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 그 이상의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가 편법으로 분류할 때 시는 문학의 한 장르라고 얘기하는데요. 시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문학 이전, 이후, 또 문학 이외의 어떤 것이지요. 그래서 시라고 하는 것은 한 장르의 골짜기에 처박아 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뭐라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그 어떤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시학과 시론에서 시를 정의하고 있습니다만, 나는 그 수많은 정의들을 믿지 않고 나 역시도 시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으면 모른다는 대답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시 뿐 아니라, 소설, 평론집 등 여러 장르게 걸쳐서 장르에 구애 없이 글을 썼습니다만, 지금은 대체로 시로 귀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 시의 행방이 이제까지 가지 않은 길을 가야 된다는 사명에 불타고 있어요. 여전히 나는 시를 사랑하고, 또 시가 나를 지독하게 사랑해주고 그래서 우리는 헤어질 수가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