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녀의 결혼
박종철
명동의 종로거리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붐비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며칠후라 명동성당의 품위는 더욱 그윽하면서 아름다웠다 촛불로 장식된 꽃밭이 바람에 날리면서 신자들을 손짓하듯이 나부끼고 있었다 종로의 명동거리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활기찬 삶의 현장이라고나 할까?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위들과 어울려 명동성당을 구경하였다 먼저 우뚝 쏟은 본당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추기경이 계시는 성당답게 위엄이 있고 천장은 아주 높았다 중앙의 십자가 양쪽으로 네파트로 나뉘어 신자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실내의 분위기가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엄숙함과 거룩함이 몸에 스며드는듯 하였다 겨울 산사의 고찰에 가서 고요한 적막 속에서 풍경소리를 듣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옛부터 이곳 명동성당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길지로 알려진 만큼이나 본당을 비롯하여 오른쪽에는 예식을 할 수 있는 파밀리라 채플 건물, 서점을 비롯하여 ,차집 등이 세련되게 진열되어 있는 복합 건물 안에는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촛불로 장식된 꽃밭과 우뚝 쏟은 본당성당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언제부터 보고 싶었던 명동성당과 주변의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다.촛불과 함께 군데,군데 정겹게 서있는 소나무가 야경에 반사되어 아름다움을 과시하였다 우리는 복합 건물 안에 있는 차집에 들려 가족들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웅장하면서도 편리한 기반시설에 더욱 친밀감이 갔었다 그 다음 명동거리를 활보하면서 소주방을 찾았으나 좀처럼 보이지 않아 이곳 저곳을 살펴서 이층에 있는 제법 넓은 곳에 자리 잡아 사위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을 하였다
드디어 Dㅡday 막내딸 결혼식이다 우리가족 모두는 명동 로얄 호텔에서 하루 밤을 묵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 딸들은 메이크 업을 한 후 한복으로 갈아 입고 바로 앞에 있는 명동성당으로 향하였다 수천개의 촛불꽃밭에서 향기를 품어내는 듯 촛불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오늘이 동지이고 소한을 앞두고 있어서 날씨가 춥지나 않을까 매우 염려했지만 겨울날씨답지 않게 푸근한 날씨라 우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고향 왜관에서 상경하는 버스의 하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을 해 보았다 예상외로 버스 1대의 정원보다 많은 하객으로 서너 분은 동행하지 못하고 다른 몇 분은 승용차 1 대에 동승하여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식장 입구에 있는 신부 대기실에 들어서자 명동 성당주위에서 웨딩촬영을 마치고 신랑.신부가 환호하며 등장하고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여러 장면의 사진촬영을 하고 수부 앞에서 아내와 딸들과 함께 하객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몇 십년 소원했던 생질인 덕규 가족과 생질녀인 윤영이가 모두 참석하여 반갑기 그지 없었다 운전기사가 서울 지리를 잘 몰라서 인지 시간이 임박해서야 고향에서 올라온 하객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웨딩마치에 맞추어 신부와 함께 입장할 시간이다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나의 막내딸을 사위에게 안내할 때는 아쉬움과 벅찬 감격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다오' 사위와 악수도 하고 포옹을 하면서 사랑해달라는 부탁을 진하게 하면서.....주례신부님의 집례로 예식이 시작되었다 파밀리라 채플 예식장은 한가운데 십자가 가 있고 그밑에 왼쪽,오른쪽에는 신랑,신부가족과 친지들이 앉았고, 정갈스러우면서 운치 있는 따뜻한 예식장이었다 즐거울 때나 어려울때나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사랑하라는 주례 신부님의 강론이 있었다 일반 결혼예식장의 예식보다 더욱 경건하였으며 성스러윘다 오늘의 신랑과 신부가 선남,선녀였다. 청첩장을 몇몇 사람들에게만 보냈더니 '아니 육녀' 라고 하면서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육 자매를 키우는 동안 아내는 남모르는 서러움도 많았고 특히 어머니에게 섭섭함이 많았다.그러나 어머니로서는 장남이 아들이 있어야만 된다는 생각에 온갖 정력에 좋다는 약과 나의 베게에 도끼(장난감도끼)를 넣어서 자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해서, 또는 조약을 지어서 나에게 먹게 했지만 젊을 때는 아들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절실하지 못하여 정력에 좋다는 약도 먹지 않고 어머니가 잡아준 날짜에 아내와의 관계도 지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쓴 웃음을 짓기도 한다 한번은 대구에 계시는 종숙어른이 제사에 참례해서 다른 여자를 보아서라도 아들이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가까이 계셨던 장모도 얘를 낳고 얼마 뒤 우리집에 오실 때면 당신이 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하셨다 원인은 모두가 나에게 있는데 아내로부터 어머니 그리고 장모에 이르기까지 마음고생을 많이도 시켰다 그러나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오늘도 서울 첫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의 아내와 딸들은 모녀간이면서,인생의 선배이자,친구도 되어 정답게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웃기도 하고 감격하여 때로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둘째, 내일은 넷째, 다섯째로 부터 연이어 전화가 온다.그리고 여섯자매와 사위의 생일 챙기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음성이 서로 비슷하여 옆에 있던 본인은 첫째딸인지,둘째딸인지 금방 알아 듣지 못하여 묻기도 한다 아빠의 안부를 꼭 물어 왔을 때는 우리 딸들은 좋은 딸들이구나 하면서 혼자 웃음을 짓는다 딸을 많이 가진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명절에 친정에 와서 상차림을 하다 보면 튀김갈치의 굵은 부분은 큰딸 부부 밥상머리에 차리고 꼬리부분은 막내딸부부 밥상에 차린 것이 화근이 되어 막내가 뽀족하게 입이 튀어 나와 신경을 날카롭게 세운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친정에 오면 무엇이든지 가지고 가려고 한다지만 우리는 아직은 그렇지 않다 나의아내는 필자가 농사지은 가을 풋고추를 쪄서 튀김가루에 묻혀서 건조기에 넣어 말린 것을 봉지 봉지에 담아 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생 계란을 여러판 사서 전기솥에 삶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참깨,들깨도 짜서 참기름, 들기름도 나누어 준다
보고 듣는 견문이 정말 무섭다 어머니와 장모는 당신들은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으면서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는 늘 차비를 주시고 항상 후하게 대접하셨다 성주 감말에서 장인어른과 장모가 농사를 지을 때는 대구에 있는 아랫동서인 장서방 내외와 우리 내외가 한 번씩 가면 큰 밥 그릇에다 미나리,시금치,상추, 부추들 온갖 신선한 채소에 참기름을 듬뿍 넣어 비벼먹는 맛이야 말로 '성주 감말 가든 특식'이라 할 만하다 가을이면 쌀도 몇 가마니씩 얻어먹었고 겨울철이면 사과가 떨어지지 않았다 온갖 채소와 농산물을 보따리,보따리에 사서 보내주셨다 그런 견문에서 살아온 아내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자식들에게 챙기는 것을 보았다 올해에는 첫째 딸의 큰딸이 고등학교에 둘째딸이 중학교에 입학하니 당신 그냥 넘어가서 되겠느냐고 해서 약간의 축하금을 준비하였다 농협중앙회에 다니는 둘째가 승진시험에 합격이 되어 특진으로 대구시지역본부에 발령을 받았다 몇 년동안 가정 살림하랴 시험 준비하랴 웟사람들 눈치 보랴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발령이 확정되어 둘째가 전화를 하자말자 감격의 울음보가 터졌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이젠 딸이 대세라고 한다.우리 부부의 생일 때면 큰딸이 주축이 되어 여러 자매들이 힘을 합처 1박2일의 일정으로 우리 부부,여섯 자매와 사위들 외손자,외손녀 모두가 참여하여 전국의 명승지로 가서 생일 축하연이 벌어 진다 많은 먹을거리와 선물을 준비하여 남부럽지 않은 생일 축하연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대명리조트 회원이므로 설악산 대명리조트에서 제주도 대명리조트에 이르기 까지 전국을 거의 다 가보았다 작년에는 우리 부부,여섯 자매와 어린외손자와 외손녀만 데리고 일본의 나라,교또,오사까에 2박3일의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