음엔 힘이 들지만 차츰 좋아질 거란다. 그때 가서 알게 될 거야. 풀이 얼마나 너를 힘들게 했는지를.”
풀이 뽑혀나가자, 어린 코스모스는 겁먹은 얼굴을 하였지만 이내 주위가 환해진 것을 알고 편안한 모습을 했다.
나는 믿었다. 앞으로 어린 코스모스는 스스로 희망을 품고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며 살리라는 것을.
( 2020. 8. 서울문학 )
코스모스
동쪽 밭 둔덕에 잡초를 걷어내고
코스모스 모종을 심었다
물을 푹 주고 난
다음 날 아침
구부러졌던 고개를 든
모습들,
늠름하게 지켜 선 나의 벗들
질서와 조화의 위대한 세계가
곧,
꽃으로 활짝 펼쳐지겠구나.
그러면 아침 해 뜨기 전
내 먼저
동쪽을 바라보며
너희들과 평화의 美를
나누어야겠다.
( 2024. 5.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