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3순위까지 미달 사태를 빚었던 경기도 파주 신도시 무순위(이른바 ‘4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무순위 신청을 마감한 일부 단지에서는 신청자가 순위내 미달 가구 수의 11배가 넘기도 했다.
‘4순위’ 청약이란 정식 청약인 1~3순위 청약에서 미분양된 물량에 대해 일정 기간 추가 청약을 받는 것으로,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당첨돼도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고, 당첨 후 계약하지 않아도 재당첨 금지 조항에 적용되지도 않는다.
다만 일반 순위 내 청약자와 마찬가지로 전매 제한은 그대로 적용받는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계약후 10년, 85㎡ 초과 중대형은 7년간 주택을 팔 수 없는 것이다.
4순위 신청 폭주…남양 휴튼은 11대 1 경쟁률 보여
파주신도시 동시분양 건설업계에 따르면 청약 3순위까지 미달됐던 남양휴튼(A9블록)의 경우 잔여가구 298채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3317명이 신청해 11.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시공사인 남양건설은 12일 공개 추첨을 통해 당첨자 298명을 가렸다.
남양건설 관계자는 “접수 마지막날인 11일 하루에만 1600여명이나 신청해 다음날 새벽까지 정리 작업을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13일까지 4순위 신청을 받는다. A12블록의 경우 순위내 미달 가구 수가 104채였으나 12일까지 1910명이 접수해 18.3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A18-2블록에는 미분양 534가구에 2730명이 접수해 5.1대의 1의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삼부토건 김석희 차장은 “4순위 신청 마지막 날인 13일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마감 후 경쟁률을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A7블록)도 순위내 청약에서 미달된 133가구에 대해 13일까지 양일간 4순위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 첫날인 12일에만 796명이 접수했다. 5.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물론 여러 단지에 중복 청약할 수 있어 4순위 신청에 ‘허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순위외 청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부토건과 두산중공업은 14일 파주신도시 내에 마련된 모델하우스에서 4순위 당첨자를 공개 추첨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순위내 청약 당첨자와 마찬가지로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다.
4순위 인기 이유 있네
이처럼 4순위 청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지난 9월부터 시행 중인 청약가점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서울과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에서 순위내 청약으로 당첨되면 세대원 모두가 5년 동안 1순위 청약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청약 가점이 높은 세대원이 있을 경우 송파신도시나 광교신도시 등 향후 2~3년 안에 분양될 유망 지역에 청약할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4순위로 청약하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부토건에서 파주신도시 사업을 총괄하는 김의생 부장은 “무순위 신청은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데다 재당첨 금지 조항도 적용받지 않아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문굿모닝 등 파주신도시 동시분양 단지 중 1순위에서 비교적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인기 단지 청약자들이 낙첨 불안감 때문에 미달 단지에 순위 외 신청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의선 운정역과 가장 가까운 A11블록(동문 굿모닝힐)은 1순위 청약에서 5.57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동문굿모닝힐 등 인기 단지에 1순위 청약한 수요자 중 상당수가 미달된 단지에 순위외 신청한 경우가 많다”며 “11일 순위내 청약 당첨자 발표 이후에는 4순위 신청이 더욱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4순위자 중에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다. 주택을 2가구 이상 보유하고 있어도 순위 외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있기 때문이다.
두산위브 사업시행사인 인창건설의 김원겸 상무는 “4순위자 중에는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다주택자들도 상당수 된다”며 “이들은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부류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 가족 구성원이 나서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순위 외 청약 당첨자의 경우 계약자 명의 변경은 건설사 재량이다. 따라서 로열동과 로열층에 당첨됐을 경우 가족 중 한명의 명의로 계약할 요량으로 신청한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전매제한 기간 완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양건설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미분양 해소책으로 전매제한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분양 물량을 잡으려는 수요도 꽤 많다”고 말했다.
계약 잘 될까
4순위 신청 ‘대박’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잘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업계에서는 파주신도시 2차 동시분양 결과가 1차 동시분양 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계약이 호조세를 탈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12일 실시된 파주신도시 2차 동시분양에서도 1순위 청약 결과, 전체 가구 수의 절반 가량이 미달된 상황이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호상 부장은 “14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파주신도시 2차 동시분양 순위내 청약 성적이 좋지 않으면 1차 동시분양 4순위 당첨자들의 계약률도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무순위 당첨자 중 상당수가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전매 제한 등을 감안할 때 투기 수요보다는 실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부토건 김석희 차장은 “이번 동시분양 아파트 분양가가 파주 교하지구 등 주변 시세보다 싸고 대규모 신도시 안에 들어선다는 장점을 감안할 때 미분양 물량이 빠른 시일내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