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운세
김은영
설 명절이 한 주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새 달력을 펼친 지도 한 달이 지났건만 음력 설을 쇠지 않으면 새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오래된 사람이라 그런 건가? 환갑을 넘기고 보니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두 가지 감정과 어떻게 잘 익어(?)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과 몸이 다 바쁘다.
동지가 지나고 나면 한 해가 다 갔다고 생각하는지 새해의 운세를 보러들 다닌다. 남편이 사업을 할 때는 철학관을 찾아 운세를 보고는 했다. 미래를 딱히 알아맞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운세에 기대어 안 되는 것은 위로받고 좀 더 나은 내일이 되기를 기대해 보는 마음으로 해마다 찾아보기도 했다. 시댁에 사는 동안은 시아버님께서 해마다 토정비결을 구해다 식구들 생일에 맞춰 찾아 읽어 주시는 것을 그 해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게 들었다.
요즘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유튜브로 한 해의 운세를 읽는다. 올해는 토끼띠가 대박이라니 기대해 보기로 한다. 같은 띠의 지인은 내가 작년에도 토끼띠 운이 좋다고 했단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말에 기대어 희망을 좀 갖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운세는 다르다. 이제껏 계묘생 토끼띠의 인생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며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는 고생은 끝나고 좋은 날이 올 거란다. 나는 또 믿고 싶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다른 계정도 찾아보며 좋은 말만 쏙쏙 골라 듣고 싶다. 그래서 계묘생 운세를 띄워 놓고 보고 또 본다. 대운이 왔다. 성주신도 들고 귀인도 들고 ‘운수대통’이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말처럼 올 연말 설사 그 운세가 맞지 않을지라도 다가오는 설에는 아니, 살얼음의 겨울이 가고 초록의 잎이 돋는 봄이 될 때까지 나는 올해의 운세를 믿고 삶을 계획하고 바시락대며 준비해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