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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지하 쇼핑몰인 ‘글로부스’의 내부. 내부 방침에 의해 촬영이 불가능하다. | |
‘셰브첸코의 나라.’ 조금 과장해서 우크라이나는 셰브첸코의 나라다. 두 사람의 셰브첸코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먼저 타라스 셰브첸코(1814~1861). 농노의 아들로 태어나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쓴 민족 시인이자 조국의 자유를 외치다 죽어간 독립투사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윤동주+김구’ 같은 위인이라고나 할까? 물론 셰브첸코는 지금도 살아 있는 역사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최고 명문 대학인 키예프대학의 정식 이름은 ‘셰브첸코 T. G. 키예프 국립대학교’다. 이 나라 어느 도시를 다녀도 셰브첸코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거리·박물관·극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더 유명한 셰브첸코’는 축구 스타인 안드리 셰브첸코다. 요한 크루이프가 ‘무결점의 스트라이커’로 칭송했던 현역 최고의 축구 선수다. 물론 돈도 많이 벌었다. 올해 잉글랜드 첼시 구단으로 이적한 그는 3000만 파운드(약 532억원)의 몸값을 받는다. 모국 사람들은 그를 그라운드보다 거리의 광고 입간판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다.
BMW가 경호차량으로 쓰여
우크라이나 경제 얘기를 하는데 새삼 셰브첸코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안드리 셰브첸코의 ‘다른 돈벌이’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는 모국 수도인 키예프에 ‘아르마니 매장’을 가지고 있다. 이 억만장자에게는 ‘껌값’이겠지만 이 매장 수익이 꽤 짭짤하다고 한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1인당 국민소득 1747달러 나라에 아르마니 매장이라니?
산술적으로 따지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연소득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소득으로 보면 중국(1740달러)과 비슷하다. 세계 130위권이다. 못살아도 한참 못사는 나라다. 그런데 씀씀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키예프에서는 말이다.
키예프 중심가의 지하 쇼핑센터 ‘글로부스(Globus)’. 지구 모양을 본떠 만들어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작은 코엑스 쇼핑몰’을 연상하면 된다. 한국의 코엑스몰 위에는 무역센터와 아셈타워가 솟아있는 반면 글로부스 위에는 ‘마이단(독립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52m짜리 독립기념탑이 그 상징이다. 91년 8월 24일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독립을 선언한 곳으로, 이제는 2004년 12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렌지 혁명’이 벌어졌던 성지로 유명하다. 2002년 6월 완공된 글로부스는 한편으론 키예프 소비의 중심이기도 하다. 200개가 넘는 의류·액세서리·이동통신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서 밤 10시까지 손님을 기다린다. 글로부스 지하 2층 ‘마에스트로’라는 커피숍 주인인 예브게니 알라는 하루 평균 1500그리브나(약 3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그는 “지금은 불경기다”며 “한겨울에는 매상이 3배로 뛴다”고 소개했다. 2평 남짓한 매대에 테이블 4개를 놓고 커피와 음료를 파는 매장치고는 꽤 쏠쏠한 수입이다.
글로부스 밖으로 나오면 왕복 8차로의 대로와 만난다. 크리샤틱 거리(Khreschatik St.)다. 독립광장부터 고급 쇼핑몰인 아레나시티에 이르는 1.5㎞ 구간을 크리샤틱이라고 부른다. 인근에 국회의사당과 마린스키 공원이 있다. 서울로 치자면 명동과 여의도를 합쳐놓은 곳이어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국민차로 불리는 자파로지아 자동차공장(ZAZ)의 ‘라노스(한국 GM대우의 라노스와 같은 차종이다)’가 주종이다. 20년 이상 된 러시아 브랜드 ‘라다’와 ‘지글라’도 보인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BMW와 포르셰다.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17세 된 아들이 BMW 딜러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도 BMW는 당연히 부자들의 차다. 그런데 더 큰 부자들에겐 ‘경호차량’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개 세계 최고급으로 통하는 ‘마이바흐’를 탄다. 키예프에서는 앞과 뒤에 BMW를 대동하고 어슬렁거리는 마이바흐 군단을 가끔 볼 수 있다. 올리가키(과두재벌)의 행차다.
우크라이나 시장의 특성 |
●탱크는 만드는데 중공업·군수산업 중심 산업구조로 경공업 취약 경공업, 특히 소비재는 수입에 의존
●러시아 없인 못 살아 수출의 21%, 수입의 36% 러시아에 의존 특히 원유(90%)·천연가스(30%) 의존도 높아
●생활은 이미 유럽 국가 유럽 문화 이식돼 서구적 생활에 익숙 독일·미국·이탈리아·프랑스 진출 활발 | |
눈으로 고급 자동차 행렬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명품 쇼핑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아레나시티에 닿는다. 아레나시티는 옛 대우그룹과도 사연이 있는 건물이다. 원래는 대우 계열사들이 오피스 빌딩으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모(母)그룹이 부도나면서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결국 터키·프랑스 등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고급 쇼핑센터(만다린 플라자),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자동차 전시장 등을 하나로 묶은 ‘돈 쓰는 도시’를 지었다.
만다린 플라자는 한국의 여느 명품 백화점 못지않다. 훨씬 럭셔리하다. 스위스제 가구, 이탈리아제 테이블, 독일제 시스템키친 등이 즐비하다. 가격 표시도 유로화로만 돼 있다. 어지간한 소파나 테이블은 1만 유로(약 1200만원)를 훌쩍 넘는다. 한 켤레에 500만원 한다는 프랑스 수제화 ‘벨루티’도 입점해 있다. 이탈리아 명품가구 브랜드 ‘몰테니’의 한 판매직원은 “매출은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약을 받아서 팔고 있고 가끔 현금 다발을 들고 오는 손님도 온다. 앞으로 이런 고급 매장이 몇 개 더 생길 것이다”며 우크라이나 부자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카메라를 꺼내자 “촬영은 절대 불가”라면서 가로막는다.
소득에 비해 여유로운 삶
TV라고 다르지 않다. 케이블 채널 ‘IC TV’에서 방영하는 ‘스베스게 흐로니키’라는 프로그램이 흥미를 끈다. 카차 오사드 차야라는 젊은 여성 리포터가 밤마다 벌어지는 파티를 찾아다니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정치인은 물론 유명 기업인들이 미용실에서 머리 다듬는 것부터 유행하는 화장·옷차림 등을 TV로 낱낱이 중계한다.
이들은 당연히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나온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전파를 탔다면 “사회적 위화감을 부추긴다”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키예프 시민의 반응은 “재미있는데. 그래서?”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 부자들만 특별히 씀씀이가 큰 것일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을 살펴봐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도네츠크에서 만난 스웨틀라나 쑴초바. 올해 29세의 그녀는 대학 졸업 후 결혼해 7세 된 남자 아이를 하나 데리고 있다. 3년 전 이혼했는데 전 남편으로부터는 한 푼의 생활비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쑴초바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하는데 월 평균 200달러를 벌고 있다. 그다지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며칠 전 네일아트 숍에서 손톱을 물들였다”며 손가락 자랑에 여념이 없다. 몇 가닥씩 딴 머리를 가리키자 “새로 치장하는 데만 200달러를 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른손엔 300달러가 넘는 휴대전화가 들려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휴대전화 갖기 열풍이 불어 금세 가입자가 1800만 명을 넘었다. 2004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사용자는 1370만 명에 불과했다.
어쨌든 얘기가 나온 김에 저축은 얼마나 하느냐고 물었다. “7~8월 휴가비용을 만들기 위해 일을 더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휴가철인 7~8월엔 경제가 그야말로 멈춘다. 도시민들이 잔뜩 짐을 싣고 남부의 크리미아 반도나 오데사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들은 일주일에서 한 달 가량의 넉넉한 휴가를 즐긴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이 나라 경제수준을 평가해선 안 된다. 공식통계로는 2000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실질 구매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된다. 도네츠크국립대의 이반 알렉산드로프 교수(도네츠크경제연구소장)에 따르면 “지하경제를 감안할 때 국민 1인당 실질 구매력은 최소한 5700달러가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경제 15년이 지나는 동안 구매력 있는 중상위 계층을 전체 인구의 20%라고 보는 데 별로 이의가 없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구매력 평가(PPP·해당국의 환율을 감안해 소득수준을 따진 금액) 기준 1인당 GDP는 7200달러에 이른다. 이웃한 동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전혀 적은 수준이 아니다. 안드리 스타브스키 키예프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코멘트를 보태면 이렇다. “공식적인 숫자를 믿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크라이나에서 기회가 보입니다.”
안드리 스타브스키 키예프대학 경제학과 교수 |
“투자하면 틀림없이 크게 성공”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안드리 스타브스키 키예프국립대 교수는 30대 후반의 젊은 엘리트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은 물론 재무부에 근무하면서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동·서 갈등, 과두재벌의 득세 같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우크라이나의 향후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거리를 보면 20만 달러가 넘는 포르셰와 BMW가 굴러다닌다. 1인당 국민소득 1700달러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 숫자는 사실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을 3300억 달러라고 추정한다. 정부 추산으로 38%의 GDP가 지하경제다. 2년 전엔 50%가 넘었다. 소련 붕괴 후 물가 안정이란 게 없었다. ‘수치’를 우크라이나 경제를 보는 바로미터로 삼는 건 무리다. 투자에 관한 거라면 이런 수치를 생각하지 말라.”
그러면 무엇을 봐야 하나? “어디 투자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돈이 있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지난 2년 동안 매출이 2배로 늘었다. 삼성 말고도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우크라이나, 특히 키예프의 시장성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왜 키예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나눠서 설명하는가? 키예프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가? “키예프는 특별하다. 키예프는 지방에 비해 세 배 이상의 경제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다른 유럽 지역과 비교해 가격이나 투자비용은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특히 키예프에 투자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경제 발전에 장애물은 무엇인가?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가는 변화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사람들이 아직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 못하다. 둘째 문제는 우리 경제가 몇몇 부자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구역’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보면 두 개의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동쪽 지역은 발달이 잘 돼 있다. 대기업들이 많다. 서쪽은 아직 농업·관광업에 치중할 뿐이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다르다. 그래서 하나의 합의를 찾는 데 항상 문제가 생긴다. 셋째는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GDP의 68%가 수출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한국의 기준으로 볼 때 68%는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 지금도 한국은 GDP에서 60% 정도를 수출이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대개 첨단제품을 수출하지 않느냐. 하지만 우린 고급 수출품이 거의 없다. 넷째 문제는 에너지를 러시아에 너무 많이 의지한다는 것이다. 석유·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다섯째는 불법 시장·불법 사업·불법 경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여기저기 돈을 찔러 대야 한다. 2년 전에 이를 두고 ‘부패와 전쟁’을 벌인 적이 있지만 성과가 그리 좋진 않았다. 지방에 갈수록 부패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치적 불안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동쪽 지역은 러시아 경제에 속하고 싶어하고, 서쪽 지역은 유럽에 속하고 싶어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불안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정치 리더십이 가장 절실하다. 문제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 지도자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보면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쪽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
오렌지 혁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혁명 이후 비로소 민주주의 이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전엔 민주주의가 거의 없었다. 혁명 이후엔 나름대로 ‘자유’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우크라이나는 항공우주공학 등 수준 높은 기술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왜 다른 전자제품들은 못 만드나. “TV나 세탁기·냉장고 같은 건 생산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그 기술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술자나 과학자가 외국 회사를 위해 일하는 실정이다. 체계적 개발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아주 고기능의 물품을 생산할 순 없지 않으냐. 우주공학은 미래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로켓 발사 같은 경우엔 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데 있어 많은 견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무기 개발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또 비행기 제조에도 큰 미래가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게 좋은 시장을 찾는 거 아니겠는가? 우리 비행기를 팔 수 있는 곳 말이다.” |
도시가 소비경제 이끈다
“그 많은 부자가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겠다.”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구매력 있는 부자를 전체 인구의 2%로 추산한다. 어림잡아도 200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그 넓은 대륙에서 ‘숨어있는 부자’를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잘 정비된 주요 6대 도시에 부자들, 중상위 계층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파드보이니 키예프대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키예프(등록인구 261만 명)는 물론 하리코프(147만 명)·드네프로페트롭스크(106만 명) 등 6대 도시가 골고루 발전해 있다. 특히 수도와 지방 도시가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6대 도시는 여기에 오데사(103만 명)·도네츠크(101만 명)·리보프(74만 명) 등이 포함된다. 통계는 이래도 실제로 대도시에 몰려 있는 경제활동 인구는 집중화 현상이 훨씬 더 심하다. “키예프에 최소 500만 명, 하리코프에 400만 명이 몰려 있다”는 것이 파드보이니 교수의 설명이다.
전 세계 90여 개 나라에서 해외영업을 해왔다는 LG전자 류태헌 키예프 지사장은 “마케팅 활동을 하기엔 가장 이상적인 나라가 우크라이나”라고 말한다. 인구가 몰려 있으니 물건 팔기가 한결 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 나라 못지않게 경제적 잠재력을 인정받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광활한 영토와 인구입니다. 외국인 투자가 시작된 것도 이 거대한 시장을 보고 나서입니다. 인구로 치자면 우크라이나는 독일 다음, 프랑스와 맞먹지요. 도시 집중도는 훨씬 더 높습니다. 비즈니스 기회로 가득 차 있는 나라입니다.” |
키예프에도 아파트 광풍 분다
서울만 부동산값이 치솟는 것이 아니다. 1991년 독립 이후 도시 집중화 현상은 우크라이나, 특히 키예프의 아파트값을 올려놨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키예프에서 20평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4000달러면 충분했다. 지금은 4만~5만 달러를 줘야 한다. 키예프 도심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70㎡(약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 사는데 12만~13만 달러를 내야 한다. ㎡당 1000~1500달러를 내야 하는 것이다. 3~4년 동안 1년에 곱절씩 올랐다.
키예프는 지금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보리스필 공항에서 도심에 이르는 북서부 지역은 온통 공사장이다. 70~80년대 서울의 강남 개발을 연상하면 된다. 저 많은 아파트에 누가 입주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현지 건설업자인 보가추크 블라디미르씨는 “완공 1년 전에 거의 다 팔린다. 수요가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는 “키예프에서만 2004년 이후 지금까지 2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됐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투기꾼들이 크게 한몫을 했다. 건설업자와 투기꾼, 난립한 중소은행들이 손을 잡았다. 건설회사가 아파트 분양을 하면 은행 융자를 받은 투기꾼들이 몇 채의 아파트를 사재기해 분위기를 띄우는 방식이다. “어떨 땐 은행들이 직접 아파트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귀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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