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 시적 표현과 특징(비유와 상징)
발상 : 시를 쓸 때 시인이 마음속에 떠올린 창작 의도와 시의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대한 전략 등을 ‘발상(發想)’이라고 한다.
표현 :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시어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표현이다. 같은 발상이라 하더라도 표현 방식은 시인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시인은 발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을 사용한다.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김춘수, <내가 만난 이중섭>
시인은 아내를 만나지 못하고 그리움과 슬픔을 느끼는 이중섭을 보고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라고 표현하였다. 바다를 머리에 이고 있다는 참신한 발상을 통해 바다처럼 끝없이 깊고 큰 그의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표현 기법의 유형 : 발상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표현 기법, 또는 수사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표현 기법은 그 종류가 매우 많은데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비유하기 –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그것과 비슷한 구체적 대상을 빗대어 말하는 방법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대유법, 활유법, 풍유법 등
강조하기 –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더욱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과장법, 반복법, 열거법, 대조법, 연쇄법, 영탄법 등
변화주기 – *문장을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해 문장 구조에 변하를 주는 방법
*설의법, 반어법, 역설법, 도치법, 대구법, 인용법, 생략법, 문답법 등
비유 (比喩, metophor)
비유의 개념
시적 이미지는 보통 비유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비유는 A(원관념)라는 사물을 B(보조관념)라는 다른 말로 대신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이유는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유란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나의 사랑은 붉은 장미”라고 비유를 통해 말했을 때, 아직 독자가 시인이 느낀 사랑의 실체를 알지 못할 때 ‘붉은 장미’라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A(원관념)와 B(보조관념)사이의 유사성 때문이다. A와 B가 어떤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공통점이 너무 쉽게 드러나면, 즉 A와 B가 너무 가까우면 그것은 비유로서 가치가 없다. 예를 들어 ‘달같이 둥근얼굴’이라는 비유는 비유로서의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이런 비유 역시 너무 흔하고 상투적이다. 이런 상투적인 비유를 크리세(cliché)라 한다. 시에서는 가장 하급의 표현으로 여기는 비유이다. 그런데 똑같은 말을 세익스피어는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참신한가? 시적 비유에는 이렇게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유사성과 함께 거리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김춘수, <나의 하나님> 부분
위의 시 구절은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가 멀다. 그 만큼 거기에는 새로운 의미가 생겨날 여지가 많게 된다.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의미 해석, 의미의 확대가 가능하게 된다. ‘저녁 노을은 수술대 위의 마치환자’라는 엘리어트의 시 구절처럼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거리가 멀 때 단순한 감각적 구체성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까지 만들어 낸다. 저녁 노을은 현대문명의 몰락을 예감하게 한다. 그런데 왜 이런 거리가 필요할까? 시에서 비유는 단지 A라는 사물을 B로 바꾸어서 표현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라는 구절을 생각 해 보자. 누님을 국화로 단지 대치시켜 표현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누나와 국화가 그대로 바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누나와 국화가 만나면서 의미의 전이가 생기다. 시인의 누나인 여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와 관념을 만들어 낸다. 국화를 통해 중년여인의 원숙미라는 새로운 의미의 확대가 생겨난 것이다.
비유의 원리와 특성
㉠ 유사성의 원리 : 비유는 반드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공통적으로 지닌 유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고뇌와 시련을 거쳐 삶의 원숙함을 지니게 된 누님과 인고를 통해 꽃을 피운 국화의 아름다움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비유하고 있다.
㉡ 차이성의 원리 :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대상의 결합이므로 표면적으로는 차이점이 나타나게 된다. 둘 사이의 차이가 두드러질수록 시는 긴장감이 생기고 참신성을 획득할 수 있다.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김춘수, <나의 하나님> 부분
⇒ 성스러운 대상이자 절대적 존재인 ‘하나님’을 ‘늙은 비애’,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으로 비유한 것은 원관념과 보조 관념 사이의 극명한 차이성(거리)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비유의 종류
㉠ 직유법 : 연결어 ‘-처럼’, ‘-같은’, ‘-듯이’, ‘-인 양’ 등을 사용하여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하는 방법이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은유법 : 연결어를 사용하지 않고 ‘A는 B이다’와 같은 형식을 통해서 마치 두 대상이 동일한 것처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직유법과는 달리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유사성이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으므로 둘 사이의 유사성을 추리해 내어야 한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아아 누구던가.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완, <깃발>
⇒ 이 시에서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마음’은 모두 공중에서 나부끼는 ‘깃발’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보조관념이다. 이들의 원관념이 ‘깃발’이라는 것은 시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원관념 = 보조관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의인법 : 사물이나 관념 등의 무생물체에 인간과 같은 속성을 부여하여 표현하는 비유이다. 생명이 없는 대상에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정서나 시적 분위기, 주제 등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이성부, <봄> 일부
⇒ ‘봄’이라는 계절을 ‘너’라고 부르면서 ‘너’가 오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눈 비비며’ 오는 것은 사람과 같은 행동으로 의인법을 사용한 표현이다.
㉣ 활유법 : 무생물을 생물인 것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감정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이다. 무생물을 생명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인법과 같지만, 의인법은 인간만의 속성인 ‘인격’을 부여한 것이므로 활유법이 의인법을 포괄하는 더 넓은 범주라 할 수 있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박남수, <아침 이미지> 일부
⇒ ‘어둠’은 생명이 없는 무생물인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 대유법 : 사물의 일부분이나 특징을 들어 전제를 나타내는 비유법으로, 환유법과 제유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때 전체를 대신하는 사물의 속성이나 부분은 충분한 대표성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 환유 : 표현하려는 대상의 속성이나 특징을 그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다른 사물을 들어 나타내는 표현법이다. 원관념을 다른 사물로 치환(바꾸어)하여 표현하지만, 둘이 내포하는 성질이 같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연상할 수 있게 된다.
아아 왼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었습니다.
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일부
⇒ 이 시에서 화자는 윤리, 도덕, 법률 같은 것들은 모두 힘 있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허망한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이 때 ‘칼’은 ‘권력’을, ‘황금’은 ‘부’를 비유하는데, 이는 ‘칼’과 ‘황금’이 각각 ‘권력’과 ‘부’를 대표하는 사물로써 둘 사이에 밀접한 유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인접성)
* 제유 :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토대를 두고 두 사물을 치환하는 비유법으로, 어떤 사물의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내거나 혹은 전체로 부분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략>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풍유법 : 시적 대상인 원관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물에 빗대어 은근히 비꼬아 속뜻을 짐작하여 깨닫도록 하는 비유법이다. 속담이나 격언 등이 그 대표적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 남이 한다고 덩달아 제 힘에 겨운 일을 하게 되면 도리어 큰 화를 당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상징(象徵)
상징의 개념 :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숨기고 구체적인 다른 사물로 대신하여 표현하는 방법으로, 원관념은 배제되고 보조관념이 독립되어 함축적 의미와 암시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 주로 인간의 내적 경험이나 감정, 사상 등의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나타낼 때 사용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박두진, <해> 일부
⇒ 이 시에서 ‘해’는 시적 화자가 간절히 소망하는 대상을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해’는 어둠과 악을 몰아내는 정의와 광명의 표상이면서 지상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력의 상징이다. 이 시의 ‘해’도 그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당시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우리 민족이 지향하는 큰 이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상징의 원리와 특성 : 비유에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1 : 1’의 유추적 관계를 갖지만 상징에서는 ‘1 : 다(多)’의 다의적 관계를 가진다. 즉, 비유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사물과 사물의 연합이지만, 상징은 유사성이 없는 사물과 관념의 연합이다. 상징은 비유와는 달리 두 대상 간의 공통성에 바탕을 두지 않고 서로 동떨어져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원관념의 파악이 불가능하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사금파리여, / 지금 나는 맨발이다.
빗나간 힘.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 살이다.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깨진 그릇은 / 칼날이 된다.
무엇이든 깨진 것은 / 칼이 된다.
오세영, < 그릇 1 >
⇒ ‘깨진 그릇’이 ‘칼날’이 된다는 것은 시인이 사용한 고도의 상징이다. 팽팽하게 긴장된 힘으로 절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그릇’이 빗나간 힘에 의해 ‘깨진 그릇’이 되었을 때 그것은 무서운 ‘사금파리’의 ‘칼날’이 되어 내부에 감추었던 힘의 본질인 날카로운 면을 드러내게 된다는 의미이다.
상징의 종류
㉠ 관습적 상징(제도적 상징) : 오랜 세월 동안 되풀이하여 사용됨으로써 그 의미 내용이 관례적이고 공공성을 띠며,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징을 말한다.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것이기 때문에 독창성이 없고 고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턴고.
굽을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원천석의 시조>
⇒ ‘대나무’는 유교 문화의 배경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이 시조에서도 자신의 굳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 눈 속의 대나무를 제재로 삼아 표현하고 있다.
⇒ 예) 비둘기 – 평화 / 칼 – 무력 / 해, 달 – 임금, 절대적 존재 / 구름 – 간신배. 위의 예들은 이미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널리 공인되어 있는 관습적 상징이며, ‘해, 달, 구름’은 고전 문학에서 두루 사용되어 통용된 관습적 상징의 예이다.
㉡ 개인적 상징(창조적 상징) : 시인에 의해 독창적으로 만들어져서 참신한 문학적 효과를 발휘하는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문학적 상징이다. 그 의미의 폭이 넓고 암시적이므로 숨겨진 의도와 참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연상 작용이 뒤따라야 한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 ‘십자가’는 보편적으로 ‘기독교’를 의미하므로 관습적인 상징에 속하지만, 4연에 쓰인 ‘십자가’는 시적 화자를 소극적 자아에서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적극적 자아로 거듭나게 매개체로서, 개인적 상징에 해당한다.
㉢ 원형적 상징 : 역사・문학・종교 등에서 되풀이되어 나타나 인류에게 유사한 정서나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이다. 인간의 잠재 의식에 담긴 원초적인 이미지로 전인류적인 보편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