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라는 시간적 여유 때문에 의식적으로는
느리고 일상적인 노마드를 지향하지만,
타지인으로서의 현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지리나 이동방법, 먹거리, 관광여건 등의 정보를
가능하면 빨리 많이 수집해 놓아야 현지 적응이 빨라지고,
그래야 노마드적 삶으로의 진전도 빨라질 것 같은 조바심이 생겨난다.
<올드시티 골목길을 걷고 있는 서구 시니어노마드들>
그런 조바심이 결국은 노마드적 삶이라는 여정의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고 자부한만큼 그 조바심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느릴수록 뭔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상실감이 커진다.
시간과의 다툼 속에 헐레벌떡 쫒기듯 살아온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더구나 멀리 떠나와 있으므로
상시적으로 교류했던 인간적, 사회적 관계들이 일정부분 정지되고
그에 따른 고립감과 위기감, 불안감 등도 생겨날 수 있다.
<올드시티의 카페에서>
오히려 평소에 외톨이였거나 절제된 관계의식을 지녔던 사람일수록
그 고립감이나 불안감은 훨씬 덜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노년의 노마드엔 지나친 외연확장보다
내면화와 내실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더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길거리에서 태국 민속무용을 따라하는 서구 여성들>
주변에선 대부분 자유로운 노마드의 삶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쩌면 그게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것은 부러운 삶의 태도이며 누군가에겐 쫒을 수 없는 사치이고
이루고 싶은 소망일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기 하기"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시작하면서,
결코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하지 않으며,
자만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생활태도를 거듭 확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