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독서편지-533
<내 심장을 쏴라>
“나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 때문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수요일 저녁, 낯선 동네의 파출소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던 이유를 밝히자면 죄목은 성폭행 미수였다. (1부 ‘덤 앤 더머’ 11쪽)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의 탈출과 감동의 드라마는 마치 영화 <쇼 쌩크의 탈출>과의 만남,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우리의 삶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꿔 보고 때로는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물고 만다. 이 소설은 그러한 진지함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일상=꿈=탈출>은 교묘한 은유로 얽혀 풀리지 않는 시간들을 4차원의 세계로 이끌어 가곤 한다.
“출소 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볼펜 한 자루와 초등학생용 노트 한 권을 샀다. 심판위원회의 현장 심사를 받을 목적으로 산 것이었다. 사람들은 꿈 깨라고 했지만 나는 끈질기게 꿈을 꾸었다.……(중략)……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를 위한 변론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볼펜 한 다스가 사라졌다. 그 사이 나는 무한히 자유로웠다.” (4부 ‘내 심장을 쏴라’ 333쪽)
혼돈의 시기에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거듭되는 아름다운 도전과 휴먼 감동드라마가 이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이 작품은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라는 강렬한 첫 만남이 1부 ‘덤 앤 더머’, 2부 ‘희망병원’, 3부 ‘광란자’, 4부 ‘내 심장을 쏴라’로 우리들의 독서여행은 마침표를 찍는다.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은행나무, 2012.
2012년 9월 20일(목)
이젠, 읽을 때!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회원 박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