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에서 우리 한국축구가 4강에 진출하는 쾌거로 국민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얼마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섯 종목을 석권하면서 세계 종합 7위의 영광을 안았고,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세계 정상을 정복하는 상상 밖의 선전으로 국민들의 환호를 자아내게 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3월 초, 세계야구클래식 1라운드에서 숙적 일본을 누르며 3전 연승과 함께 8강에 진입한 한국야구는 야구의 종주국으로 170년의 전통과 함께 세계 최강국이라 공인하는 미국을 7대3으로 대파하고 아세아 야구를 대표하는 일본을 2대1로 격파, 3전 전승으로 4강에 우뚝 섰다. 비록 4강전에서 일본에게 석패를 했으나 2승1패의 전적을 남겼다. 이해찬 전 총리의 3·1절 골프와 최연희 의원의 성희롱 등의 부도덕한 정치권의 몰염치행각에 상심한 국민들의 가슴에 참으로 감동적인 행복과 살맛나는 활력을 선사해준 경천동지할 경사라 할 것이다. 야구 기원설에 관한 AG 스폴딩의 발표에 의하면 1839년에 A더불테이가 야구를 제창했으며 그 발상지는 뉴욕주 쿠퍼스타운으로 미국아이들의 인기있는 놀이였던 원올드? (one old cat)에서 비롯되어 1858년에 미국야구인협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해 왔다. 1876년 뉴욕시를 본 거지로 한 프로야구연맹 내셔널리그가 탄생 되었고, 19세기말에 웨스턴리그가 아메리칸리그로 그 명칭을 바꾸어 내셔널리그와 당당하게 맞서게 되면서 발전해왔다. 한국에 야구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05년 선교사였던 미국의 길렛이 황성기독교 청년단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준 것이 그 시초였다. 차츰 많은 학교에 야구부가 신설되면서 1917년 9월에 종로중앙청년회 운동부 주최로 연합야구대회가 개최 되었다. 1920년에 조선 체육회가 발족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1972년에 국제야구연맹에 가입하였다. 1981년 제27회 세계아마추어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1982년에 프로야구가 창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 프로야구에 비하면 1세기가 넘는 106년이란 시대차가 있을 뿐 아니라 불과 23년이란 프로야구의 경륜으로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을 완파한 것은, 이변 중의 이변으로 인식되나 그것은 피상적인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본다. 20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뽐내는 종주국이라 할지라도 상대를 경시하는 경솔함으로 진력을 다하는 겸손함을 지키지 못한다면 패배의 치욕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 세상사의 이치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힘이 세다고 야구를 잘 할 수 없고 야구왕국으로 전통을 이어 왔다고 해서 우승의 전매특허를 받을 수 없다. 재치와 뛰어난 감각 그리고 순발력 등이 요구되는 경기로써 한시도 긴장감과 충직한 노력의 경계심을 놓쳐서는 안된다. 최첨단 과학의 장비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여유 만만한 경제력으로 세계를 통제하고 있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뉴욕양키즈 소속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봉이 이승엽 선수의 연봉 13억원의 20배에 가까운 257억원을 받고 있는 미국야구의 자존심이 자만을 불러왔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되기도 한다. 만초손겸수익(慢招損謙受益), 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얻는다 하였다. 고액 연봉으로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미국야구의 아성(牙城)에서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려고 미국 스스로 마련한 WBC에 손님을 불러 놓고 각주구검(刻舟求劒 : 시세의 변천도 모르고 낡은 생각에 얽매임)하는 매너리즘에 안주하다가 자국의 안방에서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미국야구의 4강 탈락의 무참함을 보면서 전북 정치권의 생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30여 년 동안 김대중 선생을 호남의 볼모로 황색바람에 휩싸여 무조건 몰아주었던 97%의 지지세에 안주해왔던 도내 정치권은, 93%의 지지를 보내준 노무현 정권의 퇴진일보 직전에서 탄핵이라고 하는 기상천외의 해프닝을 겪었다. 구사일생으로 회생한 열린우리당은 공천 즉 당선이라는 지난 40여 년 동안의 지역정서에 타성화되어, 정치적 · 도덕적 실추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음에도 5.31 지방선거에서 공천에만 열을 올리며 각주구검 하고 있는 현상이 어쩌면 미국야구의 침몰을 불러온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양같이 순진했던 전북도민도 40년 동안 인물보다는 당만 믿고 몰표를 주었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을 관심 밖으로 접고, 엔돌핀을 일으키며 행복을 선사해주는 4강 신화의 야구만보고 살았으면 하며, 축구와 쇼트트랙만 보면서 살고 싶은 심정 일게다. 새롭게 거듭나지 못하고 미국야구처럼 지난날의 환상에 도취되어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수십 년 지켜 주었던 전북정치권의 아성일지라도 참담한 붕괴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전북예총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