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설립 실무, 혼자보단 둘이 진행해야
-협동조합 스스로 설립하기 Tip 1(02)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은 책임자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 하는 게 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각종 서류 준비나 실무 진행은 모두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합치면 의외의 결과를 나을 수 있죠.
지난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설립총회 회의록을 공증 받으러 갔다가 폭풍 지적질만 받고 허탈하게 되돌아섰던 데까지 말씀드렸습니다. 공증사무소 직원의 또랑또랑한 말에 이사장과 필자는 제대로 반박도 못한 채 사무실 밖으로 나와야 했죠.
“공증은 설립신고 이후에 해도 된다”?
설립 신고는커녕 사전에 필요한 공증도 못한데다, 정관과 회의록에 도장부터 다시 찍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다시 조합원들에게 연락하고, 4~5인의 서명자들에게 도장을 달라고 부탁하고, 수십 장의 서류에 간인을 해야 했죠. 하지만 조합원들도 일상이 바쁘니 언제 모일 수 있는지부터 막막했습니다.
맥 빠진 논의 끝에 결국 다시 서류를 갖춰서 공증사무실에 방문하기로 하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필자는 창피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휴대전화로 웹문서를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새로운 정보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죠. 바로 “공증은 설립신고 이후에 해도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줄짜리에 불과한 글이었지만, 오기도 생기고 용기도 생겨서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사장 역시 되든 안 되든 일단 서류나 내고 보자며, 서울시청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죠. 만일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있었다면 포기하고 돌아갔을 겁니다.
서울시청 안에서도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서울시청에서 관할지역의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받았지만 이제는 각 구청에서 진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우리 주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동대문구청으로 향했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고 구청 민원실의 사회복지 및 일자리 창출 부서를 찾아갔습니다.
의외로 따뜻했던 구청 직원의 응대
마침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 자리에 안 계시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 공무원이 자신이 서류를 받아주겠다며 잠시 탁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표정이 부드럽고 태도가 친절해서 이사장과 필자는 긴장을 조금 풀렸습니다.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있는데, 그 공무원이 따뜻한 차 두 잔을 내왔습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 공무원은 일단 서류부터 제출하고 가라며, 자세한 사항은 담당자가 직접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내민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회의록과 정관에 간인이 안 된 것, 담당기관이 서울시에서 동대문구청으로 바뀌었다는 것 등을 지적했지요.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는 사항이었습니다. 다만 공증이 안 되어 있거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아예 신고 자체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되면 큰일이었죠. 서류 제출 시기가 한참 동안 늘어질 수 있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신고 서류는 무사히 제출했습니다. 나중에 담당 공무원과 직접 연락이 닿았고, 보정(보충 및 수정)할 사항과 새로운 서류 양식을 전달받았지요. 몇 번의 수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결국 무사히 설립 신고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고필증을 교부받게 되었습니다.
관할기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동대문구청은 공증이 되지 않거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신고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신고 접수 후 일정한 기간 안에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일단 서류를 받아 놓고 몇 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접수 처리를 하더군요.
설립신고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은 두 명의 조합원이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방법을 생각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후의 실무과정에서도 함께 행동한다는 원칙은 계속 지켰고, 그 결과 무수히 맞닥뜨리게 되는 걸림돌을 협력의 힘으로 넘을 수 있었죠,
그 점에서 다른 사례 하나를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공증 문제가 설립신고 이후에도 계속 뒷다리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법인 등기 때 터진 사건이죠. 역시 두 사람이 같이 실무를 진행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