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1)년 가을에 진행된 운탄고도트레킹 행사에 이어, 지난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운탄고도 1330 개통 기념으로 진행된
행사에 참여했다. 책장에 작년 밴드가 놓여 있어 같이 나란히 세워 놓고 사진에 담아 보았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일정상 2구간은 뒤로(오랜 뒤는 절대 아니다) 미루고, 행사 구간인 3구간을 먼저 걷기로 했다. 행사 구간은 3구간 전체가 아닌,
버스가 올라 갈 수 있는 지점을 기점으로(모운동마을~만경사주차장) 했다. 3구간은 망경대산 너머 예미역까지다.
오늘 나는 원점 회귀를 하지 않고, 행사구간 종점을 지나 3구간 끝지점인 예미역까지 갈 계획이다.
김삿갓면 소재지인 김삿갓장터 앞에서 버스가 모운동 마을까지 데려다준다. 2구간의 종점이면서 3구간의 시점이다. 이 곳은
케이블 티비 tvN story 채널에서 운탄고도마을호텔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산악인 엄흥길, 정보석, 이장우 출연)에서 소개된 바 있다.
사람들이 마을호텔에서 기념 사진을 담고 여기저기 돌아보는 사이 나는 바로 길로 들어섰다. 어차피 2구간을 조만간 진행할
것이기에 그때 다시 들려 제대로 볼 생각이다.
망경대산을 포함한 영월 지역은 MTB 코스가 잘 정비되고, 배후시설도 잘 된 곳이다. 3구간 종점에는 MTB 호스텔도 있다.
이 길은 '산꼬라데이길'이라 부른다. '산꼭대기'라는 이 곳 방언이라 한다. 한때는 만명이 모여 살았다는 모운동 마을은 이제는
그리 많지 않은 가구만 남아 있다. 우리나라 60~70년대 산업 기반의 한 축을 담당했던 탄광산업이 사양길로 들어가면서 이
곳은 잊혀진 곳이 되어 가고 있었고, 최근 영월.정선.태백.삼척 4개 시군이 뜻을 모아 운탄고도1330이 만들어졌다.
길을 걸으면서 전체 9개 구간중에 왜 3구간을 기념 구간으로 정했는지 이해가 갔다.,
광부의 샘, 갱도에 들어간 광부들의 가족들은 이 샘터에 동전을 던지면서 가족들의 무사를 빌었다 한다.
황금폭포, 광물질이 산화되면서 주변 토양이 황금빛으로 되었고, 이 곳에는 갱도에서 흘러나온 물이 폭포가 되어 흐른다.
황금폭포 바로 옆에는 탄차와 광부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조형물 옆에서 행사 기념으로 즉석사진(폴라로이드)을 찍어 선물로 주었다. 필름을 받아 살살 흔들면서 걷다 보니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굿~~~ 멋져부려 !!'
길은 상당히 잘 조성되어 있다. 중간 중간 운탄고도 리본이 있고, (크게 길을 잃을 만한 곳은 없지만) 갈림길이 많아 자칫
알바를 할 만한 곳이 두어 곳 있다.
누리장열매와 소나무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이 있었다. 멋진 풍경이었다.
잠시 잠시 나타나는 트인 전망은 이 곳의 높이와 깊이를 실감하게 해준다.
이 시기 깊은 산골의 주인공 꽃중의 하나인 '향유'가 벌들과 함께 그 향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산중 화원이라고 하면 알맞은 표현일까 싶은, 이 계절의 야생화는 다 모여 있는 듯 한 곳이 있다.
옥동납석광업소, 노랗게 단풍이 진 싸리나무 위쪽에 갱도가 보인다.
길과 주변의 나무들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잘 보전되고 아름답다. 조만간 이 길이 어떤 색으로 변해 있을까 궁금했다.
사람들이 흔히 아는 운탄고도 4, 5코스(만항재~세비재)와 견둬도 손색이 없을 듯한 길이다. 나는 이 길을 보면서 오히려
이 길이 주변 구성으로는 더 낫지 않나 싶다. 우선 이 길에는 모운동벽화마을이 있어 현지 사람들을 대할 수 있고, 탄광의 흔적도 더 많이 남아 있다. 또한, 길의 중간에 만경선사와 망봉사, 만봉불화박물관 등이 있어 산사의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에 명상의 구간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망경선사, 위의 사진은 불화박물관이고, 아래는 망경선사 대웅전의 모습이다.
"오호 ~~~ 꽈리가 있다 ~~~"
향유 꽃들이 소리를 내길래 들여다 보니, 꿀벌들이 가을날의 꿀향기에 흠뻑 취해 있다.
길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우측으로 망경대산 정상 이정표가 보인다. 왕복 600 미터 정도,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잠시 다녀왔다. 해발 1088미터지만 인근에서는 낮은 편이고 위세도 밀리는 산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의와 모자를 꺼내어 챙겨 입고, 가져온 점심 대용의 빵을 얼른 대충 먹었다.
기념구간 종점에서 운탄고도는 임도길을 벗어나 바로 산길로 이어진다. 정말 산길이다. 자그마한 오르락 내리락이 나름
아기자기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몇 있었던 지금까지 와는 달리 나 홀로 산행이 되었다.
석항삼거리로 향하는 길은 가끔 내리막 경사도가 심한 편이다. 잠시 내린 비로 일부는 땅이 벌써 젖어 미끄러웠다.
숲길을 벗어나면서 카메라는 베낭에 넣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담았다.
석항삼거리를 지나면 길은 산책길로 이어지는데, 영월과 정선 경계를 지나게 된다.
한적한 시골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면 예미 산동읍에 도착한다.
예미역으로 가는 터널 오른쪽에 작년 걸었던 길의 종점이었던 타임캡슐공원 벽화가 있다. 다음 구간은 타임캡슐공원과
세비재를 지나 화절령으로 이어지는 유명한 그 길이다.
예미역은 정말 작은 시골 간이역이다. 하루에 5~6번 정도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멈추는 곳이라, 구간 연결하기 좋은
곳이다. 산동읍에는 숙소와 식당이 여러개 있다.
테마 여행을 하고 있는 유명한 유투버 '유이뿅'을 만나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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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운동에서 망경대산까지의 길은 사시사철 무척 아름다운 길임을 확신한다.
저절로 명상에 잠길 수 있고, 옛 시대의 흔적들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은근한 오르막 그리고
산사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듬고....하루 이틀 머무르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고, 나 또한 기회가 되면 그러고 싶다.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