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내 인생
장 르뇨 지음|에밀 브라보 그림|이충호 옮김
120쪽|11,000원|2012년 10월 24일 출간
판형 188*255mm
ISBN 978-89-6177-059-0 (77860)
천진난만한 꼬마 장의
사랑스럽고 가슴 뭉클한 성장기
• 2008년 프랑스 몽트뢰유 탕탕상 수상
• 2008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에상시엘 수상
• 2010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
유럽에서 먼저 주목한 성장 만화!
『수상한 내 인생』은 197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엄마에 대한 의문을 숨긴 채 세상과 직면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엉뚱한 꼬마 장의 모습을 섬세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만화이다. 작가 장 르뇨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써 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마치 어린 시절의 일기를 펼쳐 보는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또한 장 르뇨의 글과 어우러진 에밀 브라보의 정겨운 그림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럽 만화가 최근에는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예술 만화를 중심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프랑스 만화이지만 철학적 주제 대신 보편적 소재인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재미있는 유년기 에피소드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의 서먹한 풍경이나 부모님 몰래 텔레비전을 보고, 한밤중 베개 싸움을 하다가 누가 오면 재빨리 자는 척을 하는 등 어린아이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며 과거의 우리와도 닮아 있다. 그래서 장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2008년 독자들이 직접 선정하는 청소년 문학상인 프랑스 몽트뢰유 탕탕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세계 최고의 만화 축제로 꼽히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에상시엘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에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을 만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작품이다. 현재 영어, 독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는 이 작품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꼬마 장의 마음 속 빈자리…… 엄마
이 책의 원제 『Ma maman』은 ‘우리 엄마’라는 뜻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가장 크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장은 엄마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장은 여행 중이라는 엄마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빠 앞에서 엄마 얘기를 꺼내선 안 된다는 게 집안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그리고 장의 곁에는 엄마를 대신해 자신과 동생을 돌봐 주는 이베트 누나가 있고 항상 바쁘지만 마음속으로 장을 사랑해 주는 아빠와 동생 폴이 있다. 그렇기에 장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오랫동안 잠겨 있지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칭얼거리거나 울지 않는다.
그런 장이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바로 이웃집 말괄량이 소녀 미셸에게서 산타 할아버지도, 엄마도 이 세상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산타 할아버지가 세상에 없다니! 지금까지 읽어 주었던 엄마의 엽서가 모두 거짓이었다니! 우리 엄마가 죽었다고?’ 그러나 더 이상 엄마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달은 장은 산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많은 이들이 어릴 적 크리스마스 때마다 선물을 주었던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전함과 슬픔을 기억할 것이다. 이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지만 어른이 된 후 잊고 있었던,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변 세계가 보다 넓어지고 믿었던 것들이 깨어지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보여 주고 있다.
장의 인생에 물음표를 만드는 수상한 이웃들
이 작품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장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장이 주위 어른들과 이웃, 친구들을 만나며 보고 들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알랭,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지만 운전을 아주 잘하는 알랭 아빠, 이주민 가정의 아이로 말이 어눌해 자주 놀림을 받는 장 미셸 통은 엄마가 없는 장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러한 점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편, 장은 벽난로 위에 걸린 엄마 사진을 보며 옥신각신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비롯해 장 형제를 만나면 눈물을 글썽거리고 볼에 뽀뽀를 하는 할머니들, 엄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심리학자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엄마가 세계 여행 중이라고 믿고 싶은 장은 이웃 친구 미셸이 읽어 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페인에서 수영을 즐기고, 미국에서 인디언을 만나 로데오를 구경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장에게 어른들의 행동은 그저 수상하게만 보일 뿐이다.
장과 대비되는 인물은 바로 미셸이다. 괴짜 부모님 밑에서 세상을 좀 더 빨리 알아 버린 미셸은 장보다 두 살 많은 친구지만 장을 꼬맹이라고 놀리며 장이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알고는 꾸며 낸 엽서를 읽어 주며 장난을 친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순진한 장을 비웃으며 그동안 어느 누구도 분명히 알려 주지 않았던 진실을(산타 할아버지는 없고 장의 엄마가 죽었다는 것) 말해 장을 충격에 빠뜨린다.
따뜻한 색감과 익살스럽고 섬세한 그림이 만들어 낸 감동
이 작품은 화사한 색 대신 차분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가득하다. 또한 에피소드마다 노랑, 파랑, 초록 계열의 다른 색을 사용해 이야기 하나하나의 분위기를 살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의 꼬마 장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고 의문이 생길 때마다 눈썹을 잔뜩 찌푸린다. 이마에 주름이 가득 잡힌 아빠는 무뚝뚝하고 엄해 보이며,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빼빼 마른 미셸은 한눈에 봐도 짓궂은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밖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심리학자의 모습은 수상하기 이를 데 없고, 나이 많은 오사르 부부와 집 안의 분위기는 “모든 색이 바래서 금세 지워질 것 같았다.”라는 장의 표현 그대로다.
이야기는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크리스마스 이튿날까지 세 달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처음 ‘부모님의 직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며 진땀을 빼던 장의 모습과 크리스마스 이후 ‘단지 이름만’ 물어보는 새로운 선생님을 보며 웃고 있는 장의 모습이 대조적인데, 우리는 표정에 담긴 여유 있는 미소를 통해 장의 마음이 한 뼘 더 자랐음을 알게 된다.
‣ 줄거리
장은 초등학교에 처음 간 날, 선생님이 부모님의 직업을 묻는 바람에 난처해 한다. 엄마가 세계 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장은 아빠와 가정부 이베트, 동생 폴과 함께 살고 있다. 옆집에는 수십 마리의 개를 키우는 괴짜 가족이 살고 있다. 그 집 딸인 미셸은 장보다 두 살 많은 누나지만 유일한 이웃 친구로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미셸이 장의 엄마로부터 받았다는 우편엽서를 읽어 주고, 장은 이 비밀을 소중히 간직한다. 여름 방학이 끝난 뒤 학교에 나타난 심리학자는 장을 불러 검은 얼룩 그림이 무엇처럼 보이는지, 방학을 어떻게 보냈고 엄마 생각을 자주 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장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리스마스 날, 산타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다며 자랑하는 장에게 미셸은 홧김에 산타 할아버지는 없으며 지금까지 읽어 준 엽서는 모두 자신이 지어낸 것이고 장의 엄마는 죽었다고 말해 버린다. 장은 그 말에 충격을 받지만 그날 밤, 산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살아 있다고 믿을 나이가 지났다고 생각하며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 주요 인물
◀• 장 • 엄마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한 여덟 살 꼬마.
아빠 • 통조림 공장 사장.
근심거리가 많아 항상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
◀• 이베트 누나 • 장 형제를 돌봐주는 가정부.
상냥하고 요리 솜씨가 좋다.
장과 폴은 그녀가 만든 아이스 쇼콜라오레를 엄청 좋아한다.
미셸 • 장의 이웃 친구로 부모님이 개를 많이 키운다.
장을 꼬맹이라고 놀리며 짓궂은 장난을 친다. •▶
◀• 폴 • 장의 동생.
장과 매일 치고받으며 싸우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고 또 싸운다.
알랭 • 처음 학교에 가던 날,
혼자인 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둘도 없는 짝꿍.•▶
‣ 차례
제1장 무뚝뚝한 무아노 선생님
제2장 근심 많은 아빠
제3장 이웃집 소녀 미셸
제4장 내 짝꿍 알랭
제5장 쇼콜라 이베트 누나
제6장 코미디 배우 루이 드 퓌네스
제7장 시몬 할머니와 피에로 할아버지
제8장 베트남에서 온 장 미셸 통
제9장 무서운 심리학자
제10장 우리 엄마
제11장 우울한 오사르 부부
제12장 에디트 할머니
제13장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제14장 마침내 밝혀진 비밀
뒷이야기
‣ 글쓴이‧그린이‧옮긴이 소개
글쓴이 장 르뇨Jean Renaud
1964년 프랑스 베르주라크에서 태어나 1988년에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파리로 갔다. 나무 심는 일, 카트 운반하는 일, 뉴 웨이브 가수, 타일공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쳐 마침내 사보 기자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 라디오 시나리오, 만화 영화 시나리오, 만화 대본 작가로도 일한다. 에밀 브라보와 함께한 작품으로는 『알렉시 스트로고노프』가 있다.
그린이 에밀 브라보Émile Bravo
196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작가 장 르뇨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만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작품 중 『쥘의 놀라운 모험』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고, 『황금 허리띠와 일곱 마리 난쟁이 곰』은 어린이를 위한 만화와 그림책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옮긴이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는가』로 제20회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지도로 보는 세계』『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사라진 스푼』『진화심리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