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는 이에게 띄우는 편지: 다시, 목양의 가슴으로
35년 동안 한 못자리, 한 우물, 한 교회에서 목회한 후영리 소재, 후영 순복음 교회.
창가에 어둠이 내려도 잠들지 못할 때면 늦은 새벽까지 서재의 불을 밝히고 지나온 목양의 시간을 조용히 되돌아보곤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겨울 앙상한 가지에 핀 상고대처럼 나의 목회 현장 역시 참으로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메마른 들판을 홀로 걷는 듯한 외로움에 눈물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맡겨진 양 무리의 아픔을 다 안아주지 못해 밤새 무릎을 꿇으며 가슴앓이하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주님이 맡기신 목회의 자리는 농촌 작은 교회라고 해서 결코 쉽게 지킬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세속의 거센 물결은 교회의 담장을 넘어오고, 암울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차가운 비난의 시선과 냉소 속에서 “과연 우리는 바른길을 가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문득문득 마음을 짓누르곤 합니다.
외형적 성장과 화려한 기술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한적한 농촌에서 한 영혼을 가슴에 품고 눈물로 기도하는 목양은 많은 영혼을 대기자로 둔 도시 목회에 비해 자칫 빛을 잃어버린,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하게도, 단 한 사람의 영혼에게 쏟아지는 주님의 관심이 내면의 울림으로 들려올 때 나는 주님의 십자가 앞으로 가장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목회는 결코 사람이 가진 능력이나 화려한 수사학으로 감당하는 수단이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십자가에서 흘러내린 그 지극한 사랑에 매여, 주님께서 친히 걸어가신 그 낮고 겸손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거룩한 ‘삶의 고백’입니다.
그렇게 한 못자리 후영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면서 목회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그나마 내가 걸어온 길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깁니다. 누군가 목회의 낯선 길을 들어선 목회자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신학 강단에서 강의했던 자료들을 하나씩 꺼내어 책으로 엮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강의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으며, 나는 거창한 신학적 이론을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목양의 길목에서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했던 한 주의 종의 진솔한 고백이자, 동일한 길을 걸어가며 외로워하는 수많은 동역자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싶은 작은 온기일 뿐입니다.
이 책에 담긴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로 다가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역의 피로와 내면의 상처로 지쳐 있는 여러분의 영혼에 작은 샘물이 되고, 잊고 있던 처음 사랑과 사명의 불꽃을 다시 일으키는 거룩한 불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논문이 아니라 강의안이었기 때문에 색인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신학생들과 동역자 여러분, 비록 눈앞의 환경이 아득하고 바람이 매섭게 불지라도 낙심하지 맙시다. 주님께서는 지금도 세상의 화려함이 아닌, 주님 한 분만을 바라보며 신실하게 걸어가는 그 한 사람의 목회자를 찾고 계십니다.
이제 피곤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겸손히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이 목회 신학적 여정을 함께 시작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주님의 은혜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양 무리 위에 항상 머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6년 8월 세 번의 김매기를 마치는 백중날, 초고 정리를 마치다.
후영 서재에서 김경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