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지산
掃地待花落 (땅을 쓸고 꽃잎 지기를 기다리나니)
惜花輕著塵 (그 꽃잎 티끌먼지에 더럽혀지는 것 안타까워라)
遊人少春戀 (놀이꾼들은 봄 사랑이 모자라)
踏花却尋春 (그 꽃잎 즈려밟고 봄 찾아 헤매누나)
--- 왕안석(王安石, 1021~1086), 『춘원(春怨)』
▶ 산행일시 : 2009년 5월 5일(화), 맑음, 엄청 더웠음
▶ 산행인원 : 2명
▶ 산행시간 : 8시간 13분(휴식과 점심시간 모두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약 16.8㎞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가평 가는 06시 15분발 첫차 타고(요금 6,100원), 가평에서
택시타고 익근리 명지산 입구 주차장에 내림(요금 22,000원)
▶ 올 때 : 청계저수지 위 청계마을에서 택시 불러 일동에 와서(요금 7,000원), 동서울 가는
버스 탐(요금 5,700원)
▶ 시간별 구간
07 : 41 - 익근리 명지산 입구 주차장, 산행시작
08 : 38 - △694.7m봉
08 : 49 - 746m봉
09 : 31 - 사향봉(麝香峰, 1,016m)
10 : 12 - ┤자 갈림길, 왼쪽이 명지계곡에서 오르는 주등로
10 : 41 - 명지산(明智山, 1,267.0m)
11 : 23 - 명지2봉(△1,249.9m)
11 : 42 - 명지3봉(1,199m)
12 : 29 ~ 12 : 56 - 귀목고개, 점심식사(27분 소요)
13 : 28 - 귀목봉(1,050m)
13 : 55 - 890m봉. ├자 능선 분기, 한북정맥 진입
14 : 18 - 861m봉
14 : 55 - 청계산(淸溪山, △849.1m)
15 : 54 - 청계저수지 위 청계마을, 산행종료
18 : 28 - 동서울종합터미널 도착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 명지산(明智山, 1,267.0m)
가평에서 명지산 들머리인 익근리 쪽으로 가는 첫차는 09시에 있다. 지금 시각 07시 15분.
귀중한 시간을 허송할 수는 없고 택시 탄다. 뿌옇게 물안개 피어오르는 가평천을 굽이굽이 돌
고 돌아 들어간다. 명지산 입구 너른 주차장은 조용하다. 일단의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봉고차
에 내려 장비를 챙기고 있을 뿐.
산불방지기간이라 입산을 통제할까봐 오는 길 내내 불안했었는데 아무도 막지 않는다. 예
전에 1천원 받던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사향봉을 오르려면 어디를 뚫을까 물색한다. 입구 오
른쪽 산기슭에다 생태식물원을 만들었다. 꽃구경하고 능선으로 접근한다. 노천 식물원 위로
빙 둘러 철조망 쳤다.
운이 좋다. 철조망 쪽문이 보이고, 활짝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덤불 가르고 무덤 지나자 곧
능선이다. 길 좋다.
하늘 보이지 않는 숲속길이다. 사면에는 컴컴한 잣나무 숲이다. 바위 틈 매화말발도리가 곱
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틈이 없다. 더산 님은 비상하여 금세 보이지 않는다. 으레 그렇
듯 혼자 간다. 겨울에는 약간 까다로울 슬랩을 트래버스 하여 산등성이 넘는다. 오른쪽으로
서서히 휘어 돌고는 직로 급박하게 오른다.
△694.7m봉 오르기가 매우 되다. 고도 440m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도 가파른 능선 길. 공
제선이 아득하다. 엉금엉금 긴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도시락, 간식, 옷까지 넣은 배낭은 익숙
하지 않아 천근만근 무겁다. 목에 건 나침반도 무겁다. 검은등뻐꾸기의 지저귐조차 약 올리는
소리로 들린다. 덥기까지 하다.
초장부터 이리 헐떡이니 청계산까지 온전히 갈 수 있을까? 선크림을 잘못 발랐는지 땀 흘
러든 두 눈은 뜰 수 없게 따갑다. 눈물로 씻어낸다.
병통이다. 이렇듯 애쓰면 다시 산에 올 엄두가 나지 않을 법한데도 금방 까맣게 잊고 만다.
△694.7m봉은 대여섯 평 되는 공터다. 심각점은 낡아 ┼자 방향표시만 남았다. 더운 햇살이
가득하다. 가쁜 숨 추슬렀다가 746m봉을 넘고 안부. 석이버섯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위를 왼
쪽 밑으로 지난다.
한차례 급경사 오르자 암릉 길이다. 인적 보여 직등한다. 심호흡 한 번하고 바위 모서리 움
켜쥐어 끌어당긴다. 전망바위에 올라 백둔봉 연릉 감상한다. 얕은 협곡의 가파른 사면을 기다
시피 오르면 1,016m봉이다. 사향봉이다. 정상표지판은 없다. 사방 나무숲으로 가려 조망이
시원찮다.
이제 힘든 고비는 지났다. 나지막한 봉우리 오르내린다. 화채바위능선이 시작된다. 대개는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간다. 길이 그렇게 나 있다. 틈 보이면 당연히 능선에 덤빈다. 암봉인
1,053m봉에 올라서는 천하 내려다본다.
명지계곡 타고 오르는 주등로인 ┤자 갈림길과 만나고 화채바위능선은 끝난다. 금줄치고
‘출입제한’ 표지 걸어놓았다.
명지산 정상까지 1.0㎞. 줄곧 된 오름이다. 등로 주변에는 얼레지가 만발하였다. 얼레지 경
염장에 들어 선 것이다. 긴 머리 날렵하게 뒤로 넘기고 화판 과감히 드러낸 면면이 장관이다.
꽃말이 질투라고 한다. 그럴듯하다. 노랑제비꽃도 판 벌인다.
통나무계단은 더러 썩고 무너져 내렸다. 그 옆으로 새길 난다.
명지산 정상. 정상 표지석이 가평군 표준규격이 아닌 자연석이다. 사방 조망 좋다. 그래도
이 바위 저 바위 올라 발돋움해본다.
3. 왼쪽 뒤는 중봉
4. 백둔봉 연릉
5. 얼레지
7. 중봉, 오른쪽 뒤는 응봉
▶ 귀목봉(1,050m)
바윗길 내린다. 데크계단 옆 조망처가 있기에 들렸다가 아예 슬랩으로 내린다. 잠시 암벽
매만지는 손맛 본다. ‘명지2봉 1251m’ 이라 쓴 이정표를 판독하기 어렵다. 거리를 말하는 것
인지 표고를 말하는 것인지 다툼이 있었다.
예전에 밧줄 잡고도 바동거려 오르던 슬랩은 데크계단 69개로 변했다. 종종 뒤돌아 명지산
의 위용을 우러른다.
명지2봉. 가평군 표준규격의 정상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아무 이의 없는 2등 삼각점(일동
22, 1983 재설). 한북정맥의 장쾌 무비한 능선이 펼쳐진다.
암릉은 돌아 넘고, 조금이라도 가파른 암벽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하였다. 재미적다. 그래서
다. 명지3봉에 올라서는 직진하여 바위굴로 내렸는데 그 앞은 낭떠러지다. 경솔했다. 되돌아
오르는 것이 더 어렵다.
Y자 갈림길인 1,212m봉. 귀목고개까지 1.8㎞. 매우 가파른 내리막이다. 고도 437m를 낮추
어야 한다. 순전히 통나무계단길이다. 귀목고개에서 오르는 등산객이 언제까지 이런 계단이
냐고 푸념 섞어 사뭇 사정조로 물었으나 (곧 끝난다는 등의) 만족스런 답변을 드리지 못해 미
안하다. 그런데 이게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귀목봉을 올라야한다. 귀목봉을 높이고 있
는 것이다.
헬기장 지나 멀쩡한 등로의 삼각점(일동 417, 2002 재설)을 고개 갸웃 들여다보고 ┼자 안
부인 귀목고개다. 등로는 논남기 쪽보다는 상판리 장재울 쪽이 더 뚜렷하다.
장재울에서 애완견 데리고 온 세 쌍 부부 옆에 자리 잡는다. 그분들의 상춘(賞春)이 부럽다.
우리는 점심밥 먹는다. 땀을 워낙 많이 흘려서인지 도통 밥맛이 없고 물 말아 넘긴다. 휴식 겸
한 식사시간은 27분.
귀목봉 오름길이 염려했던 것보다는 수월하다. 등로는 완만한 초원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
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상쾌하다. 정상 즈음해서는 조망처에도 들린다. 드넓은 초원 가로질
러 귀목봉 정상에 선다. 오석의 단정한 정상표지석이 있다.
8. 멀리는 운악산
10. 노루귀
11. 명지산
12. 왼쪽 멀리는 운악산
14. 명지2봉
▶ 청계산(淸溪山, △849.1m)
귀목봉에서 북쪽으로 능선이 통통하게 발달했지만 마루금은 왼쪽 가파른 사면이다. 데크계
단을 내려 골로 빠질 듯 가다가 부드러운 능선을 일군다. 잡목 숲. 등로가 가르마로 났다.
우리 산행이 오페라(부파)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걸출한 봉봉은 절창의 아리아고, 능선
은 아리아를 예비하는 레치타티보다. 경쾌한 레치타티보를 듣는다.
├자 능선이 분기하는 890m봉이다. 한북정맥에 진입한다. 도마치봉 근처에서 시작된 방화
선은 여기에서 끝난다. 청계산까지 2.1㎞. 1시간 걸릴 것을 을 예상한다. 등로는 정맥 길이라
더욱 좋다. 그래도 861m봉을 주저하지 않고 길 따라 왼쪽 산허리로 돌아 넘는다.
등로에 등산객 한 분이 쉬고 있어 더산 님이 대뜸 물 좀 달라고 하자 ‘산에서 물 달라고 하는
사람이 다 있네’ 하면서 물병을 건넨다. 아프게 찌르는 말이다. 더산 님은 맨입으로 물을 달라
는 것이 아니라 내 물병의 얼음이 녹지 않아서 그러니 귀하의 물을 넣어 다소 녹이면 귀하 또
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서 좋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분은 일산에서 청량리로 현리로 상판리로 해서 귀목봉 넘었는데 원통산까지 진행할 예정
이라고 한다. 혼자 산행하는 것, 물 소중한 줄을 아는 것 등으로 미루어 산꾼이다 판단하고 사
다리 회원으로 영입하고자 작업 들어가려 하였으나 청계산에서 헤어져 아쉽다.
큰골로 내리는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면 첨봉인 청계산의 막바지다. 통나무계단과 데크
계단을 오른다. 삼각점은 일동 303, 2006 재설. 바람 시원하다. 인정도 개운하다. 일산에서 왔
다는 그 등산객은 아까 건넨 말이 본의 아녔음을 각인시키려는 듯 물 더 있다며 드시라 자꾸
권한다.
살짝 내려 안부인 ├자 갈림길. 오른쪽은 청계저수지 2.2㎞다. 미련없이 오른쪽으로 간다.
등로는 골짜기로 내리는가 싶었는데 사면 돌아 능선으로 간다.
훈련하는 전투기의 굉음이 천지를 진동한다. 정신이 산란하다.
갈림길 나오면 예의 살펴 더 뚜렷한 길 택한다. 끝자락 310m봉은 넘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빠진다. 울퉁불퉁 돌길 골짜기 내리고 계곡 건너 비포장도로에 올라선다. 펜션이 줄이어 들어
섰다.
사실 오늘 이만큼 버틴 것은 시종 알탕을 염두에 두어서다. 그 시원한 입수를 상상하는 것
은 땀 뺄수록 큰 힘이 되었다. 귀룽나무 꽃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계곡이다.
소름 돋도록 입수하였다가 물 밖 바위에 걸터앉아 덥히고 다시 입수. 그러기 네 차례. 원뢰 으
르렁 대 그만 둔다. 전화로 일동 택시 부른다.
16. 귀목봉
17. 귀목봉
18. 청계산 가는 길에서
20. 앞은 길마봉, 뒤는 운악산
21. 청계산
22. 청계산 주변
24. 귀룽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