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대를 지나서 바래봉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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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06시30분 부산 동래를 출발한 우리 군성2030대원들이 하동
톨게이트를 진입, 섬진강을 따라올라 성삼재 접어들어 천은사 매표소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경.
오늘 산행은 이른 새벽 출발이라 참가대원 수가 다소 적었는데,
그 면모를 보면, 다거, 두산, 돌풀, 흑송, 만산, 솔뫼, 성산, 청봉, 해암,
총9명으로 구성되었었다.
6월의 지리산,,,,,
지난 가을 벗었던 단풍 옷은 이미 진토로 변해가고, 다시 연녹빛 새 옷으로
함초롬히 단장하고 이른 세벽 부터 달려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찬란한 유월 아침 태양 아래 잎새 더욱 윤기나게 반짝이고 ,이따금 스쳐
오는 바람결에 산자락은 잔잔한 파도 되어 비단 물결 처럼 일렁인다.
이윽고, 섬진강 맑디맑은 물에서 생성하여 밤새도록 구례 들판에 잔잔히
펼쳐있던 안개의 바다는 달아오르는 태양의 열기로 흐트러지면서
상승하여 노고단 산줄기를 타고 정상을 향해 연기처럼 퍼져 오른다.
사위가 갑자기 안개 그림자 속에 파뭍혀 컴컴해져오니, 혹시 안개 따라
비라도 한줄기 솓아질지도 몰라 사뭇 불안하기도 하구나,
성삼재 마루 가까이로 우리가 탄 차가 거의 다 온 같았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 앞길이 막혀 차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아, 지금이 3일 연휴, 다들 이를 심각하게 생각 못한 것이 오산이로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좋은 연휴를 놓칠세라 자가용에 영업용에 삼삼오오
무리지어 성삼재로 무턱대고 올라왔으니 주차장은 이미 만원, 입장
불가 입간판이 내걸렸고 길 양옆이 주차장으로 변해버렸고, 상하행선
교행이 불가한 지경으로 혼돈의 장을 연출하고 있었으니 산중 난장판의
형국이로다.
가다서다 가다서다 아까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있었고 성삼재
마루까지는 겨우겨우 올랐으나 길이 터일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정령치가 코앞인데 도착할 시간을 측량할 수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이때, 역시나 지리산에 대하여 박식한 두산 회장이 적절한 대응책을
제안했는데. 만복대로 목표점을 수정하잔다. 다들 이에 동의하였고,
우리 일행은 성삼재에서 하차하여 뒤엉킨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작은 고리봉으로 올라가는 조그만 철문으로 들어섰다 . (10:20)
주, 지도 상에는 2개의 고리봉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곳이 작은 고리봉이고,
정령치에서 북쪽으로 또 고리봉이 나오는데 이것이 큰 고리봉 이다
이 길은 성삼재로 부터 북쪽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출발점이기도
하여 이번에 우리가 이 길을 따라 올라 가는 것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는
두산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다들 비장한 자세로 갈참나무 등등 잡목 군락으로 터널을 이룬 숲 그늘
아래로 난 작은 길을 걸으며, 군데군데 산죽 밭을 헤쳐 나가 고리봉 .
만복대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행군을 해나간다.
백두대간 길 치고는 좁은 길이라는 느낌 이였고, 이미 1000메타
이상에서 출발하였으니 그리 큰 오르막 길이 아니라서 걷기에는 편한
길이였으며 전라도 땅이라 그런지 산 자체가 돌이 적고 토심이 풍부한
육산이라 발바닥의 촉감이 한결 부드럽다.
지난 1월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 피아골로 내려갔던 돌계단
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폭신한 길이 산맥을 따라 구불구불 전개
되고 있었다.
녹음의 계절이라 활옆수 잎사귀 하늘을 가려, 가도 가도 녹색 터널
지대의 연속선, 아직 초여름이라 지열도 크게 없었고, 간간이
산들바람 불어주어 이마에 매친 땀방울을 날려 보내 준다.
한 시간여 행군해가니 작은고리봉(이 쪽 산에는 표지석이 없었다)
인 듯한 산 정상에 도달하여 휴식을 취하면서 지리산 일원을
조망해본다.
오른 쪽 동남 방향으로 우뚝 선 반야봉의 위용, 지리산 제2봉의
봉우리 답게 우람하게 서있구나, 여인의 엉덩이 같이 풍만한 양
둔덕을 하늘 향해 치켜 들었으니 하늘을 희롱하는 반역의 기상인가 ?
정상으로 부터 뱀사골,달궁계곡,등 여러 개의 계곡으로 주름 접혀
뻗어 내린 산자락은 마치 여덟 폭의 녹색 치맛자락, 너울 옷 길게
차려입은 선녀가 승천하는 모습으로 연상 된다 .
노고단 위에 서있는 안테나가 가물가물 보인다, 아침 안개는 더욱
상승하여 산을 반중둥 가리우고, 산 위로 떠있는 뭉게 구름 까지로
이어져 운무로 변해가고 있다.
반야봉과 노고단 큰 봉우리는 크고 작은 봉우리로 이어지고, 작은
봉우리들이 한겹 두겹 병풍처럼 큰산을 시립하고 서서 천하의
방장산을 이루고 있도다.
아! 지리산 실로 거룩한 모습이여 , 멀리서 보는 지리산의 위용,
과연 명산이라 아니할 수 없도다.
왼 쪽을 둘러보면 전라도 구례, 남원 고을의 크고 작은 마을 들이
작은 구릉 사이에 점점이 끼어있고 낮은 산 넓은 들판은 여기
부터가 호남평야의 시작임을 알려 주는듯하다.
고리봉을 지나고 묘봉치를 거쳐 행군해 가노라니 더디어 활옆수
터널이 끝이 나고 관목의 능선이 전개 되었고, 정오의 태양이
머리 위를 떠겁게 내려쪼인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만복대, 풍성한 젖무덤 같이 뭉툭하게
솟아있는 산 , 산 정상을 향해 길 따라 양쪽에 로프줄을 처놓았구나.
로프를 따라 난 작은 오르막 길을 온몸에 땀을 적시며 목표
정상에 발을 놓았다.(12:30)
정상에 당도하니 누가 쌓았는지 돌탑 한 기가 우리를 반길 뿐,
산 이름이 박힌 표지석도 하나 없네,
지리산엔 너무 유명한 봉우리가 많아 1433메타인 이곳은 봉이란 이름도
얻지못해 만복대로 이름 붙여 지리산 조망대 역할밖에 못하는가보다 .
그러나 풍수학 상으로 보면 많은 복을 간직하고 있어 만복대라
불리어 왔다하고, 모양 그대로 복스럽게 생겨있다.
정상에서 다시 한번 방장산의 경관을 감상하고, 백 여보 더 행군
하여 그윽한 나무 그늘 아래 점심자리를 폈고, 정상주 몇잔 씩
주고받으며 맛나게 오찬 시간을 갖은 후, 정령치로 내려가니
14시 경,
대개는 여기서 산행을 마치는 것이 상례인데, 오늘 대원들은 정예
멤버가 대다수라, 여기서 끝낸다는 것이 아쉬운 모양, 원래 계획
대로라면 여기 정령치에서 바래봉 까지가 산행구간 이였는데
성삼재가 막히는 바람에 만복대로 올랐었고 ,논의 끝에 독감
후유증이 회복되지 않은 만산과 다거 큰형님이 여기서 하산키로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바래봉 까지 계속 산행키로 결정.
주, 鄭嶺峙: 해발 1172메타 , 서산대사의 황령암기에 의하면 마한의 왕이 진한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정씨성을 갖인 장군을 이곳에 파견하여 지키게
한데서 유래했고 신라시대에는 화랑들의 무예 수련장이기도 했다함.
성삼재로 넘어가면 달궁 이라는 지명이나 오는데 이곳에 마한의 마지막 왕궁이
있었다고 전함.
14시10분경, 대원들은 다시 행장을 수습하여 제2라운드 산행을 개시,
가파른 큰고리봉을 향하여 계단 길을 걸어올라 , 14시50분에
큰고리봉 (1,304 메타)에 발을 딛었고, 끝없는 행군은 계속 이어졌고
자연적으로 등산 능력이 구분되어 성산, 해암은 빠른 걸음으로
바래봉을 향해 진군하였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는 긴 행로다 오르락 내리락 구절양장 길은
끝없이 전개되고,후미로 자꾸 처지는 이여사가 걱정이다.
정령치에서 다들 하산하기를 바랬으나 본인이 굳이 가겠다는걸
누가 말릴 수 있으리요, 예상대로 고리봉을 지나고나니 헤메고
있구나 ,산길도 먼저 지나온 만복대 길과는 달리 적잖게 바위길이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 부터는 고행길이다, 돌풀과 내가 교대로
호위하면서 16시30분에 세걸산(1,120메타)에 도착했고 ,
우리는 여기서 하산하기로 하고 ,정상에서 휴식하며 마지막 남은
물로 목을 축였다.
내려가기 전에 좀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지리산의 제1봉 천왕봉을
완상하고 ,주변의 중봉 ,하봉 ,이름 모를 산, 산들의 우람한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세동치 고개(1120메타)에 이르니
17시 경이 되었다.
성삼재를 출발한지 거의 7시간 산중을 헤메인 것이다. 이것 만 해도
최근 산행기록중에 최상급 산행기록, 우리도 지치는데 이여사가
강행군을 한 것은 상당한 무리였으리라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대단한 그 끈기가 감탄스럽다.
아! 그러나 더 감탄할 일이 일어났으니. 우리와 같이 있었던 청봉이
여기서 바래봉 까지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 쪽에서 온 산꾼의 말로는 아직 6킬로 남았고, 2시간은 더 행군해야
할 것이라는데, 해가 길어 시간상으로는 어둡기 전에 하산이 가능
하겠지만 무리가 아닐는지 ,하지만 본인의 뜻이 그러하니 무사히
선발대와 합류하여 하산하기를 당부하면서 우리는 운봉면소재 청소년 수련관
이라는 데를 향하여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청소년 수련관 입구에 도착하니 17시40분 , 장장 7시간 이상의 긴
산행을 마쳤고, 마침 수련관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좋은 물에 피로한
발을 담그고 노독을 풀었다.
선발대로 간 성산과 해암은 부운치, 팔랑치 고개를 넘고 바래봉
(1,165메타)정상을 밟았고, 늦게간 청봉과 합류하여 19시30경
운봉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무려 9시간 이상을 강행군한 그 들의 강인한 인내심에 대하여 깊은
찬사를 보낸다.
주,바래봉은 스님들이 사용하는 바리때를 엎어놓은 형상이라하여 바래봉
으로 이름함
2005. 6. 5. 흑송 문동범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