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해서 사 먹었던 캡슐커피에 이런 문제가? [ESG 세상]
안치용입력 2023. 6. 4. 11:24
[ESG 세상] 캡슐커피 사용 제한하는 나라들, 대안을 찾는 사람들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안치용, 안신우, 이주현, 김비치, 이윤진 기자]
캡슐커피는 가공 과정을 거친 원두를 분쇄해 진공 포장한 형태의 커피이다. 원두를 직접 사용하는 커피머신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 캡슐 하나로 집에서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캡슐커피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유사한 맛을 구현해 내면서, 편의성까지 더해져 캡슐커피를 찾는 사용자가 점차 증가했다.[1] 특히 팬데믹 이후에 국내 캡슐커피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한국 캡슐커피 시장은 1980억 원으로 2019년보다 42.8% 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홈카페 열풍으로 캡슐커피 수요가 크게 는 것으로 풀이된다.[2]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캡슐커피를 찾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캡슐커피, 알고 보니 환경오염 원인?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캡슐커피가 폐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캡슐커피는 밀봉한 구조여서 캡슐 내부에 남아있는 커피 찌꺼기를 따로 분리수거하기 어렵다. [3]캡슐커피의 캡슐 구조는 캡, 필터, 바스켓 부분으로 나뉜다. 바스켓에 원두가 담기고 캡이 씌워져 밀봉한다. 캡은 뚜껑 부분에 해당하고, 바스켓의 위와 아래에 두 개 필터가 있고 그 사이에 분쇄된 원두가 들어가 있다. 캡과 반대쪽인 바스켓 밑부분에 더운 물이 투입되어 필터를 거쳐 캡 쪽으로 커피가 추출된다. 커피를 내린 후 남은 찌꺼기는 필터 및 바스켓과 분리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채 폐 커피캡슐은 종종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4]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캡슐커피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캡슐 용기를 재질에 맞게 분리배출하는 소비자는 4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분리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캡슐커피가 분리배출 표시 지침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캡슐커피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의 제6조 분리배출 표시의 적용 예외 사항, 즉 내용물의 용량이 30밀리리터 또는 30그램 이하인 포장재에 해당한다. 설문조사에 캡슐의 재활용 가능여부를 잘 몰라서, 여러 재질이 혼합돼 있어 분리배출이 어렵다는 응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용 예외' 외에 정보부족과 캡슐구조가 분리배출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커피캡슐을 둘러싼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순환을 통한 캡슐커피의 재탄생
식음료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사용한 커피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5] 네스프레소는 2011년부터 폐 커피캡슐을 회수해서 알루미늄과 커피가루로 분리한 후 각각 재활용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웹사이트에서 '재활용 백' 신청 시 날짜와 정확한 회수 장소를 지정하면 회수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한 캡슐을 회수한 후, 알루미늄과 커피가루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알루미늄은 캔,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활용되고 커피가루는 농장의 거름으로 재활용된다.
그러나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 회수 프로그램이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6] 영국 시장조사 회사 민텔에 따르면 네슬레가 알루미늄 용기의 재활용률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29%에 그쳤다.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서는 네스프레소에서 배출하는 빈 알루미늄 쓰레기가 매년 최소 8000톤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 기업임을 내세울 뿐, 실질적으로는 캡슐커피의 환경오염 문제에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장부터 친환경으로
대안 중에는 캡슐용기를 재활용하기보다 커피캡슐 포장재를 아예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영국 커피브랜드 헤일로(Halo)사에서는 생분해 캡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헤일로 커피캡슐은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펄프 안에 분쇄한 원두를 담았다. 100%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사용 후 음식물 재활용통에 커피캡슐을 버리면 90일 이내에 자체적으로 분해된다. 커피가루와 포장용기를 따로 배출할 필요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헤일로 캡슐커피는 비옥한 토양으로 순환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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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캡슐커피 |
ⓒ halo |
캡슐커피를 대체한 커피볼 또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아이디어다. 커피볼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사용한 캡슐 자체를 없애고 커피를 캡슐커피처럼 즐길 수 있는 대안이다. 스위스 커피 브랜드 커피B에서는 커피볼과 전용 커피 머신을 팔고 있다. [8] 이 커피볼은 천연연료로 만든 얇은 보호막 안에 원두가루가 보관되어 있으며 별도 포장이 전혀 없다. 보호막이 무미, 무취로 커피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용한 커피볼은 전량 퇴비로 만들 수 있다. 커피볼에는 둘러싼 얇은 막 이외에 다른 어떤 포장도 없어서 토양에 버려져 그대로 비료로 전환될 수 있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