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거리
어제 내가 살던 동네에 갈 일이 있었다.
사실은 살던 동네 정도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2005년까지 살던 곳이다.
오랜만에 그 거리들을 걸으며 몇십년 전에 많은 고민과 슬픔에 잠겨서 그 곳들을 걷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물론 꿈도 희망도 많이 있었지만, 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한 현재 속에서
무겁고 우울한 마음으로 걷던 거리들이었다. 결혼한 이후에도 언제나 생계 걱정과
열리지 않는 찬양 사역으로의 길에 대해 고민하면서 걷던 길들이었다.
어떤 지점을 지날 때는 아내와 함께 가판분식점을 지나면서 동전 몇 개가 없어서 오뎅을 못 사먹었던 기억이 났고,
또 어떤 지점을 지날 때는 대학교 때 처음으로 방이 두 개고 넓어진 집으로 이사해서 행복해 했던 기억도 났다.
키우던 애완동물들을 울면서 묻어준 복개도로 옆 작은 비탈도 지났고,
사역을 하겠다는 나와 그것을 반대하시던 어머니와의 마찰로 잠시 가출해서
집근처 플라스틱 공장에 단순직 아르바이트로 취직하려고 갔던 공장이 있던 자리도 지나갔다....
고향....편하고 친숙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수도 있는 곳이지만,
내게 고향은 가슴 아픈 추억과 고생이 훨씬 더 많은 곳이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생 여정들은 결국에는 슬픔 뿐이다.
육신의 한계로 인해 그렇고, 주님처럼 살려는 나를 방해하는 모든 세력들로 인해 그렇다.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태어났다고까지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욥 5:7).”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며 아픈 추억과 깨진 꿈과 슬픔어린 거리를 걷는 동안 우리와 동행하신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 다시 부활하셨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던 두 제자
슬픔과 근심 속에서 길을 걸어갈 때에(눅 24:17), 주님께선 그들과 함께 동행하시면서
그들의 슬픔과 고민을 기쁨과 열정으로 바꾸어 주셨다(눅 24:32).
내겐 아직도 과거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많은 추억들이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슬픔을 사라지게 했듯이,
생명의 주님과 동행하며 교제할 때에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고생만 보던 나의 눈이 밝아지면서
내 곁에, 내 안에 함께 계신 주님으로 인해 치유되고 기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