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順 慶 1940년 출생. 동아일보 기자. 「월간 자동차 생활」·「카 마스터」·「오토」·「경정비」 편집이사 역임. 저서로는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101선」, 「아름다운 그곳 언제 가면 딱 좋을까」, 「음식기행 사계절」,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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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처럼 완만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특징을 이룬 대천해수욕장. |
저녁 노을과 함께하는 농어회, 꽃게찜, 메기매운탕
대천 해수욕장은 국내 유명 해수욕장들 중 가장 이상적인 모래밭을 갖고 있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모래알을 이뤘다는 황금빛 패각 모래밭은 물에 젖으면 유리알처럼 매끄럽게 다져져 밟는 촉감이 기막히다. 평지처럼 완만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은 유아들도 마음 놓고 뛰놀 수 있고, 해가 기울면서 썰물이 시작되어, 선선한 저녁 바닷바람을 쐬며 촉촉한 모래밭을 걷는 즐거움이 어른 아이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 거리를 남겨 준다. 무엇보다, 인구가 집중해 있는 수도권과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주축으로 東西로 이어지는 다양한 연결도로와 대중교통편이 수없이 이어진다. 서울과 중부권은 당일로 가능하고, 주말을 이용해 하루쯤 묵고 와도 큰 부담이 없어,서민들이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바다 휴양지다. 고급 숙박시설이 다른 유명 해수욕장들에 못 미치는 것도, 아직 인공적인 오염이 덜하다는 이야기이고 이로 인한 위화감 같은 것도 없다. 보령댐의 완공으로 해수욕장 내 식수와 생활용수도 다른 해수욕장과 비교해 완벽하다. 서쪽 하늘에 걸려 있는 수평선 위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저녁 노을 속에 가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 별미집 산책/자연산 계절 횟감, 보령 한우, 민물장어, 활어 아귀 1) 우리횟집
대청어항 방파제 횟집촌에서 20년 내력을 이어 온 토박이 횟집. 대천 앞바다에 주 어장인 원산도, 장고도, 삽시도 근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고깃배들과 직접 거래를 터, 계절에 따라 나는 자연산 어족이 전문이다. 횟감이 풍성한 4~6월, 9~11월이 성수기지만, 휴가철인 7~8월에도 덤으로 주는 안주가 다소 떨어질 뿐, 농어와 도미,우럭,도다리와 광어 등은 손색 없는 제 맛이다. 가격도 해수욕장에 비해 1만~2만원은 저렴해, 양식 회 값으로 싱싱한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다. 태풍으로 어로작업을 못 하거나 횟감이 달려 양식 어종을 잠시 들여와도, 고객들에게 어떤 어장에서 양식한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줄 정도로 거짓이 없는 횟집이다. 여름철 가장 제 맛이 나는 것은 농어다, 회는 물론, 함께 지리의 고소하고 시원한 맛은 어디에도 비견할 데가 없다.
2) 대천농원식당
대천해수욕장이 내다보이는 흑포 삼거리, 야산 자락의 15년 내력을 지닌 꽃게 전문집. 제철 활어꽃게로 찜과 탕을 전문으로 해 꽃게철에는 전국에서 단골고객이 이어지고, 먼 곳 고객들은 하룻밤 묵으며 꽃게 맛을 즐기고 간다. 제철이 아닌 여름은 특별히 요청을 해야 가능하고, 대신 활어와 선어 아귀를 이용한 찜과 탕을 선보인다. 특별한 기교는 없지만,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주인이 직접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고추와 양념을 넉넉하게 넣어 신선한 맛을 내준다. 메뉴에 따라 찜과 탕은 냄비 크기로 3~4인분이 5만원. 특별히 주문해 1마리를 통째로 찜이나 수육으로 내는 것은 시가대로 조리해 내는데, 내장까지 곁들여 한결 기막히다. 그 밖에 생 오리 살을 발라내 야채와 함께 양념에 비벼, 즉석에서 굽는 오리불고기와 오리한방백숙도 실속 있다. 아침식사로 1인분 5000~6000원인 된장찌개와 조개탕도 있다.
3) 한양회관
보령시의 첫손 꼽는 한우 구이 집. 23년 전 보령군청 앞에서 오픈해, 보령군 내 크고 작은 음식모임과 식사약속은 한양회관에서 해야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곳이다. 100% 한우고기를 보령시내 4~5곳 정육점에서 수집해, 생갈비와 양념갈비, 등심, 안창살, 불고기 등을 숯불에 굽는다. 200~300석을 헤아리는 넓은 홀과 5~6개의 예약실을 갖추고 있다. 쌀과 야채류,양념의 대부분을 주인이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사용하고, 주인 부부와 가족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 상차림이 푸짐하고 가격이 하도 저렴해 서울 사람들이 맛과 가격, 인심에 세 번 놀란다고 한다. 간편한 식사메뉴로 갈비탕과 도가니탕, 된장찌개, 냉면을 내는데, 특히 갈비 마구리뼈와 양지머리 삶은 육수에 직접 눌러 내는 평양냉면은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이 따를수 없는 고유한 맛으로 기대 이상의 맛을 내준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간이 잘 맞은양념 갈비와 푸짐한 불고기는 가격이 수입고기 수준으로 저렴하다.
4) 회현농원식당
보령에서 공주와 청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걸쳐 있는 화현고개 정상에 있는 25년 내력의 장어구이집이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 거목이 구름처럼 그늘을 드리운 장어집이 예쁜 정원과 함께 5~6동의 별채로 이어져 있다. 가족이 함께 조용한 식사가 가능한 쾌적한 모습이다. 새벽이면 느티나무 앞에서 솟는 약수를 뜨러 오는 시민들이 줄을 선다. 수질 탓인지 유난히 싱싱한 장어와 메기를 즉석에서 잡아 장어는 구이로, 메기는 탕으로 내는데, 고객이 공주와 청양, 대전까지 이어진다. 초벌구이를 해 테이블에서 한 번 더 따끈하게 뜸을 들여 가며 먹는데, 장이 자글자글 끓을 정도로 기름을 한 번 더 빼 주어, 담백하고 고소하면서 입에 녹듯이 부드럽다. 함께 내는 찬도 정갈하고 흠잡을 데 없다. 메기매운탕 맛도 남다르다. 얼큰하면서 시원하게 감치는 탕이 2~3인분 1냄비에 2만원. 내용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두 동의 숙박시설과 테니스 코트가 마련되어 있지만, 성수기는 예약이 어렵고, 전화는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 볼거리/시원한 바닷바람, 황금 빛깔 저녁 노을, 생동감 넘치는 서해안 최대의 대천어항 1) 촉촉하고 부드러운 황금 모래밭
3km에 이르는 대천해수욕장의 모래밭은 발이 고운 황금빛 패각 모래라는 고유한 특성을 지녔다. 바지락과 백합의 산지인 대천어항 앞바다의 조개껍질이 밀려와 모래밭의 주성분을 이뤘다는 것. 바닷물에 젖으면 단단하게 가라앉아 발자국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촉촉한 감각이 맨발로 걷기에 꼭 알맞다.
2) 저녁바람 싱그러운 남포방파제
1992년 완공된 3.5km에 이르는 방조제는 죽도와 용두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단숨에 이어 주어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를 더해 주고, 보령 시민들에게는 저녁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는 장소로 인기가 높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저녁 바람이 방조제를 넘으며 바람결을 일으켜 잠시만 앉아 있어도 더위가 말끔히 가시는 효과가 있어 바람맞이 인파로 가득 메운다.
3)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서해 낙조
수평선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무인도들을 어루만지듯 바다 수면으로 내려앉는 빨간 저녁 햇살이 바다와 해수욕장 모래밭을 물들이는 모습은 동해 일출과는 전혀 다르게 여운을 남기듯 길게 이어진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물가를 걷는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마치 노을 속을 걷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4) 생동감 넘치는 대천어항
대천어항은 서해안의 손꼽는 어로기지다. 안면도와 천수만이 지척이고, 원산도와 장고도, 삽시도 등 연근해의 이름난 어장들에서 나는 풍성한 계절 생선과 어패류들이 모두 대천항으로 들어온다. 특히 천수만과 이어지는 어항 앞바다의 꽃게는 맛과 육질이 서해 꽃게 중 으뜸이고, 여름철 농어와 돔, 도다리 등은 여름 휴가철의 최상의 별미를 선사한다. 어선에서 금방 내려놓은 싱싱한 생선과 조개류, 잘 말린 건어물 어느 것이나 특별한 솜씨를 발휘하지 않아도 진품 찬거리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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