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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화랑대기 본선진출...
그 어느해보다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8월 9일 화요일...
수원세류초 홈스테이와 대전문화초 홈스테이가 끝난 후
세류초가 먼저 경주로 떠나고...
그 날...
우리 아들들은 경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것이 '기적'의 시작이었음을...
8월 11일 금요일...
경주 알천5 경기장에서 서울 우이초와의 예선 첫 경기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더울지...
숙소도 잡지 못한채 달려갔건만...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마다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와 싸워야했던 경주 화랑대기...
하지만 올여름 경주는 마치 가을인듯
맑고 청량한 하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27도를 웃돌며 그야말로 맑고 시원한 최고의 날씨였습니다...
10년 경주를 왔지만 이런 날씨 처음이라며
학부모들도 놀라워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늘 밀리던 도로도 뻥뻥 뚫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먼 길을 달려오신 부모님들...
좋은 선수를 찾기 위래 달려온 중학교 감독님들...
모두가 긴장하고 설렌 가운데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비장한 각오로 함성과 함께 달려나가는 아들들 모습을 보니
듬직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고 잘 챙겨 주지 못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일단 우리 어머님들과 함께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우이초가 강팀이라는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설마설마 하며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천연잔디에서 뛰다보니 상대팀이나 우리팀이나
모두가 힘들고 몸도 무거워 보였습니다...
치열한 전쟁...
결과는 1:1 무승부...
이번 첫 시합은 꼭 이겨야 한다고...
줄줄이 강팀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감독님도 내심 첫 시합은 이기기를 바라셨고
그래야 본선에 대한 희망도 품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볼 수록...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진 않았습니다...
똘똘이 우석이가 아쉬워하며 그러더군요...
이기면 PC방이었는데 아깝다고~
승부는 승부...
그 날 오후, 아들들은 다음 날 있을 서울 강서초와의 경기를 위해
그리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산에 올랐습니다...
8월 12일 토요일...
신기하게도 날씨가 시원했습니다...
더울까봐 온통 짧은 옷만 챙겨갔는데 오히려 춥기까지 했습니다...
아침일찍부터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 날 시합은 안강 생활체육공원...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욕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숙소에서 무려 1시간 거리에 있는 머나먼 경기장...
포항쪽으로 달리고 달리다보니 온통 논과 밭에 구불구불 시골길..
아들들 멀미나서 제대로 시합 못뛰는건 아닌지 별별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렇게 서울 강서초와의 시합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조건 1당 백 응원을 해야했기에...)
서울강서초 축구부...
버스에서 내린 어마어마한 키의 축구선수들...
단체로 티셔츠까지 맞춰입고 달려와 응원석을 가득 메운 부모들...
화려한 응원도구에 분장한 응원단장에...
운동장엔 선수들 뭉친 근육을 풀어줄 아이스풀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텅 빈 응원석...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달려오신 부모님들이 계셨지만
너무나 비교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응원석에 앉아 있던 경주주민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참 열악하다고요...
무엇보다 우리 아들들 기가 죽을까봐
미안하고... 걱정되고...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 화가났습니다...
저쪽 선수들은 뭘 먹고 저리 키가 컸나 싶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부디 아들들이 기죽지 않고 힘내주기만을...
온마음을 다해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했습니다...
그때부턴 눈에 보이는게 없었습니다...
강서초의 맹공격에 골기퍼 국보는 몸을 날렸고...
우리 수비들은 온몸으로 공을 막아냈습니다...
그렇게 위태위태했던 전반전은 0:0으로 끝이 났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후반...
10번 용현이의 패널티킥 선취골...
'미친여자'소리를 들어도 좋았습니다...
부모님들은 몇 분 안되었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간절했고 누구보다 컸습니다...
하지만, 전반내내 공격을 퍼부은 강서초는 동점을 만들었고...
우석이의 그림같은 멋진 중거리슛이 터질 때쯤 스코어는 2:2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코너킥 찬스에 공이 상대 수비를 맞고 12번 윤상이 앞으로 떨어진겁니다...
골인...
결국, 3:2 역전승...
본선진출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강서초 응원석은 충격에 빠져 조용했고...
우리는 미친듯이 문화초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나중에 동영상 찍은걸 보니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줌마들이 있더군요...차마 올릴 수가 없습니다 ㅋㅋ)
교체할 선수 하나 없는 어려운 상황...
강서초는 11명이 6학년이고 선수도 많았지만...
우리는 이제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된 3학년 막내까지 뛰었습니다...
분명 이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맞습니다...
하늘이 도왔고... 바람이 도왔고... 운이 좋았든 실력이 좋았든
어쨌든 우리 아들들이 해냈으니까요...
늘 부럽게 바라만 보았는데...
승리 후 아들들이 학부모 응원석으로 인사를 왔습니다...
그제야 정신 차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이 흐릿해지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밝게 웃는 아들들이 응원석에서 자기 부모님을 찾는듯한 모습에
마음이 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부다 내 아들이라 생각하며
현장에 계셨던 부모님들 모두 아낌없이 축하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 날 오후...
우석이 말대로 이번엔 승리했으니 우리 아들들 PC방에 갔을까요???
아닙니다...
차분하게 쉬며 모두가 한 방에 모여 과일도 먹고 승리를 기뻐했습니다...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싱글싱글~~
감독님도 환하게 웃으시고~~
부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늦음 밤, 마침 그 날이 남편 생일이었는데...
아들들이 안겨준 최고의 선물에 납편도 입이 귀에 걸리고...
그 날 마신 맥주 한 잔이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평생 잊지 못할 그런 순간이 있다던데...
그 날이 딱 그랬습니다...
8월 13일 일요일...
다시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이제부턴 본선입니다...
초강력 팀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에
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습니다...
감독님... 코치님도...
설레는 마음을 감춘채 더욱 열정적으로 훈련을 지도하시네요...
그리고 우리 아들들...
승리의 여운을 가슴에 담아두고 더 큰 도전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며 운동장을 달립니다...
어제 시합에서
끝까지 형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달려준 기특한 17번 3학년 막내...
눈이 초롱초롱 합니다...
거미손 골기퍼 국보도 이번 승리의 주인공입니다...
늘 유쾌 상쾌 통쾌 하지만 시합할 때는
카리스마로 동생들 이끌며 오늘도 인상 한 번~~~
"야~~~ 똑바로해!!!"
상대팀이었던 우이초와 강서초의 시합을 보러 동국대에 가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결국, 우이초가 이겼습니다...
우리가 조1위가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골득실이 아닌 추첨으로 하더군요! 뽑기 결과는 조2위)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 속에
아들들 맛있게 먹고 힘내서 본선도 최선을 다하라고
남편이 소떡갈비를 쐈습니다...
(평소엔 칼국수만 사주는데 덕분에 저도 떡갈비 먹었습니다 ㅋㅋ)
저녁엔 치킨과 피자까지 먹었다고 총무님께서 사진을 올려주셨네요...
대희와 정민이가 생일이라 생일 축하노래도 불러줬다고...
밝게 웃는 아들들 모습에 또 한 번 눈물이 납니다...
8월 15일 화요일...
어제도 종일 대진표 분석하며 온통 축구이야기...
경주에서 고생하시는 총무님께서 올려주신 백여장의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오늘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몸은 대전에 있지만 마음은 경주에...
최강팀 경기미금과의 본선 첫 경기가 있었습니다...
네이버 밴드는 부모님들 응원으로 파이팅이 넘쳐나고...
결과는 3:0 패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교체할 선수도 없이 풀 타임 시합 뛰며
서로 똘똘뭉쳐 한 팀으로 달리는 전사같은 아들들 모습을 보았기에...
이미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임을 압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아들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내일과 모래 경기가 남아있습니다...(본선도 조별리그)
하지만, 우리가 헤쳐나가야할 험난한 여정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화랑대기가 끝나고 나면 8명의 6학년 선수들이 졸업을 하게 되고
우리 문화초 축구부는 4명의 선수 밖에 남지 않는
그야말로 위기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아들들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초 축구부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하기에...
경주에서도 그랬듯 최선을 다해 아들들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축구를 사랑하고... 문화초를 사랑하고... 아들들의 꿈과 도전을 사랑하는 분일겁니다...
이번 경주에서 우리 아들들이 보여준 '기적'이 헛되지 않도록
한 마음으로 우리 문화초 축구부를 응원해주세요!
'꿈'이 있는 한 '기적'은 이루어질거라고...
올여름 경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또 다른 메시와 박지성을 꿈꾸는 우리 문화초 선수들의 열정과 도전은
그 어느해보다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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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벅차고 뭉클하고
감사한 글이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들을 위해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보내주세요.
건승을 기원합니다~~~문화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