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葆光의 수요 시 산책 5)
묻지 마라, 아는 것이 불경이라. 나나 그대에게,
레우코노에여, 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바뷜론의
점성술에 묻지 마라. 뭐든 견디는 게 얼마나 좋으냐.
유피테르가 겨울을 몇 번 더 내주든, 바위에 부서지는
튀레눔 바다를 막아선 이번 겨울이 끝이든, 그러려니.
현명한 생각을. 술을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기원전65-8) 『카르페 디엠』, 김남우 옮김, 민음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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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티우스는 기원전에 활동했던 로마의 시인입니다. 이 시는 우리가 많이 듣는 ‘카르페 디엠’의 출처가 되는 시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모두 지복이나 운명에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바뷜론은 점성술로 유명한 고장이었으며, 호라티우스 이전부터도 바뷜론의 점성술은 로마에 널리 성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말라고, ‘아는 것이 불경’이라고, ‘유피테르(제우스)’가 어떻게 하든 ‘그러려니’ 하라고, ‘긴 욕심일랑 잘라내’고 다만 ‘오늘을 즐’기라네요. 이러니저러니 시비하는 새에도 세월이 흘러간다고 하는 단호한 시인의 어투에서 삶을 꾸려가는 진정한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새삼 확인합니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사실 우리는 너무 오래 미래에 오늘을 저당 잡히고 살았습니다. 선진국민이 되자고 허리띠 졸라맨 세월 다들 아시지요. 이제 그 허리띠 풀 때가 되었습니다. 즐기라는 것이 흥청망청하라는 것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아실 거고요, 아쉬워도, 좀 모자란 듯해도 오늘을 즐기면서 사는 마음이야말로 제대로 된 내일을 기약하는 일이지 싶습니다. 장마가 대충 고비를 넘겼지만, 삼복더위가 아직도 한창입니다. 펜데믹 해제가 선언되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또 확산된다는 소식이 들리니 이 삼복더위에 마스크를 다시 쓰나 마나 고민됩니다. 다들 이 여름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30802)
첫댓글 열행에서 호라티우스의 시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더불어 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