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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실태와 개선방향 연구
대표집필 심규한
Ⅰ.서론
1. 연구내용 및 목적
2. 연구방법
Ⅱ. 본론
1.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 현황
2. 분석 및 해결과제
3. 현장조사
Ⅲ. 제언 및 결론
* 부록 – 회의록 및 기타 자료
Ⅰ.서론
1. 연구내용 및 목적
대한민국은 2000년에 노인이 12% 이상인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20% 이상인 초고령화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농촌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에 초고령화 단계로 진입하였다. 예천군은 2014년 10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14,612명으로 전체 인구의 31.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인문제는 점차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었으며, 특히 노인인구의 건강과 여가 생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에 따라 2000년대 이후 지자체와 민간 차원에서는 다양한 노인문화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진행해 왔다. 예천군에도 예천군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교실, 보건소와 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 예술 건강 프로그램 등이 있다.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지 15년 정도가 흐른 시점에서 운영의 성과를 평가하고 현실을 잘 반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적절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예천지역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현황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14년 11월 21일부터 2015년 1월 27일까지 총 9회의 회합을 통해 진행되었다. 1~3회 COP 모임은 자료 수집과 간담회를 통해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현황을 파악했으며, 4~5회 COP 모임은 현황 분석과 가설 설정, 그리고 준비 작업으로 통계전문가를 초빙해 신빙성 있는 자료 발굴을 위한 질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6~7회 COP 모임은 실제 두 곳의 마을을 방문해 노인들을 인터뷰 하는 등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8~9회 COP 모임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을 실시하고 개선방향에 대해 정리하였다.
1~2회 COP 모임에서 한 초청인사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경로당 중심의 프로그램 계발의 중심과제로 삼을 수 있었으며, 그러기 위해 현장 마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3회 COP 모임에서 마을 경로당의 노인문화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지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준비하였다.
하지만 4회 모임에서 시선과 프레임의 권순신 대표를 초청해서 신뢰도 높은 설문조사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질문지를 이용한 설문조사 방법 대신 전형적인 마을을 선정해 인터뷰하는 사례조사의 방법으로 전환하였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질문지법이 표층적인 욕구 파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심층적인 욕구를 파악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충분한 신뢰도를 갖추기 위해서 300여 명 이상을 확보해 질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분석해야 하는데, 대상자가 문자해독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고, 확보한 설문조사의 신뢰도 완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무엇보다도 조사자의 인력과 시간의 한계도 작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예천군의 전형적인 마을을 선정해 자원조사를 위한 집단토론과 심층 인터뷰를 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대상마을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계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5회 COP 모임에서는 마을 선정과 인터뷰 일정 및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결과 6회 COP 모임은 전형적인 산촌형 농촌마을인 하리면 소내리 경로당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7회 COP 모임은 용문면 소재지에 위치한 용문면 경로당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Ⅱ. 본론
1.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 현황
예천군은 농촌지역에 속한다. 2014년 10월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이 14,612명 거주하고 있다. 이 인구는 전체인구의 31.5%에 해당하며, 예천은 이미 초고령화사회다. 연령대별로 보면 70 ~ 79세 사이의 노인이 7,857명으로 53.7% 과반수를 차지한다. 65 ~ 69세가 3,221명으로 약 22%를 차지하고, 80세 이상의 노인이 나머지 24.3%을 차지한다. 거주 지역별로 보면 24.3%을 차지하는 3,550명의 노인이 예천읍에 거주하고, 나머지 75.7% 11,062명의 노인은 11개 면에 거주한다. 즉 예천 노인의 약 3/4이 농촌에 거주한다.
예천군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예천군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교실, 보건소, 공공도서관,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 예술, 건강 프로그램들이 있다.
예천군청에서는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2013년의 경우 노인대학 사업비 보조로 1,200만원, 성인 문자해득교육 지원으로 1,000만원, 평생학습마을 지원으로 3,000만원을 지원하였다. 예천에서 운영되는 노인대학은 총 4개가 있다. 우선 1990년부터 예천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예천노인대학(2013년 기준 입학생 100명)이 있고, 2005년부터 예천교회에서 운영하는 늘푸른대학(2013년 기준 입학생 20명), 2005년부터 용문금곡교회에서 운영하는 용문노인대학(2013년 기준 입학생 80명), 2008년 풍양노인회에서 운영하는 풍양노인대학(2013년 기준 입학생 70명)이 있다. 성인 문자해득교육은 예천군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고, 평생학습마을로 2010년부터 용궁면이 운영되다가, 2013년부터 유천면이 더불어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생활원예, 건강체조 등 프로그램이 있다.
예천군 노인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의 경우 2014년 현재 130여명의 노인들이 다니고 있으며, 4월에 개강하여 12월까지 운영한다. 주 1회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초청강연과 노인대학 학장의 수업으로 진행된다. 주된 내용은 지역의 흐름을 이해시키고 예절 교양 강좌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소풍과 야유회 등 친목활동을 중시 여긴다.
COP 1회 모임에서는 현 예천군 노인회장인 도장섭 노인회장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간담회를 가졌다. 도장섭 노인회장은 지금 노인대학의 학생들이 70~80대 여성이 중심이며 남성은 2014년의 경우 1명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 세대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힘들게 살고 교육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한 세대인 까닭에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구성한다고 하였다. 특히 노인 학생들의 창의 창안하는 것이 없고 철저히 수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현행의 예천읍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경로당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기독교 교회에서 운영하는 늘푸른대학, 용문노인대학, 풍양노인대학의 경우도 읍과 면소재지를 중심으로 노인대학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9년 개관한 예천군 노인복지관은 노인관련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노인복지관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이원화 되어 있다. 예천읍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노인교실과 지역 경로당 활성화 사업이다. 노인교실은 20개 과목 31개반이 운영되고 있다. 내용으로는 교육 정보 분야로 한글산수, 한문, 컴퓨터교실, 서예교실, 사군자가 있고, 취미여가 분야로 국악, 댄스스포츠, 사교댄스, 고전무용, 민요, 도예, 시조, 가요교실, 합창이 있고, 건강지원분야로 단전호흡, 석문호흡, 뇌체조, 게이트볼, 당구가 있다. 총 782명이 등록되어 있고, 노인복지관은 하루 250명 정도의 노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노인복지관에서는 경로당 활성화 사업을 위해 강사를 지역 경로당에 파견하여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 활성화 사업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9개 경로당을 선정하여 상반기 사업은 2월에서 7월까지, 하반기 사업은 8월에서 12월까지 주 1회 운영한다. 2014년의 경우 상반기에는 9개 경로당 233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하반기에는 9개 경로당 20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주된 내용은 건강체조를 중심으로 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과 가요교실을 중심으로 하는 여가지원 프로그램이 있고, 기타 특강과 발표 등이 부가된다.
이와 별도로 관학연계 이동복지관사업으로 가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가요교실도 경로당 활성화 사업과 마찬가지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운영되고 있는데, 경로당 활성화 사업 대상 경로당과 중복되지 않게 분기별로 10개의 경로당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에는 10개의 경로당 170명이, 하반기에도 10개의 경로당 170명이 그 대상이었다. 물론 상하반기 경로당도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COP 2회 모임에서는 현 예천군 노인복지관 관장인 김정표 노인복지관장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간담회를 가졌다. 김정표 관장은 먼저 농촌의 독거노인 문제와 찾아가는 문화사업에 대해 강조하였다. 예천지역의 경우 14,000여명의 노인 중 독거노인이 30% 이상인 3,000여명을 차지한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경로당으로 찾아가는 문화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천군에서 특히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는 신풍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와, 전유성 극단과 같은 찾아가는 극단의 설립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하였다. 더불어 1,3세대의 수통을 위한 할베할메의 날 등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 나눴다. 한편 도장섭 노인회장과 마찬가지로 수강생들의 수동성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예천군 노인복지관의 경우 소재지와 지역의 균등한 지원을 위해 여러 모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역 노인들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취미와 건강 활동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요교실이 심리건강과 여가지원을 위해 보편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예천군 보건소는 노인건강을 위해 복지관에 비해 더 전문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보건소 내에 건강지킴이교실을 상시 운영하며 혈압 혈당 채크를 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 경로당을 찾아가는 예쁜치매쉼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예쁜치매쉼터교실은 인지개선 프로그램으로 3월에서 12월까지 주 1회 7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치매관리, 정서안정건강 강좌, 발마사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외에 관내 경로당 방문하여 기초검진, 홍보물 배부를 하고 있다. 주 1회 운동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는데 26개 경로당이 대상이다.
그 외에 신풍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미술치료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신풍미술관은 지역의 미술관을 거점으로 두고 인근 마을경로당을 방문 하여 할머니들의 그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7곳을 진행하다가, 2014년에는 4곳을 진행하였다. 진행 방법은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해 하루의 일과 등 이야기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 서툰 노인들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 자신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며 웃고 떠들며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200~300점 소장되어 있다. 개인은 물론 지역의 기록물로서 좋은 사례와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2. 분석 및 해결과제
이상에서 우리는 예천군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문화예술건강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천군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것은 모든 기관들이 지역의 경로당을 관심의 중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천군 노인 14,612명 중 1/4이 예천읍에, 나머지 3/4이 11개 면에 살고 있다. 농촌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며, 거의 지역 경로당에 소속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마을 경로당에서 알 수 있듯이 농촌인구는 특성상 도시처럼 모여 있지 않고 넓게 산포한다. 이렇게 인구와 면적의 불일치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에 인구적 지역적 편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편중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각 단체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군청이 있는 예천읍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대학과 노인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을 살펴보자. 연령대로는 거의 70대 이상이며, 예천읍과 주변에 거주하며, 성별로는 거의 여성이다. 60대 노인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참여가 적은 이유는 아직 생산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참여자의 거주지가 군소재지인 예천읍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은 농촌 지역이 상대적으로 멀고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도시인 예천읍 가까이 거주하는 7,8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룬다. 상대적으로 농촌지역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경로당이란 말인가? 경로당 사정을 살펴보자.
예천군은 1읍 11면 265리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338개의 경로당이 존재한다. 경로당에 가입된 회원은 총 12,532명으로 전체 14,612명 노인의 86%가 지역 경로당에 가입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마을 경로당은 남녀공동 사용을 목적으로 하나 실제로는 여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경로당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남성노인들의 가입된 것은 아무래도 경로당이 마을차원에서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원비 등의 이유 때문에 명목상으로 가입된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는 면소재지의 경우 남성들이 모이는 경로당이 존재한다. 용문면 같은 경우 남성 전용 경로당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하지만 이것은 특수한 경우이다.
총 경로당 가입 회원의 숫자를 경로당 숫자로 나누면, 경로당 당 평균 37명의 회원이 소속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을 경로당이 여성중심으로 운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15~20명 정도의 노인들이 경로당의 평균인원의 맥시멈인 셈이다. 경로당은 연 운영비로 360만원의 지원을 받고 이것은 주로 난방비로 쓰인다.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들고 농한기인 겨울철은 경로당의 상주인구가 더 많은 편이다. 경로당은 자연스럽게 마을의 회합과 친목 장소가 되며 마을문화의 중심을 이룬다. 예천군의 338개 경로당이 마을 단위로 흩어져 있고 운영되고 있어서 마을경로당은 가히 농촌지역 노인문화의 풀뿌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과 교통의 한계로 인해 상시적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예천읍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인구와 면적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지역편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경로당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이 모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인구와 면적의 불일치에 따른 지역편중 문제를 제외하고 다른 문제는 없을까?
인구에 따른 프로그램 개설의 지역편중 문제는 곧 도시편향성 문제다. 하지만 도시편향성 문제는 프로그램 개설 뿐 아니라, 형식과 내용에도 모두 나타난다. 프로그램 개설의 도시편향성 문제는 이미 언급하였으니, 프로그램 형식과 내용의 도시편향성을 이야기해보자.
먼저 프로그램 형식을 이야기해보자. 대개 프로그램은 커리큘럼식의 일정표와 시간표로 짜여 있고, 강사와 수강생, 혹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 이뤄져 있다. 노인문화예술건강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교육과 학교의 틀로 제한되어 있다. 그것은 중앙집중적 관리시스템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왜 이것이 도시편향성인가? 왜냐면 근대적 도시야말로 중앙집중적 관리시스템에 의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도시는 근대국가의 탄생과 궤를 같이 한다. 근대국가는 프랑스혁명과 같은 시민혁명에 의한 공화국의 탄생을 모델로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화국은 시민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서구적 관료제도와 학교제도의 완성은 근대국가에 의해서 이뤄지고 근대국가는 중앙집권에 의한 통치를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물론 통치의 헤게모니와 수행은 전문가 집단이 장악하고, 이성의 원리에 입각하게 된다. 근대관료제도가 시민의 통치를 위한 시스템으로 탄생했다면, 근대학교제도는 시민의 교육를 위한 시스템으로 탄생했다. 이런 중앙집중적 구도는 필연적으로 주체와 대상을 양분하게 되고, 점차 대상을 소외시키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대상화라고 부른다. 국가는 국민을 대상화하고, 도시는 시민을 대상화하고, 학교는 학생을 대상화한다.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노인복지정책이나 프로그램들이 노인을 대상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보급, 관리, 선도라는 말로 압축된다. 이런 도시적 형식은 분명히 농촌의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프로그램 내용의 도시편향성도 당연하다. 전문강사는 전문성 전달을 목표로 한다. 전문강사는 대개 전문 자격증을 갖거나 그에 준해야 한다. 물론 자격증은 국가가 제도와 법규에 의해 보증한다. 그리고 그 권위를 높이기 위해 보다 특수하고 엄격한 전문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전문가는 남달라야 하면 자기만 할 수 있으면 좋은 거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도 그렇다. 정형화되고 기존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가, 악기, 서예 등 같이 특수한 것일수록 좋다는 식이다. 다분히 도식적이다. 농촌에서 자란 노인들에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낯선 문화다. 왜냐하면 도시가 분업과 전문화에 익숙해 있다면 농촌은 종합과 다양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개설, 형식, 내용의 문제는 노인대학이나 노인교실, 혹은 경로당 지원 사업에 반복된다.
그 결과로 프로그램 참여의 소극성 문제가 나타난다. 1~2회 COP 모임에서 확인하였듯이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은 물론 경로당에서 실행하는 노인대상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부끄러워하고 주체적으로 나서질 않는다. 교육의 경험이 거의 없고 생소한데다가 생산에 지친 연령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이 다소 무리라고 판단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개설, 형식, 내용이 농촌과 유리된 채 도시편향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시켜 보면 우선 농촌 노인들에게 접근하는 문화예술이 농촌의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문화예술과 이질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 교육은 분업화된 도시의 전문 문화예술인의 문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또한 교육이라는 프레임과 복지정책이라는 프레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농촌노인들을 교사-학생 구도도 고착시키고 대상화되도록 만든다. 낯설고 이질적인 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교육 내용이 삶에 융화되거나 발휘되기 어렵고, 노인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한 여가활동이나 건강프로그램이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으로 제시되고 있는 계몽적 도시문화와 달리 농촌에는 전통문화라 불리는 토착문화가 엄존했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의 문화를 계몽적으로 농촌에 이식하려는 시각이 우리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토착적 농촌문화가 근대화 과정 속에서 소외와 배제의 길을 걸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60~1990년은 한국의 개발독재에 의한 근대화 기간에 해당한다.
현재 노인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70대 노인들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 태어나 전쟁을 겪으며 힘들게 산 세대로서 교육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1960 ~ 1990년의 경제근대화 기간 동안 청장년을 보내며 경제를 일으킨 주역들이다. 베이비붐은 이들이 낳은 2세들이고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에 따른 급속한 도시화에 편승해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삶을 살게 된다. 경제근대화 기간은 이농현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기간이다. 이런 한국 근대화의 역사를 떠올려 볼 때 이들이야말로 근대화의 주역이자 희생자임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젊어서 삶 대부분을 생존과 생산에 바친 셈이다. 사실 농촌에서 벌어진 새마을 운동도 농업생산과 생활양식의 근대화운동인 셈이다. 마을길이 넓혀지고 주택이 개량되고 경운기가 들여오고 화학농법이 보급되면서 마을의 공동체문화와 전통문화는 급속히 해체되는 길을 걷게 되었다. 근대화 기간 동안 농촌은 인적 물적 자원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했지만 그 혜택을 도시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농촌은 점차 소외된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결과 경제근대화가 끝난 시점인 1990년대부터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경제가 유일의 목적인 시대에 도시 중심의 발전과 보급은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농촌에 문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근대화의 결과 때문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어색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현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의 소극성은 근대화와 관련된 농촌의 정체성 혼란과 관계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천군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건강 프로그램 운영은 농촌의 정체성을 중심과제로 고려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경로당을 활용한 프로그램 내지 프로젝트로 방식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덧붙여 기존 프로그램과 경로당에서 발견되는 남성인구의 소외 문제와 남녀분리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천읍뿐 아니라 농촌에 위치한 경로당도 대부분 여성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적인 남성노인의 경우 유도회 등 지역의 단체들에 가입하여 활동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소외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가부장사회에서 남성들이 대외적 사회활동이 활발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노인들은 사회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소모임들을 여성에 비해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마을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의 유대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것은 남성중심사회에서 남녀의 사회활동 유형과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유별 하는 전통문화의 영향도 있다. 우선 직업을 통한 사회참여를 요구받고 개인화될 수밖에 남성에 비해, 안에서 가정을 책임지고 교통수단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그들의 사회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은 지역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로당일 수밖에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농촌에서 개인화되고 소외된 남성노인에 대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건강한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위해서라도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현장조사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는 먼저 2014년 12월 28일 예천군 상리면 소내실을 방문하였다.
소내실의 정식명칭은 송월리로서 예천군 하리면에 속해 있으며 상리면과 경계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소백산에서 월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범위에 드는 산간에 위치한 농촌마을이다. 송월리는 2개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소내실과 월감마을이 있다. 월감마을은 남동발전소가 생기면서 도로 건너편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소내마을은 45가구 86명 주민이 거주하고, 월감마을은 21가구 4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한다. 두 마을의 거리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별개의 마을처럼 인식되고 있다. 송월리의 농사는 전통적으로 벼농사와 담배재배를 하였지만, 점차 사과농사와 버섯 재배 등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여왔다. 하지만 농지가 넓지 못한 산간인 탓에 대규모 농사는 어려운 편이다. 이들 마을은 산골에 위치해 있고 인구가 적으며 교통이 불편한 탓에 다른 커다란 마을들에 비해 혜택을 못 받는 소외된 곳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소내실 마을을 방문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도시형 프로그램의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약간은 소외된 반산촌의 농촌마을이기 때문이다.
소내실 마을회관에 40여분의 마을 어른들이 모였다. 월감마을과 함께 모이는 것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서먹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소내실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김두년 연구원이 소내실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마을사람들 모두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풍물공연과 레크레이션에 이은 다과회를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상이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어 인터뷰 팀도 둘로 나눠졌다. 다소 소란스런 분위기였지만 준비해간 질문을 하나하나 해나갔다. 남자들의 대화에서는 짚공예 등 전통공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여자팀에서는 살아온 이야기와 음식, 놀이, 전쟁 등의 이야기를 하고 이웃마을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내며 풍물, 요가 등에 강습을 받고 싶어 했다. 상대적으로 마을인구가 많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큰 마을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화기애애하고 왁자지껄한 가운데 인터뷰가 종료되었다. 긍정적인 열의 때문에 연구원들은 이 마을에서 무엇을 하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1차 인터뷰를 바탕으로 1월 14일에 심층인터뷰를 다시 갖게 되었다. 1차 인터뷰에서는 전통놀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역시 1차 인터뷰처럼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연구원들까지 고무되어 연 만들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1,3세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나가자는 데까지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9차 COP 회의에서는 군내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전통놀이 선생님 배출과 1,3세대 연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해보기로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 2월에 전통놀이 선생님 배출을 위해 2~3가지 전통놀이 전수 과정을 계발해 실행하고, 감천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전통놀이 선생님이 전통놀이를 전수해주는 프로젝트이다. 마을의 재능 있는 인적 자원을 육성하여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 1,3세대 간의 소통과 전통의 전수를 목적으로 하였다.
더불어 풍물, 요가, 가요교실 등 기존의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호의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참여가능한 마을 인구가 15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웠다.
월감마을과 묶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되 교통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외지역을 계속 방치하게 된다. 특히 풍물에 대한 욕구가 강했는데 풍물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어울려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잃어버린 마을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 단절된 당산제라든가 지신밟기 등 세시풍속을 찾는 프로젝트를 마을풍물패 조직을 통해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장조사한 마을은 용문면 소재지에 위치한 용문경로당이었다.
용문경로당은 일반적인 마을경로당이 아니라 용문면의 소재지에 위치한 면단위 경로당이다. 용문면은 26개 리에 인구 39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용문면 소재지는 십승지의 하나인 금당실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강한 전통의식을 가지고 있다. 계절에 따라 경로당을 찾는 숫자의 변동이 있지만 대개 40 ~ 60명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용문경로당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 전용경로당이라는 데 있다. 용문면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아도 각 리에서 각기 교통수단을 이용해 오기도 한다. 대개 유지급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용문경로당을 방문한 것은 2014년 12월 31일이다. 50여분의 노인들이 참석하였다. 다과를 들며 섹스폰 공연을 본 뒤 용문면 경로당 현장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전반적으로 경로당 노인회장이 대답하고 몇 분의 노인이 거들어 이야기 하는 형식이 되었다. 경로당 최연소 노인이 75세로 대개 활동과 참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꺼려한다고 하였다. 대개 화투, 장기, 마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때는 한문교실을 2층에서 마련해보았으나 장소문제 때문이었는지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대체로 수동적이고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위로공연과 방문에 호의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자들도 실망감을 나타내었다. 남자들만 다니는 면단위 경로당의 특수성도 있지만, 용문면이 가부장적 양반의식이 강해 보수적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용문경로당 같은 경우는 기존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별 반응이 없이 귀찮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한편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체된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80대 남성노인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될 것이다. 버스나 오토바이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일부러 면단위의 경로당에 모이는 것 자체가 사회참여의 방식이자 의례인 셈이다. 그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위무공연과 재롱잔치에 대한 호의도 의미 있게 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 눈에 띈 것은 경로당과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용문초등학교와 솔숲이었다. 우선 두 가지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용문초등학교 학생들과 경로당 노인들과의 1,3세대 교류를 재미난 옛놀이문화나 천자문교실 따위로 열어줄 수 있다. 용문경로당에 오는 노인들의 식자층인 경우가 많고 또 옛놀이에는 대개들 정통하므로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용문초등학교와 협력사업을 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둘은 용문초등학교의 운동장과 솔밭의 활용이다. 85세이상의 노인에게도 게이트볼 같은 경우는 바람직한 운동이다. 하지만 경로당과 바로 붙어 있는 장소적 편리성이 겸비되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의욕을 가지고 개설한 노인대상의 한문교실이 실패한 이유는 오히려 공간의 문제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2층의 추운 공간 문제가 물리적 한계로 작용하였다. 또한 자존심이 강한 노인들 대상이었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용문경로당의 경우 재능과 공간,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Ⅲ. 제언 및 결론
이상과 같은 연구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우선 현행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측면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도 현실에 더욱 밀착하도록 조정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근대화의 특수성과도 일치한다. 한국근대화는 30년간의 압축성장에 의해 지나친 중앙집권에 의한 중앙집중화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도시와 공업의 급팽창이라는 서구식 근대화는 상대적으로 농촌과 농업과 전통문화의 상실을 초래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가 농촌에서 만나는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농촌과 농업과 전통문화를 살리겠다고 근대화 자체를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롭게 주어진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가능성 또한 있는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흐름도 있는 것이다. 본 고찰에서는 그렇게 커다란 범위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때문에 현실의 가능한 범위에서 가능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의 계승과 부정의 발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선 현행 노인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이원화된 운영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예천군 소재지인 예천읍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교과의 중앙집중형 도시형 프로그램들이다. 여기에는 여러 노인대학과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교실들이 포함된다. 개인주의 시대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줄 있다. 물론 수강생들의 소극성과 참여 문제는 전향적인 프로그램 계발을 필요로 할 것이다. 둘은 경로당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분산형 건강 여가 프로그램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가요교실과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노인의 육체와 정신 건강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건강과 여가활동 프로그램들은 분명 유의미하다. 하지만 지역 구성원들의 진단과 적합성 판단 없이 중앙집중적 보급 정책에서 비롯된 프로그램의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때문에 각 단체는 지역 경로당을 찾아가는 사업을 비롯해 지역 경로당 활성화 방안에 대해 보다 전향적 고민이 필요하다. 노인복지관에서 지역을 찾아다니는 극단을 구상하거나 1,3세대 소통을 위한 문화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모범적 사례로서 우리는 신풍미술관에서 지역 경로당을 대상으로 벌이는 할머니들의 그림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신풍미술관의 사례에서 우리가 눈여겨 본 것은 할머니들의 그림 작업이 자기 삶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종의 미술치료로서의 효과도 가질뿐더러 개인과 농촌의 정체성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더불어 그와 같은 기록물 축적에 의해 개인의 경험과 농촌의 역사서술의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근대화의 기여자이자 희생자였던 농촌과 노인들에게 정체성을 찾게 하는 일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에서 제시한 프로그램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마다 가진 고유한 역사와 경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과 마을의 정체성은 곧 개인의 경험과 마을의 역사에 의해 쌓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 보다 마을에 대한 자원조사를 통한 마을 역사와 개인 경험의 서술과 그에 적합한 프로젝트를 펼쳐나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노인들의 삶과 역사를 반영하고 그것을 재조명함으로써 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찾아주고, 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마을문화의 역량을 활용해 문화예술의 주체로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예술 기획의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과 근대의 단절을 서서히 극복해나가고, 신풍미술관과 같이 성과물을 자료화하여 축적함으로써 민중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시키는 지역문화운동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재정과 효율 논리로 이러한 노력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마 사례일 것이다.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하나의 좋은 사례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할지 모른다.
군 전체에 산탄처럼 흩어져 있는 농촌의 마을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농촌문화예술을 재조명하고 활성화하여 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와의 소통의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주된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앞의 두 문제, 즉 노인의 성별, 지역별 소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예천군 노인문화예술교육의 다원적 구조를 의미한다. 노인회, 노인복지관, 보건소 등에서 운영하는 교양, 건강, 심리치료 프로그램과 더불어 농촌의 마을 경로당을 활용해 마을의 경험과 역사를 파악하여 기록하고, 그에 적합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마을 경로당을 농촌의 공동체 문화와 예술의 산실이 되도록 육성하고 네트워크화 해 나가는 것이다.
본 연구 결과로 예천민족예술인총연합은 소내마을, 그리고 지역의 감천초등학교와 함께 1,3세대가 소통하는 전통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전체를 흔들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옆의 또 다른 작은 움직임을 부르고, 그것이 전체에 파급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