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아플 수 없었던 파도꽃 여인
그 바닷길에서
내가 울면
실팍한 등에 어린 나를 업고 바닷길을 걸었던
양 갈래머리의 큰 언니
모래 위에 앉아 먼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콧물 닦아주며 나를 달래던
방파제를 닮은 큰 살림꾼
치솟은 파도 위에서 시퍼렇게 멍든 마음
포말 되어 부서져도
맏이라서,
아파도 아플 수 없었던
거스를 수 없어 눈물은 가슴에 숨기고
바른 물길을 열어 보이며
거울을 이고 산 여자가
흐뭇한 어머니의 미소를 데려와
구수한 생선구이 밥상을 차리는
하얗고 짧은 파마머리의 파도 꽃 여인
굵어진 내 손을 만지고 있는
휘어지고 가냘픈 큰 언니의 등에는
오래된 가구처럼 아직도 내가 업혀 있다
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 큰언니는 나에게 버팀목처럼
든든하고 따뜻하다.
떠밀 리 듯 살림살이를 도맡아야 했던 장녀에게
삶은 버거웠지만 참고 살아내야 했던 시절이 있다.
산으로 들로 일하러 간 어머니를 대신해서 어린 동생은
학교에 업고 가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밥까지 챙긴다
마냥 응석받이인 코흘리개 막내의 기억 속에 큰언니의
등은 어머니의 등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혼자 가슴 앓이를 하며 동생들을 보듬던 큰언니의 머리는
이제 파도 꽃처럼 하얗다.
고사리 손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고 아파도 아플 수 없었을
마음을 이제서야 어루만진다.
노자는 말했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그것들은 자신만을 위해서 존재
하지 않기에 영원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실로
거룩한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영원할 것이며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았다.”
자기자신을 버리고 포말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며 살아온
이 거룩한 여인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씩 돌려주려 한다.
http://www.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508
[태라의 시詩꽃ㆍ마음꽃 하나 5회] 그 바닷길에서 - 골프타임즈
그 바닷길에서내가 울면실팍한 등에 어린 나를 업고 바닷길을 걸었던양 갈래머리의 큰 언니모래 위에 앉아 먼 수평선을 바라보다가콧물 닦아주며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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