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도 – 김승범
마치 커다란 돌덩이로
머리를 짓누른다
내던진 돌멩이에 맞은 물결
파장을 일으킨다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순간 다가온 호수가
널름 파도를 삼키고
언제 그랬냐며 나를 쳐다본다
무심한 파도
상심한 나 하나가 되었다
고요 속에 일치되는 허무감
나의 욕심이 안경을 접는다.
♧ 오름길 오르며 – 김용길
가을 햇볕이
잔뜩 독毒이 올랐다
마른 풀잎에 손가락 베이고
바짓가랑이 휘감기는
억새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핏방울 맺히는 손가락
입으로 빨다 말고
올라온 길 내려다보면
길은 끊어지고 없다
세상살이 걸어온 길
저처럼 자주 끊어진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이제 올라갈 길
단단히 허리춤에 매달고
걸어야 하리
흔적을 남겨야 하리.
♧ 탱자나무 호랑나비 – 김정희
탱자나무에서 깨어난
호랑나비 애벌레
탱자 잎 먹고 큰다
참새를 피해
참새 똥처럼 있으면서
큰다
작아진 옷
벗고 또 벗으며
다 큰 애벌레
♧ 알작지왓 몽돌 - 김희운
세상살이 준비~이!
달린다, 또 달린다
미움 깎고 원한 닳아
밑천마저 끄집어내
보듬고 덖어 내서는
자 비 방 울 공 덕 방 울
♧ 꽃 피면 혼자 웃고 - 김철선
백팔계단 올라
자욱한 안개 굴사
촛불 켜 무릎 꿇고
백팔 배 다시 백팔 배
사방 향 내음 잔잔한 미소
안개에 젖은
형제섬이
하늘가
허공에 뜬 나에게
“억겁 시린 세월
가슴으로 산다
눈비 올 때 혼자 걷고
꽃 피면 웃어라”
산문을 나섰다
벚꽃 어지러이 떨어지는 세상
물은 부질없이 흘러간다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 2022년 하반기(제19호)에서
카페 게시글
일심
리비도, 김승범 외
하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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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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