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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상담 논란' 한일고사태의 전말 | ||||
성취평가제가 늘린 막판 지원의 '예고된 비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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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고입 막바지에 한일고(충남공주) 사건이 터졌다. 농어촌 자율학교로서 일반고임에도 전국단위로 신입생 선발을 실시하는 한일고가 '사전상담'의 부적절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 9명의 학부모를 주축으로 한일고의 전형이 '편법전형'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전상담을 통해 금지된 스펙을 받아 전형요소로 활용하고, '너를 뽑아준다. 너를 선발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식으로 합격을 보장했다는 게 의혹의 근거다. 충남도교육청은 22일부터 3일간 한일고의 전형운영이 적절했는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일고측은 "있는 그대로 감사에 응할 것"이라며 "편법이 전혀 없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태는 한일고의 사전상담에서 출발한다. 한일고는 그간 전형상담을 활발히 해왔다. 올해만 해도 5월 입학설명회를 시작으로 학부모 집단상담, 개별상담, 특별상담, 스탠딩상담의 4차례에 걸친 상담을 실시했다. 전형의 편법운영 의혹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주장은 상담 단계에서 정부가 금지한 '스펙요소'와 '내신석차와 표준편차가 담긴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 1년 가까이 걸친 한일고 입시 준비기간 동안 합격을 보장해놓고 결국 불합격시켰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입 파행운영과 불합격에 그치지 않는다. 후기 일반고에 속하는 한일고는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하긴 하지만, 전형시기가 일반고 배정과 맞물리는 탓에 출신지역에 따라 한일고 입시에서 탈락한 수험생은 '고입재수'의 부담을 질 가능성도 있다. 학교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담을 진행한 한일고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것처럼 성적을 수집하거나 스펙을 반영하거나 하는 등의 편법은 전혀 없었다"며 "공정성을 위해 (나는) 실제 전형엔 참여하지 않았고, 전형엔 도교육청 입학담당관이 참여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분명히 했다. 사전상담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선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준비하는 중학생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기보다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전형을 준비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너를 뽑아준다. 너를 선발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식으로 합격을 보장해놓고 떨어뜨렸다고 하시는데,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합격 가능합니다. 서류와 면접에 최선을 다하세요'라고 가능성을 안내했을 뿐이다. 1단계 내신+출결, 2단계 서류+면접의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1단계 탈락이 분명한 성적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고입재수를 막기 위한) 안내 차원이다. 이걸 갖고 합격을 보장했다고 이해하셨다니 당황스럽다. 서류와 면접이 남아있는데 합격을 보장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인가"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한일고측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막는 '1단계 합격선'까지 학교 홈페이지에 밝히는 무리수를 두기까지 했다. "고입재수를 막기 위해 실시했던 사전지원가이드를 올해는 하지 않았지만, 예년과 달리 막판에 지원자가 몰려 1단계 추정합격선을 제시해 무리하게 지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에선 금지하는 일이지만 한일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다면 고입재수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저질렀다. 이를 무시하고 1단계 합격선이 되지 않음에도 지원한 수험생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상담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가 워낙 많아 상담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다"며 "스펙 요소를 상담 때 제출해야 한다는 헛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아 갖고 오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실제로 스펙을 볼 정도의 시간도 나지 않고 보지도 못했으며, 상담중에 인상적인 요소라 메모한 것까지 혹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까봐 전형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파쇄해버렸다. 컴퓨터에 입력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한일고는 전형운영을 놓고 탈락자 문제로 꽤 오랫동안 시달려온 학교이기도 하다. 규모에 비해 대입실적이 전국정상권이기 때문이다. 7년 연속 가장 많은 경찰대학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고, 서울대 실적에서도 일반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 학년 160명의 남학생만 선발하는 작은 규모의 학교의 실적은 한일고를 전국의 상위권 남자 중학생들의 선망학교로 견인했다. 후기 일반고라 '고입재수'라는 덫을 감내해야 하는 불리함에 더해 일부 지역에선 지역내 우수학생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 식으로 한일고 지원자를 막는 일이 횡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모 지역의 경우 '한일고에 지원하면 우리지역 학교에 원서를 넣지 않는다' 식으로 학생에게 각서를 작성할 것까지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일고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명성이 있는 자율학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일고의 이번 사태를 두고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해 한일고 입시에 합격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한일고 입시가 편법이라 주장하시는 분들 말은 결국 합격한 학생들이 편법을 이용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스펙 제출 등의 편법을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력 주장했다. 한 학부모는 "한일고 상담을 받으면서 고입에 필요한 자소서 작성과 면접 대응에 있어 역량을 피력할 방법을 알게 되어 다른 학교 입시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사교육업체 대신 학교가 직접 나서서 입시에 도움을 준 것이라 많은 학부모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불합격하고 나니 달라진 입장에 울분의 화살을 학교로 돌리신 것 아닌가 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고입은 파행이 예상되던 터였다. 내신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과목별 A가 양산되어 자사고들도 경쟁률이 오른 상태"라며 "특목/자사고 탈락생들 위주로 A과목이 다수 있는 학생들이 가능성을 보고 선발체제 막판이라 할만한 자율학교, 특히 대입실적이 좋은 한일고에 대거 몰리면서 염려했던 고입파행이 한일고에서 터진 것"이라고 봤다. 전기에선 탈락해도 후기의 가능성을 보고 잠잠했지만, 후기마저 탈락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면서 불만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10개 전국단위 자사고는 작년 6066명보다 1781명이나 늘어난 7847명의 지원을 받았다. 10개교 평균경쟁률 역시 작년 2.02대 1보다 높아진 2.66대 1이다. 여기에 불합격한 학생들과 내신성적과 출결만 반영하는 1단계 합격가능성을 본 많은 학생들이 고입 막바지에 한일고로 몰린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일고의 올해 경쟁률은 2.16대 1. 매년 1대 1에 가까웠고, 작년의 경우 1.13대 1에 불과했던 경쟁률이 올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일고의 상담은 대량 탈락을 사전에 방지해 결국 어린 학생들이 고입재수라는,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막고자 한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탈락한 학생들의 학부모가 마주한 황당함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타깃이 한일고가 되서는 안 된다. 이 학교의 지원가이드 방식을 두고 옳다 그르다 식의 공정성 논란을 넘어 사회적으로 고입재수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하든지, 인식전환이 안 된다면 탈락 이후 갈 학교가 없는 상황을 두고만 볼 게 아니라 전형시기를 앞당겨 고입재수라는 기형의 가능성을 낳는 현 입시 시스템을 정비하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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