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이라고 해야겠지
초록들의 바퀴가 구르는
유월의 숲으로
리듬이 올라오고 있다
땅을 밀어낸 물결의 흐름으로
매일 새롭게 몸 만들며
수런대는 유월의 숲 속으로
바람이 걸어들어가면
파랑파랑의 그 냄새
하늘로 날아오른다
사람 사는 섬까지 그 냄새
가 닿는다
그렇게 세상이 젖는다
이종암 시집<물이 살다 간 자리>에서
'유월의 숲'
보리를 베어낸 논에
보릿대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논에 물을 대고 갈아 업어
늦은 모내기를 해야 하는
마음들이 바쁘게 논두렁을 걸어갑니다.
'유월의 숲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바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파랑의 냄새'에
젖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유월
수천년을 저렇게 묵묵히 흐르는데
아침마다 이 강을 건너는 나는
朝不慮夕, 그저 紛紛한 마음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들이 크고 우람한 것은
그 정자나무 밑에 정자나 평상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거나 즐겁게 노는,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여서
사람들의 즐거운 기운이 나무에 전해져
그 영향으로 튼튼하게 오래 사는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신바람 농법에 관한 글을 읽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냐말로
相生의 삶이 아닌가.
꿀 따러 갔다가 돌아온 친구의 목소리에서도
즐거움이 묻어나 참 좋았습니다.
백두대간의 꽃향기가 배어나는, 오랫만에 듣는 그 목소리
해발 삼천 로키산맥
바람도 얼어붙은 수목 한계선
한계를 넘으려다 뒤틀린 육신
버티다 버티다 무릎이라도 꿇은 듯
그렇게 말라버린 나무여
기억할 만한
한 줄의 전기도 없는 이름이여
그러나 듣나니
마침내는 얼어붙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바이올린이 되어
우리 마음의 무릎을 펴주는 나무여
그대, 무릎꿇은나무여.
조현설 시집 <꽃씨뿌리는 사람들>중에서
'무릎꿇은나무'
여윈 섬진강을 거슬러
어머니 가 계신 큰누이 집에 갔습니다.
물이 없어 모를 꼽다 만
산골 논들 쩍쩍 갈라지는 뙤약볕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이대로 보타져버릴 메마른 가슴같은..
매실을 땄습니다.
꽃 피었을 때는 향기에 취해
그저 매끄럽게만 여겼던 매화나무가
열매를 따려고 올라가보니
가시를 세우고 쉽게 얻으려 하지 말라는 일침을 줍니다.
돌아와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노동이 주는 단 잠입니다.
목이 타는 아침입니다.
들판을, 야윈 강을 적시는
빗소리가 듣고 싶은 아침입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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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08
보낸날짜 2001년 06월 08일 금요일, 오전 10시 05분 12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선암사에서 산길로
네시간 정도
맑은 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몸과 마음을 씻고
송광사 일주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법고를 듣노라니
아득하게 살아나는
아버지 생각
어릴 적엔 품에 안겨
뜰안의 배롱나무
눈부신 꽃잎을 셌지
나이 들어선 뫼시고
심평천 하얀 물결에
야윈 발목 씻겨드렸지
북소리는 천지간의
어둠과 빛을 헹구어서
잃어버린 정한을 깨우나니
적막한 산사는
잔설 속에 고요하고
눈물처럼 고이는 그리움
어느 시공을 건너가야
만나뵐 수 있을까.
김재균 시집<달빛 아래 찔레꽃>중에서
'아버지 생각'
'송광사 일주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법고' 소리를 듣는 시인의
어깨 너머로 까맣게 밀려 드는
그리움이 보입니다.
언젠가 동학사에서 듣던
비구니스님의 법고소리
가슴에 둥둥 울려옵니다.
그리운 이름에게로
아버지의 목소리로,
다들 한자리에 서서
듣는 법고 소리지만
가슴에 와서는 제각각의 소리가 됩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
아침 일찍 섬진강가에 섰습니다.
옅은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출렁이는 강물에
법고소리 실려오는 듯 한 아침입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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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1
보낸날짜 2001년 06월 11일 월요일, 오전 09시 36분 36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꽃웃음 뜰앞에 비뿌리고
소나무 난간밖에 바람이 울다
그대여 무엇찾아 헤매이는가
이것이 바로 그대찾는 그것인것을
석지현編譯의 <禪詩>중에서 '꽃웃음 뜰앞에'
메마른 대지에도
개망초, 땅찔레 하얗게 피어
벌나비 분분코
바다 가차이 온 강물 걸음을 늦춰
지나온 산과 들을 돌아봅니다.
'그대여 무엇을 찾아 헤매는가'
'그대여 무엇을 찾아 헤매는가'
흐트러진 마음 일으켜 세워보는 아침입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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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2
보낸날짜 2001년 06월 12일 화요일, 오전 09시 05분 03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내 가장 그리운 마을에 찾아가면
그들은 가난하여 불은 없지만
마음 한모서리가 너무 희어서
그 어느 어둠 속에서도
누구나 한가지씩 밝은 생각을 내느니
한밤 몰래 숲길에 들어서면
몸을 벗는 나무들
거기 맑은 물살만 남더이다
거울 닦으면 보이는 집이 있어
달빛도 와서는 가만가만 내려앉고
소리없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
아, 밤꽃이 피다말면 여자가 된다는데
머리를 끄덕이며
끝없이 가고 있는 흰 돛폭이여
남해는 눈을 감고 바라봐도
차마
차마
가슴이 아프더이다.
강인봉 시집<첫사랑>중에서 '밤꽃'
산에 들었다가 산을 내려와
바다에 들어 불을 때다가
엿장시 가위들고
이 땅을 떠돌았다던 사람
문득, 내 깊은 밤 속으로 들어와
머리맡에 앉아
'이 사람아, 허어, 이 사람아'
깨치지 못하는 나를 두고
자기 가슴을 치고 있다.
강원도 지역에 사십미리의 단비가
내렸다는 소식에
마음이 흥건해지는 아침입니다.
천둥벼락아 내려와라.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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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3
보낸날짜 2001년 06월 13일 수요일, 오전 11시 37분 32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작고 힘없이 흐른다고
깔보지 마라.
우리가 모이고 모여서
마른땅 적시고
벽을 무너뜨리고 넘어서
한데 어우러져서
큰바다로 가느니
낮은 곳으로만 간다고 얕보지 마라.
그늘진 곳에서 산다고 우습게 보지마라.
이대의 시인의 '개울물'
.......................................
새벽 잠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지난 번 밤중에 올랐던 산의 기억을 꺼내 깎다가
어둑 새벽 산으로 갔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아, 환하게 피어있는 자귀꽃들
아랫쪽은 하얗고 윗쪽은 붉은 자태가
공작새 꼬리 같기도 하고
꽃부채 같기도 한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밤꽃 지고 땅찔레 피어 지고
호명을 하면 네~ 하고 손을 들었다 내리는 아이들처럼
차례차례 피었다 지고 또 피어나는 꽃들
자귀꽃 그 예쁜 모습이
아침 강을 건너서까지 나를 따라옵니다.
어젯 밤 윗녘에 비 내렸다는데
그 비 만나보셨는지요?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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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4
보낸날짜 2001년 06월 14일 목요일, 오전 10시 07분 03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덧난 기억의 생채기들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돌아 앉는다
처음의 상처는 아물어 가느데
그 주위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상처난 곳은 너무 아파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빙 둘러 주변 맨살만 긁어대니
상처가 상처를 낳고
아문 상처위에 긁적긁적
또 다른 상처
<함께가는 문학>중에서 고영심의 '상처'
나 역시 '상처'는 건드리지 못하고
상처 곁만 긁적거리는게지 하는 생각에
깜박이는 커셔는 어서 쓰라고 강요를 하지만
한 참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빙 둘러서, 에둘러서 사는 것이야
곧바로 갈 수만은 없는게지
잘라버려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고
몸 안에 키우고들 사는게야
내 할 말을 다하고 살 수 없는게지
그렇게 조심조심 살다가도 불쑥 한마디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내고 마는데,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고 난 하늘은 말금해졌습니다.
들도 한층 푸르러졌구요.
누군가에게 긴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강물빛을 담아 온 아침입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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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8
보낸 날짜 2001년 06월 18일 월요일, 오전 10시 10분 28초 +0900 (KST)
보낸 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 이 "Daum 칼럼 회원"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과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의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에서
'국수가 먹고 싶다'
.......................................
일어나 창을 여니 물비린내가 물큰
덮쳐왔습니다.
얼마나 맡아보고 싶던 내음인가.
비가 내리는 아침 산에 올랐습니다.
조금 오르다보니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젖지만
기분은 맑아옵니다.
빗물은 금새 산길을 타고
작은 돌멩이들을 몰고
누우런 흙물이 기세 좋게 내려옵니다.
산을 다 오르지 못하고
그 빗물들을 따라 산을 내려옵니다.
산을 내려 온 빗물들
밭고랑을 타고 스며드는 것을 바라보다
돌아 온 아침입니다.
찔끔거리던 빗물이
스미지 못하고 흘러버리더니
이 아침 비는
대지에 푹 스며듭니다.
서로의 가슴에
그렇게 푹 스미는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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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19
보낸날짜 2001년 06월 19일 화요일, 오전 09시 36분 20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긴 강을 그릴 터이다.
물은
그리지 않아도 보일 터이니
붓 지나간 자리만 흘리고
산으로 산을 감추고
나무로는 나무를 감출 터이다.
그리고
깎아지른 벼랑 아래
작은 공간을 깨트리는
점 하나 있으니
오래된 나루터이다.
<시와함께 사화집>에서
김주혜의 '산, 물 그리고 나'
장대비 쏟아지는 전라도 길 나섰는데
강 건너 경상도 길 비 그쳤습니다.
샛강에서 흘러드는 흙탕물들이
강 한켠에 누런 띠를 만들어 놓는 모양을
비구름에 가려 희미한 산자락들
내다보고 있습니다.
논 물을 빼고 논두렁을 둘러보느라
바쁜 강변의 아침
내 마음도
어디 *방천난 데 없나
한번 둘러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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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20
보낸날짜 2001년 06월 20일 수요일, 오전 09시 36분 17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쪽박새가
어두운 숲속에서
아카시아 가지를
흔들고 있을까
별을 바라보는 일보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더욱 황홀한 밤
향기 따라
걸어서 걸어서 가다보면
거기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아카시아 허옇게
날리는 그 어디쯤
이학영 시집<눈물도 아름다운 나이>에서
'초여름 밤'
비 그친 밤산에 올랐습니다.
한껏 목을 축인 산에는
쪽박새 우는 숲은 한층 우거지고
칡넝쿨들은 슬며시 길쪽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어 봅니다.
따라나선 아이는
어두워져 가는 산 속에서
하얀 물웅덩이만 보아도
멈칫 멈춰서 나를 부릅니다.
산이 깊어갈 수록
내 손을 붙잡는 힘이 세집니다.
아이야,
우리들 가는 길은 환하기만 한게
아니고 때로는, 혼자서
어두운 먼 길을 가기도 해야한단다.
그렇게 맘 속으로 일러주며
밤 산길을 올랐다 내려왔습니다.
내 메말라 있던 골짜기를
울리던 힘찬 물소리가 따라와
가슴으로 흐르는,
누런 강물이 숨을 고르는 아침입니다.
이내 맑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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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진강 편지-0621
보낸날짜 2001년 06월 21일 목요일, 오전 09시 37분 20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남의 몸에 앉아도
제 몸의 무게조차 싣지 않는
투명한 영혼
손끝에 닿는 미세한 떨림
숨죽여 듣는다 네 가슴의 소리
무너져 내릴듯
온몸을 울린다
천 개의 겹눈으로
눈물겨운 세상 고루 살피고
온갖 아픔을 오색 날개로 덮는 너
온기조차 남기지 않는
앉음새 소리없이 왔다가
어둠처럼 가는 삶
<녹색평론>중에서 조혜미의 '잠자리'
과속단속 감시카메라에
찍혀 날아온 통보서
시속 126Km
26Km의 초과 속도 만큼
나는 세상을 앞질러 왔을까
그 속도만큼
나의 삶은 풍요로워졌을까
자꾸만 조급해지는
나를 탓할 줄 모르고
재수 탓 하는 마음이여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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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22
보낸날짜 2001년 06월 22일 금요일, 오전 09시 05분 12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우네
물고기 처량하게
쇠 된 물고기
하릴없이 허공에다
자기 몸을 냅다 치네
저 물고기
절 집을 흔들며
맑은 물소리 쏟아 내네
문득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절 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
서정춘 시집<봄,파르티잔>중에서
'풍경'
푹푹 내지르는 세상에
28년만에 그윽한 시집 한권 낸,
가슴에 넘치는
어찌할 수 없는 뜨거움에
불 속으로 뛰어 들어
손을 태웠다는,
늙어 갈 수록
맑아지는 강물 같은 사람
닮고 싶구나.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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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23
보낸날짜 2001년 06월 23일 토요일, 새벽 05시 05분 02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당신, 돌을 던져서 쫓아버릴 수 없고
당신, 칼로 베혀서 져버릴 수 없다
차마, 사랑은 물로 된 육체더라
서정춘시집<봄, 파르티잔>에서
'당신'
돌을 던져 쫒아버릴 수 없는,
칼로 베어 잘라버릴 수 없는,
'당신' 세 줄 시를
끝내 다 못 읽고
새벽 네시의
비 그친 거리를 내려다 봅니다.
빈 택시 지나 간
횡단보도를 건너는
고양이 한마리
문득, 뒤를 돌아다 보는
24시간 슈퍼마켓 앞
비에 젖은 소리들은
미끄러져서
멀리까지 달려가는 것일까.
비에 젖은 소리들은
메마른 소리들 보다
무슨 절절함이 있는 것일까.
장마가 시작 된답니다.
눅눅해지지 않게
마음의 보일러도 켜보시구요.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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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편지-0628
보낸날짜 2001년 06월 28일 목요일, 오전 09시 39분 33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커지는 산을 본다
새벽
푸른 안개에 닫혀
차마 사랑한다 말도
제대로 못한 갑갑함을
풀어놓는다
산을 지키는 것은
크고 잘 생긴 나무가 아니란 것을
그대는 아는가
튼튼한 나무는
일찍 잘리어 어느집 서까래로
잊혀져 가고
산을 푸르게 지키는 것은
휘어지고 못생긴 나무란 것을
내가 그리워 하는 것은
늘 부족함으로 가슴 아파하는
작은 그대란 것을
<학산문학> 중에서 박경순의 '그대에게'
70년대 산업화 열풍으로
너나없이 도시로 도시로 내달리더니
80년대 농촌은 텅빈 마을이 되어 갔지요.
쓸만한 놈은 다 서울가고
흑싸리 껍데기만 남았다던 말
그 시골을 지킨 것,
크고 잘 생긴 나무가 아니라
휘어지고 못생긴 나무란 것을
시인의 산을 보며 생각합니다.
아침이면 해를 마주보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려왔다가
저녁에 다시 해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리는
해바라기 같은 나의 길
다가서면 꼭 그만큼만 보여주고
다가서면 또 그만큼만 보여주는
안개 속에서 가야할 길을
떠올려보는 아침입니다.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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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0629
보낸날짜 2001년 06월 29일 금요일, 오전 09시 05분 03초 +0900 (KST)
보낸이 "Daum 칼럼 칼럼니스트"
받는이 "Daum 칼럼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