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특강
와인전문기술자인 호주의 Nyall Condon의 와인특강이 있었는데 2시간 반의 통역을 맡게 되었다.
오랫동안 영어를 접해 왔지만 공식적인 석상에서 통역은 첨이어서 약간 긴장했지만 무리없이
잘 한 것 같았다. 다음날인 2011-10-21일에는 농가 와인너리를 돌면서 테이스팅을 하면서 품질 및
공정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점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포도의 품종
그는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90%는 포도의 질이고 10%는
양조기술이라고 한다. 구대륙이 아닌 신대륙인 호주의 기술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약간 놀랍다. 왜냐하면 신대륙의 특징은 대량의 최신 자동화설비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포도알이 국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양조용 까바르네 소비뇽 등은 과육에 비해
껍질이나 씨(seed)의 함량이 많기 때문에 색상, 탄닌, Flavour을 주는 성분이 많기 때문에 과육이
많은 한국의 포도보다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생과용인 국내용 포도품종으로 어느 정도 과연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지만 탄닌 성분이 적은 화이트 와인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풀바디(Full Body)가
있는 레드와인은 힘들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와인 매니아였던 미국의 3대 대통령 제퍼슨도 유럽의 포도종을 미국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몇 번이나 실패를 하고 거부였던 그는 말년에 그 실패로 인해 상당한 채무를 졌다고 한다.
그만큼 포도종이 중요하며 또한 유럽 포도나무의 종을 다른 나라에 토착화 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신대륙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프랑스를 능가하는 품질을 만들고 있는 미국도
그와 같은 시행착오를 격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한국도 우리의 토질에 맞는 생과를 빨리
개발하는 방법이 한국의 미래 와인사업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2. 후발효 방지대책
두어 달 전에 박스에 포장된 와인 두 병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딸려고 박스를 열어보니까 콜크 마개가
터져서 와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병에서 후발효가 일어나면서 탄산가스가 생성되어서 병의
콜크마개를 터트린 것이다. 17세기 말 프랑스 수도사 동 페리룡(Dom Perignon)을 고민하게 만들어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탄생시킨 바로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은 병입한 후에
아직도 남아 있는 잔당과 효모가 이차 발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막으려면 잔당과 효모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Nyall Condon에 의하면 첫째는 발효가 끝난
발효조를 25도-30도로 가온시켜 효모를 다시 활성화시켜서 잔당을 제로상태까지 제거하고 0도에서
일주일 정도 chilling시켜 효모를 침전시켜 Racking으로 제거하고 다시 0.4 마이크론 정도의
살균 필터를 사용, 이스트를 포함한 각종 세균 및 부유물질을 제거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발생한다. 효모를 재활성화 시켜서 잔당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느냐 하는 문제.
두 번째의 문제는 필터 프레스의 가격이다. 농가에서는 그런 필터프레스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 나의 생각으로는 현재 농가의 0.8-1.2 마이크론 정도의 필터만 사용하더라도
상기의 공정 즉 효모의 재활성화 및 Chilling의 방법으로 후발효의 문제는 크게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3. 잔당의 문제
잔당의 문제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본 결과 특강을 한 Nyall의 내용중 제로로 잔당을 내려야
한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드라이 와인도 0.5%-1.0% 정도의 당은 가지고 있다
다음은 wikipedia에서 번역을 한 내용이다.
수확기 무렵에, 15-25%의 포도는 단순한 당으로 구성돼 질 것이다. 포도당과 서당은
6개의 탄소를 지닌 설탕이지만 3, 4, 5, 7개의 탄소를 지닌 당도 포도 속에 존재하고 있다.
5개의 탄소를 지닌 arabinose, rhamnose 및 xylose 등과 같은 당은 발효되지 않고 발효가 끝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완전히 드라이한 와인은 없다 (잔당이 전혀 없는 와인은 없다).
당의 함량은 최종의 와인에서 알코올 농도(보디와 미각)를 나타내므로 와인제조자는 때로는
제조공정 중에서 chaptalization로 알려진 공정 즉 슈크로즈를 첨가하여 알코올의 농도를 올리기도 한다.
4. 보당의 문제
보당은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포도의 Flavout(향미 및 풍미)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보당의 경우 완전 정제된 설탕을 사용하면 이스트가 설탕을 완전 분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호주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래서 농축된 포도즙을 첨가하는 게 좋다고 한다
설탕을 첨가하는 것에 비해서 풍미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포도당 및 다른 대체 당을 사용하여 실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제된 설탕이 이스트에 의해 완전분해가 힘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포도당을
설탕대신에 도입한다는 농업기술센터 이현주씨의 생각은 대단히 가능성 있는 좋은 생각인 것 같다
5. 이스트
효모(酵母)는 미생물로 약 1,500 종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균이지만
효모라는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대부분 출아에 의해 생식하나 세포 분열을 하는 종도 있다.
크기는 대략 3~4 마이크로미터로 빵이나 맥주의 발효에 이용된다.
특강 중 어느 주부께서 이스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물었지만 호주기술자의 대답은
별로 신통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었다. 관심을 가지고 와인학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효모는 와인을 발효시킬 수 있지만 어떤 특유한 맛을 내는 와인에는 그것에 적합한 효모가
있다. 일본은 균주의 개발 연구에 대해서는 세계 제일이다. 중국도 마호타이, 우량주와 같은 세계의
명주를 만드는 데는 그들만의 발효균을 장기간에 걸쳐 경험상 또는 이론상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및 중국은 미생물의 대국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미생물학은 아직 초보이다. 와인에는 와인을
발효하는 균주가 비결일지 모른다. 이것을 선택하고 배양하고 보존하는 것이 하나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려고 한다.
6. 병입과 청결
병입과정에서 무균실에서 철저히 위생적인 상태에서 병입을 해야한다고 한다. 질소 및 이산화탄소를
채워서 산소에 의한 산화를 방지하고 살균 필터로 살균이 되어있는 와인을 다른 곰팡이나 박테리아에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농가형 와인에서는 이런 시설을 갖추기는 약간 힘들 것 같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와인을 5년 또는 10년 정도 보관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다. 발효가 끝나면
오크통에 넣어서 숙성을 시키든지 아니면 바로 병입을 해서 병에서 숙성을 시키는 게 좋다.
와인의 Fresh한 맛을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오버 숙성이 되면 산화에 의해서 맛이 변하고 포도의
향이 소실되기 쉽기 때문이다. 숙성은 병 속에서 시키는 것이 좋다.
7. 발효는 open 상태에서 ;
발효는 혐기성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밀폐 상태에서 발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발효할 때는 입구가 넓은 용기에서 뚜껑을 닫지 않고 발효시키고
발효가 끝나면 포도 껍질을 제거한 후 뚜껑을 닫고 밀폐된 상태에서 숙성을 시키라고 한다.
발효가 일어나고 있을 때 Air-Lock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완전 Open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확실한 발효 공정 및 이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8. 영천 와인의 경쟁력과 미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와인을 유럽 및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와 경쟁한다는 것은 한국의 쌀과
소고기로 미국의 쌀과 소고기를 경쟁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와인의 경쟁력은
제조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고 포도에 90%의 비중이 있다고 하면 와인의 경쟁력은 농산물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최고의 와인인 Penfolds Grange을 만드는 포도는
키로당 4,000원 선이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Yellow Tail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포도는
키로당 400원 정도라고 한다. 키로당 400원 정도의 포도가 우리나라의 영천 포도의 작년 가격인
2,000원. 올해 가격인 3,000원 짜리 포도에 해당하는 것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양조용 포도가 아니기
때문에 양조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포도 자체의 품질만이 아니고 가격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자국내의 소비는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수출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는데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농가 와인너리를 돌아보면서 농가 와인너리 소유주들의 집념이 대단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집념이 어느 정도의 결실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원칙이 안 되면 대부분의 경우 지성이
감천이라도 안 될 수 밖에 없다. 포도 와인만 집착하면 안 될 것 같다. 한국 토착의 뽕나무의 오디,
복분자, 머루 등을 포도 대신의 원재료로 생각하면 한국 와인의 미래는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양조용 포도품종의 개발, 이스트의 개발 및 선정, 대체 원재료의 개발 및 한국에
맞는 양조조건의 연구개발 등이 영천 와인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