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족이 사는 섬
SBS 모닝와이드 뉴스
일본 북해도 남서 해역 부근에서 진도7.6의 지진 발생,
국지적으로 30m의 높은 쓰나미파의 쳐올림이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 동해안 일부에서 쓰나미 월파고가 관측되었음.
중생대 이후 가장 활발한 지각운동이 시작 되었다
바다에는 물이 마르고 수평선이 없어지고
섬들은 하나 둘씩 기형화 되어 도심으로 기어 나왔다
불안한 지층은 자고 나면 융기되거나 침강되었다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섬들 사이에서
자동차들은 거친 파도처럼
갈기를 세우고 밀려왔다 밀려가고 있다
나는 유대인이 되어 바람막이 없는 교통섬에서
초조하게 모세의 기적을 기다린다
온종일 나를 괴롭혔던 애굽인*들이
아직도 목덜미를 잡으며 놓아주지 않고 있다
파란불이 켜지자 바닷길이 열리고
쫓기던 유대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친 환경 로고가 그려진 자연&아파트 단지 옆,
초록색으로 덧칠된 선박 카페 한척이 정박해 있다
선상에서 주위의 섬들을 바라보고 있다
툭툭 터진 마른 갯벌사이로 푸른 바닷말이 간간히 보이고
촘촘히 떠 있는 섬들은 날이 갈수록 견고한 석회석으로 진화되어 갔다
한 무리의 좀비족들이 석회석 동굴 속으로
일개미처럼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애굽 : 고대 이집트국가로써 유대인을 노예화하였음.
바오밥나무가 있는 별나라
내가 살고 있는 별나라에는 바오밥나무가 울창하다.
그곳에는 태생에 대한 비밀이 있고
고향의 전설과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
별나라를 갈 때에는 주민등록증도 필요 없고
비자와 여권이 필요 없다
비밀번호 하나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나는 별나라를 가기 위해
하루 종일 땀에 젖었던 발을 말리며
도심의 유리관 속에서 꽃이 필 때를 기다린다
어두워지는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날 즈음
별나라로 가는 문턱에서 비밀번호를 꾹꾹 누른다
몇 번씩 클릭 하는 숫자 앞에 나타나는 불청객
번호가 틀렸으니 다시 한 번 눌러 주세요
몇 개의 숫자를 조합해 가며 번호를 누른다
힘을 주어 반복하기를 다시 몇 번
철컥, 문이 열린다
현관 게시판에 나란히 꽂힌 메모지들
“문화센터에 갔다 오겠음”
“오늘 친구와 저녁약속 있어 늦습니다”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이사 올 때 증정 받은 거실의 걸개그림에는
바오밥나무 한 그루가 모래 바람을 맞으며
꼿꼿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판화처럼 음양의 윤곽이 뚜렷한
바오밥나무 갈피사이로 적막이 숨어 있다
나도 바오밥나무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별이 총총한 사막의 밤하늘에서 별 비가 내리고 있다.
[정 겸 시인 프로필]
2003년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등단
이메일 : jungsl@g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