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지노(알랭 들롱)의 사형집행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보호 감찰관 제르 맹(장 가방)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모든 게 연극을 위해 짜여진 각본 같다."
은행 강도범으로 체포되어 10년 수감생활을 한 지노는 출감 1년을 남기고 제르 맹의 도움으로 가석방 된다.
10년을 기다려 준 사랑하는 아내와 새 삶을 시작한 지노에게 닥친 아내의 죽음과 암흑가 친구들의 끈임없는
유혹이 불행한 각본의 시작인 것 같아 불안하다.
제르 맹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새로운 사랑 루시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의욕으로 가득차
있던 지노 앞에 나타난 그와뜨르(지노를 체포했던 형사)의 등장으로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지노
는 그와뜨르를 죽이게된다.
보호감찰 중에 경관을 살해한 지노는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된다.
관객은 이 영화에서 두 종류의 살인을 본다. 지노의 살인과 지노를 죽이는 살인, 지노의 살인은 우발적으로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지노를 죽이는 살인은 너무나 잘 준비되어 있고 익숙한 일상처럼 진행되어 더욱 더 공포감을 준다.
모든 범죄자와 수사관의 관계가 다 이 경우 같지는 않겠지만 분명 이 영화의 지노는 다시 범죄자가 될
생각이 없었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새 삶을 간절히 원했다.
그걸 아는 관객은 그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단두대에서 사형집행을 당하는 지노를 보면서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잠시 당황하고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은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에 기요틴(Guilotine, 길로틴, 단두대)을 사용하던 프랑스는 1981년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고하나
우리나라는 아직 지속되고 있다.
사형집행 하면서 새 옷을 주고 술 한 잔을 먹여주며 담배를 입에 물려 줄 때는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며
공포와 절망감을 함께 느낀다.
과연 사형수가 고마워 할까 사형집행 과정의 그런 배려 보다는 이제는 제거가 아닌 다른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왜냐하면 그것은 또 다른 합법적인 살인이기 때문이다.
제르 맹의 마지막 독백 "그는 결국 마지막 인내에서 졌다."
그 만의 책임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오랫동안 우울한 영화였다.
'암흑가의 두 사람'은 사형제도를 폐지시키기 위한 저항 의도로 제작 된 영화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암흑가의 두사람'은 제작 의도가 잘 전달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형제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제법 많이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형제도'의
존폐여부는 이슈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최근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이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사형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는 반대입니다. 그 이유는
1.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빼앗을 수 없다. 즉 사형역시 '살인'의 일종이다.
2. 큰 죄를 저지른 중죄인에게 '사형'이라는 편안한 처벌을 내려서는 안된다. 평생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죄를 반성하고 죄값을 치룰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사형제도를 소재로 한 영화중에서 걸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은 단연 수잔 헤이워드가 주연한
실화 영화 '나는 살고 싶다'입니다. 그리고 훨씬 뒤에 만들어진 숀 펜과 수잔 서랜든 주연의
'데드 맨 워킹'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영화의 '짝퉁'같은 영화인데 남녀의 역할만 바뀐
샤론 스톤 주연의 '라스트 댄스'라는 작품도 있죠. 사형제도와 관련된 영화는 아니지만,
'인간의 죄'를 판결할 때 얼마나 그 '오판'을 할 수 있는 오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가를
짚어본 법정걸작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란 작품도 있었죠.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꼭 집어
지적했다기 보다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소재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그것을 사형제도와
적절히 접목시킨 영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도 꽤
잘 만든 영화입니다.
프랑스의 전설적 배우인 '장 가방'과 60-70년대 세계 최고 미남배우의 상징이 된 알랑 들롱
이 두 명의 명콤비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역시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지적하며 영화적 재미도 충분히 주었던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명작입니다.
이 영화에서 알랑 들롱은 전과자로 등장합니다. 과거의 범죄 경력이 있으나, 죄를 씻고,
진심으로 뉘우치며 올바른 새 출발을 하려는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순하게 사랑하는 여성의 격려와 진심어린 사랑에 힘입어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장 가방을 그런 알랑 들롱을 돕는 노형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역시 '전과자'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이러한 알랑 들롱을 의심하고 괴롭히는 독사같은 형사가 있습니다.
그는 알랑 들롱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심리를 자극하고 그가 범죄를 빨리 저지르기 만을
기다리며 체포할 구실을 찾습니다. 어지간한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면 이런 형사의
'치근거림'을 견뎌내기 힘들죠.
범죄는 '목적적 범죄'와 '충동적 범죄'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새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는 알랑 들롱은 이 형사에 의해서 결국 충동적 범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조각같이 잘 생긴 배우 알랑 들롱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라고 판사가 질문하자 그의 우수어린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잠시의 침묵뒤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굉장히 안타까움을 더해 주며 깊은 인상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