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를 벗어나 고부스탄으로 향하는 동안 카스피해는 계속 이어졌다. 곳곳에 원유와 가스를 퍼 올리는지 기계들이 즐비했다. 바쿠를 완전히 벗어나자 광야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지만 석유가 펑펑 나오니 제몫을 단단히 해내는 광야가 아닌가. 우리나라에 어디쯤에도 이런 광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요즘 동해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는 것 같으니 더 부러웠다. 물론 앞으로는 대체 에너지가 석유를 밀어낼 수도 있다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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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에서 한 시간 쯤 달리자 고부스탄에 이르렀다. 고부스탄은 약 5만 년 전 선사시대 암각화로 유명한 곳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즐비하고,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는 돌산이었다. 물도 없고 나무도 제대로 없으니 사람들이 살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지만 예전에 물이 많았고, 숲이 우거져 있었다고 한다.
그늘 없는 탐방로는 햇살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움푹 팬 동굴들이 보이고, 그림들이 숨겨져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위에는 사슴, 멧돼지, 소 등이 그려져 있었다. 이곳 바위들이 비교적 무른 석회암이라 흑요석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이렇게 그림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구멍들은 음식을 찧거나, 물을 받아 놓는 용도였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제물로 희생된 동물 피를 받아 두는 용도로도 사용했을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