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봄을 재촉하는 듯, 아침부터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눈 대신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온 겨우내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도 바뀌는 계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저녁 물에 물려 둔 쌀을 건져놓고,
고추장 만들 재료인 엿기름 낸 것과 찹쌀, 메주콩 띄운 것을 챙겨놓았다.
방앗간에 가는 길에 빻아다 놓았다가, 설이 지나면 바로 고추장을 담글 심산에서다.
날이 계속 춥다보니, 벼르기만 하고 지금까지 고추장을 담그지 못했는데,
설이 지나고 나면 금방 날이 풀어질 것이므로 서둘러 담가야한다.
봄에 담그는 고추장은 날이 덥기 때문에 맛이 변하고 상할 염려가 있어 ,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추장맛이 변하지 않는 가을 고추장을 담근다.
해마다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해오는데,
올해는 왠지 떡 써는 일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성당이나 시장에서 파는 것을 조금 사다 쓰려고 했다.
대충 마른 가래떡을 방앗간에 가지고가면 기계로 순식간에 썰어주지만,
읍내에 있는 떡 방앗간까지 오고가는 일 또한 여간 번거롭지 않아 그냥 집에서 써는 것이다.
왼손잡이여서 칼질이 서툰 나는 가래떡 써는 일이 만만치 않아, 떡을 썰고 나면 꼭 손에 물집이 생긴다.
토요특전미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성당마당에서 자매들이,
떡국 떡 한 봉에 사천 원을 받고 팔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 시누이내외, 시동생내외, 아들네도 올 터인데,
그러려면 두세 봉 은 사야할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성에 안 찬다.
남편이 가래떡 구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쌀값도 싼 마당에,
집에서 가래떡 한말 뽑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어 떡을 하게된 것이다.
아침을 먹은 후, 준비된 재료들을 가지고 떡 방앗간에 갔다.
떡 방앗간에는 떡을 하기 위해 미리 가져다놓은 떡쌀자루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주인아주머니는 주문 받은 백설기를 포장하며 나를 반긴다.
워낙 일찍 간 덕으로 사람으로는 내가 처음이어서 다행이었다.
그 방앗간은 주인내외가 하는데 대목인 만큼 아들과 딸까지 총동원되어,
서툰 솜씨로 바쁜 부모의 일손을 거든다. .
주인아저씨는 자녀들이 일하는 게 맘에 들지 않는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간혹 잔소리를 하는데,
부모의 잔소리가 언짢지도 않은지 즐거운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
몇 번을 봐도 웃음이 헤프지 않은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돈을 번다는 기쁨이 역력해 보인다.
조금 있으니 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었는지,
떡 쌀자루를 든 사람들이 좁은 떡 방앗간 안으로 줄줄이 들어온다.
손에는 보통 한말들이 쌀자루를 들고 있는데,
보통 노부부만 사는 농촌에서 다 먹을 리는 없고,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오면 주려고 넉넉히 하는 것 같았다.
도시의 떡 방앗간과는 달리, 떡을 하려고 온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방앗간을 보며 ,
설날은 민족의 명절임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떡이 더 굳어지기 전에 아침부터 떡을 썰어야겠다.
첫댓글 이제사 이글을 봤네요 떡 해오실때 박스에 비닐깔고 해주시면 그대도 하루정도 놔뒀다가 이틀째 되는날 꺼내어 썰면 아주 잘 썰린답니다 손에 물집도 안생겨요 담에 하실때 이렇게 펼쳐서 말리지 마세요 이러면 썰기 무쟈게 힘듭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옛날어른들은 펼쳐야 된다는...
그대로 두고 이틑날 쓴다 도전 ..시도 .. 좋은정보감사합니다~
떡국좀 해먹을려고 쌀을 4키로 반 인데 방앗간에 전화해보니 2만5천원 이라네요 한말이든 반말이든 값이 같다고하네요 넘 비싸서 우케해야할지 ㅎㅎ가래떡 먹고싶은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