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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조선경국전 朝鮮經國典
조선 태조 3년(1394) 5월에 판삼사사判三司事 정도전鄭道傳이 찬술한 조선 개국의 기본 강령을 논한
규범체계서이다.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 등으로 나누어
국가의 기본을 논하였다. 그리고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를 따라서 ‘육전六典’의 관할 사무를 규정하였다.
주례周禮와 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① 치전治典(이전吏典) ② 부전賦典(호전戶典) ③ 예전禮典
④ 정전政典(병전兵典) ⑤ 헌전憲典(형전形典) ⑥ 공전工典의 6전을 열거하며 국가경영의 핵심을 정하여
조선 법제의 기본을 이루었다. 이후에 나온 여러 법전의 효시가 되었다.
이 중 뒷부분의 6전을 뽑아 경국육전經國六典이라 한다.
1. 정보위(正寶位, 보물같은 자리를 바르게 함)
주역周易에 이르길 “성인의 큰 보물을 ‘자리’(位)라고 부르며,천지의 큰 덕을 ‘낳아줌’(生)이라고 부른다.
무엇으로 자리를 지키는가? ‘사랑’(仁)이다”라고 하였다.
천자天子는 천하의 녹봉을 향유하며, 제후諸侯는 경내境內의 녹봉을 향유하니, 모두 부귀의 지극함이다.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은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은 그 힘을 바치고, 백성은 분주하여 각각 그 맡은 일에
복무함에, 오직 인군의 명령을 따르니 ‘자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큰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성인은 천자의 자리를 보물로 여김)
천지는 만물을 한결같이 낳고 기를 뿐이다.
대저 ‘한 근원의 기운’(一元之氣, 원문에는 ‘原’이나 이는 명明나라 천자 주원장朱元璋의 이름을 휘한 것)이
두루 흐름에 끊어짐이 없으니, 만물이 생겨남에 모두 이 기운을 받아서 생겨나니, 큰 것과 가는 것,
높은 것과 낮은 것이 각각 그 형체를 형체로 삼고, 각각 그 본성을 본성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천지는 만물을 낳는 것을 ‘마음’으로 삼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른바 ‘만물을 낳는 마음’(생물지심生物之心ㆍ천심天心ㆍ양심良心)이 바로 천지의 큰 덕이다.
인군의 자리는 존귀하며 귀하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백성은 지극히 많다.
한 번 그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만한 것이 있게 된다.
아래 백성은 지극히 약하나 힘으로 위협할 수 없으며, 지극히 어리석으나 잔꾀로 속일 수 없다.
그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고, 그 마음을 얻지 못하면 떠나버린다. 떠나고 따르는 사이는 털끝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미세하다. 그러나 이른바 그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사심으로 구차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도를 어기고 명예를 해치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랑’(仁)이라고 말할 따름이다.
인군이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을 ‘마음’으로 삼아서, ‘남에게 참을 수 없는 정책’(不忍人之政)을 시행하여,
천하의 4방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뻐하여 부모처럼 우러러 보게 할 수 있다면, 장구하게 안락하고 부유하며
존귀하고 영화로움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고 망하고 뒤집히고 추락하는 근심은 없을 것이다.
‘사랑’(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또한 마땅하지 않는가?
삼가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천심과 인심에 순응하여 ‘보위寶位’를 신속히 바로잡으셨으니,
‘사랑’(仁)이 마음의 덕의 전체가 되며, ‘친애함’(愛)이 사랑의 발출함임을 아시고, 그 마음을 바로 잡아
‘사랑’을 체득하시어, 그 ‘친애함’을 남에게 미치셨으니, 사랑의 본체가 서고 사랑의 작용이 행해졌다.
아! 그 자리를 보유하여 천만세 전해질 것임을 누가 믿지 않겠는가?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故曰天地
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一有
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得其心則服之 不得
其心則去之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
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恭惟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於是正其心以體乎仁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 주역 「계사전繫辭傳」
천지의 큰 덕을 ‘낳아줌’(生)이라고 부르며, 성인의 큰 보물을 ‘자리’(位)라고 부른다.
무엇으로 자리를 지키는가? ‘사랑’(仁)이다. 무엇으로 사람을 모을까? ‘재화’(財)이다. ‘재화’를
다스리고(理財) ‘말’을 바로잡고(正辭) 백성들이 불의를 저지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禁民爲非)을 ‘
정의’(義)라고 부른다.
天地之大德曰生 聖人之大寶曰位 何以守位 曰仁 何以聚人 曰財 理財 正辭 禁民爲非 曰義
* 맹자집주 (주희)
천지는 만물을 낳는 것을 ‘마음’으로 삼는다. 그래서 생겨난 만물은 각각 저 천지의 만물을
낳는 마음을 얻어서 ‘마음’으로 삼는다. 그래서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참을 수 없는 마음’이 있다.
天地以生物爲心 而所生之物 因各得夫天地生物之心以爲心 所以人皆有不忍人之心也
* 맹자
사람에게는 모두 ‘남에게 참을 수 없는 마음’이 있다. 선왕은 남에게 참을 수 없는 마음이 있으니,
이에 남에게 참을 수 없는 정책이 있다.
남에게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남에게 참을 수 없는 정책을 행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위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을 것이다.
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 治天下可運之掌上
예절禮 지혜智 사랑仁 정의義 성실信 분별別 친애愛 합당宜 공경敬
2. 국호(國號, 나라의 이름)
해동海東은 그 국호가 하나가 아니었다. 국호를 ‘조선朝鮮’으로 삼은 경우가 셋이었으니,
① 단군檀君 ② 기자箕子 ③ 위만衛滿이 그것이다.
박씨朴氏ㆍ석씨昔氏ㆍ김씨金氏가 서로 계승하여 ‘신라新羅’라고 칭하였으며, 온조溫祚는 앞에서 ‘
백제百濟’라고 칭하였으며, 견훤甄萱은 뒤에 ‘후백제後百濟’라고 칭하였다. 또 고주몽高朱蒙은 ‘
고구려高句麗’라고 칭하였고, 궁예弓裔는 ‘후고구려後高句麗’라고 칭하였다.
왕씨王氏는 궁예를 대신하여 ‘고려高麗’라는 국호를 이어서 사용하였다.
모두 한 귀퉁이를 몰래 차지하여 중국의 명령을 받지 않고서, 스스로 명호를 세우고 서로 침탈하였으니,
비록 칭하던 바가 있더라고 어찌 취할 수 있겠는가? 오직 기자만은 주무왕周武王의 명령을 받아 조선후
朝鮮侯에 봉해졌다. 이제 천자(天子, 명태조明太祖)가 명하길 “조선이란 칭호가 아름답고 또한 그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그 이름을 근본으로 삼고 하늘을 몸으로 삼고 백성을 다스린다면 후손들이 길이 창성할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생각건대 무왕이 기자에게 명하던 것으로 전하에게 명한 것이니, 그 이름이 이미 바르니 말이
순리에 맞다. 기자는 무왕에게 「홍범洪範」을 펴고, 그 뜻을 미루어 부연하여 ‘8조의 가르침’(八條之敎, 팔조금법)을 지어서 나라 안에 시행하였으니, 정치와 교화가 성대하게 행해지고 풍속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조선’이란 이름이 천하 후세에 알려진 것이 이와 같다. (기자는 주무왕에게 명을 받았으나 사실 주나라에
문명을 전해준 스승이 된다. 그러니 조선이 비록 명나라의 명을 받으나 실질은 문화적으로 명나라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제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국호를 이미 계승하였으니, 기자의 선정 또한 마땅히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 천자의 덕도 주무왕에 부끄러울 것이 없으며, 전하의 덕 또한 어찌 기자에게 부끄러울 것이 있겠는가?
장차 ‘홍범의 학문’(洪範之學)과 ‘8조의 가르침’(八條之敎)이 금일에 다시 시행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공자께서 “나는 그 나라를 동주東周로 만들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나를 속이셨겠는가?
(정도전은 중국 문화의 원형인 주나라를 존중하되, 주나라에 문명을 전해준 기자의 조선을 꿈꾸었음.
그러기에 요동정벌을 계획할 수 있었음.)
海東之國 不一其號 爲朝鮮者三 曰檀君曰箕子曰衛滿 若朴氏昔氏金氏相繼稱新羅 溫祚稱百濟於前
甄萱稱百濟於後 又高朱蒙稱高句麗弓裔稱後高麗 王氏代弓裔 仍襲高麗之號 皆竊據一隅 不受中國之命
自立名號 互相侵奪 雖有所稱 何足取哉 惟箕子受周武之命 封朝鮮侯 今天子命曰惟朝鮮之稱美 且其來遠矣
可以本其名而祖之 體天牧民 永昌後嗣 蓋以武王之命箕子者 命殿下 名旣正矣 言旣順矣 箕子陳武王以洪範
推衍其義 作八條之敎 施之國中 政化盛行 風俗至美 朝鮮之名 聞於天下後世者如此 今旣襲朝鮮之美號 則箕子
之善政亦 在所當講焉 嗚呼 天子之德無愧於周武 殿下之德亦豈有愧於箕子哉
將見洪範之學 八條之敎 復行於今日也 孔子曰 吾其爲東周乎 豈欺我哉
*논어論語 「자로子路」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다.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 논어 「양화陽貨」
나를 써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나라를 동주로 만들 것이다!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 복생伏生의 상서대전尙書大傳
무왕이 갇혀있던 기자를 풀어주자 기자는 조선으로 달아났다.
武王釋 箕子之囚 箕子走之朝鮮
(유학에서 인자仁者이자 성인聖人으로 보는 기자가 당시 주나라를 떠난 것은 주나라를 성인의 나라로
보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인자이자 성인들이 백이와 숙제-은나라의 지파인 제후국 고죽국 군주의 아들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굶어죽은 것도 주나라가 지금 생각하는 그러한 성인의 나라가 아니라,
은나라를 공격한 하극상의 나라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기史記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하였으나 신하로 삼지 않았다.
武王乃封箕子於朝鮮而 不臣也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 연조燕條
은나라의 도가 쇠하자 기자는 조선으로 갔다. 그 백성들에게 예의와 농사ㆍ양잠, 베 짜는 것을 가르쳤다.
낙랑조선의 백성들은 ‘범금팔조犯禁八條’(팔조지교八條之敎, 팔조八條禁法,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은 남에게
가하지 마라!”는 양심에 충실한 법)가 있어서, ① 서로 살인을 하면 당시에 죽여서 갚고, ② 서로 상해를 입히면 곡식으로 갚으며, ③ 서로 도둑질을 하면 남자는 잡아들여 그 집의 노奴로 삼고 여자는 비婢로 삼는다.
재물로 죄를 면하고자 하는 자는 50만전을 주어야 한다. 비록 면죄하여 일반민이 되어도, 풍속에 차별하여
혼인하고자 하여도 상대가 없었다. 이 때문에 그 백성이 끝내 서로 도둑질하지 않았다. (양심이 각성됨) 문을
닫지 않았고 부인은 정숙하고 신실하여 음란하지 않았다.
殷道衰 箕子去之朝鮮 敎其民以禮義田蠶織作 樂浪朝鮮民犯禁八條 相殺以當時償殺 相傷以穀償 相盜者
男沒入爲其家奴 女子爲婢 欲自贖者 人五十萬 雖免爲民 俗猶差之 嫁取無所讐 是以 其民終不相盜 無門戶之閉
婦人貞信 不淫
3. 정국본(定國本, 나라의 근본을 정함)
세자世子(저부儲副)는 천하 국가의 근본이다.
옛날의 선왕先王은 반드시 장자로 세자를 세웠으니 그 다툼을 끊기 위함이었으며, 반드시 현자로 세웠으니
그 덕을 숭상하기 위함이었다. 천하 국가를 공적인 것으로 여기는 마음이 아님이 없었다. 오히려 교양이
지극하지 않으면 덕업德業이 진보하지 않아서 부탁한 중임을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하였다.
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선비, 덕이 높은 선비를 사부師傅로 삼고, 단정한 사람과 올바른 선비를
요속僚屬으로 삼아서, 아침ㆍ저녁으로 강론하고 권함이 바른말과 바른 일이 아님이 없도록 하였으니,
그 훈도薰陶와 함양涵養이 지극하였다. 선왕은 세자에 ‘자’(位)를 정해줄 뿐 아니라, 자리에 따라 가르침도
이와 같았다. … 세자의 위를 바로잡아 나라의 근본을 융성하게 하는 것은 합당하다.
儲副 天下國家之本也 古之先王 立必以長者 所以絶其爭也 必以賢者 所以尙其德也 無非公天下國家之心也
尙慮敎養未至 則德業未進 無以克荷負托之重 於是 擇耆儒宿德爲之師傅 端人正士爲之僚屬 朝夕講勸 無非
正言正事 則其薰陶涵養者至矣 先王之於儲副 不徒定其位 從而敎之者如此 … 其所以正儲位 而隆邦本者 宜矣
4. 세계(世系,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계통)
삼가 생각건대 본 왕조의 세계世系의 번성함은 모(某 전주 이씨의 시조 이한李翰) 이래로 대대로 덕을 쌓아
오다가 목왕(穆王,조선 태조의 고조인 이안사李安社)에 이르러 비로소 드러나고, 전하에 이르러 대명大命이
모이게 되었다.
恭惟本朝世系之盛 自某以來 世有積德 至穆王而始著 至殿下而大命集矣
5. 교서(敎書, 왕이 내리는 문서)
서경書經에 이르길 “위대하다, 왕의 말이여!”라고 하였으며, 또한 “한결같다, 왕의 마음이여!”라고 하였다.
오직 그 마음이 안으로 한결같기에, 밖으로 말이 발동함에 기약하지 않아도 절로 위대한 것이다.
그 발출된 말의 위대함을 관찰하면 그 마음챙김(存心)의 한결같음을 알 수가 있다.
‘전典’ㆍ‘모謨’ㆍ‘훈訓’ㆍ‘고誥’가 서경에 기록됨에, ‘정일집중精一執中’의 설명이 만세 성학聖學의
연원이 되었다. 말의 위대함이 진실하도다! … ‘제고制誥’와 ‘교서敎書’는 왕이 친히 스스로 지은
것도 있고 문신이 대신 말하여 나온 것도 있으며, 정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순수함과 잡박함의 차이가 있으나,
이것으로 인하여 한 때의 세태를 알 수 있다.
書曰 大哉王言 又曰 一哉王心 惟其心之一於內 故言之發於外者 不期而自大 觀其發言之大 則其存心
之一 從可知矣 自典謨訓誥著於書而精一執中之說 爲萬世聖學之淵源 信乎其大矣 … 所謂制誥敎書
有親自製者 有出於文臣之代言者 隨其政治之高下 有醇駁之不同 然而因是亦可見一時之云爲也
* 「요전堯典」ㆍ「순전舜典」, 「대우모大禹謨」, 「이훈伊訓」, 「탕고湯誥‘」, 「강고康誥」,
*서경 「대우모大禹謨」
‘인심’(욕심)은 위태롭고 ‘도심’(양심)은 미묘하니, (도심에) 정밀하고 한결같아야 진실로 그 중심을 잡을 것이다.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6. 치전治典(이전吏典)
‘치전治典’(이전吏典)은 총재冢宰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도司徒 이하가 모두 총재에게 속하니,
교전敎典(호전戶典) 이하 또한 총재의 직책이다. 총재에 ‘그 사람’을 얻으면 육전이 잘 거행되고 온갖
직책이 잘 수행된다. 그러므로 “인주人主의 직책은 한 명의 재상을 논하는데 있다”라고 하니 총재를
말한 것이다. 위로는 군부를 받들고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고 모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니, 그 직책이
크도다. 또한 인주의 재목은 어둡고 밝고 강하고 약함이 다르니, (인주의) 그 아름다운 것은 순종하고
그 추한 것은 바로잡고, 그 옳은 것은 받들고 그 그릇된 것은 폐해서, (인주를) ‘큰 중심’(大中)의 지경에
들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相’(돕고 보좌한다는 의미)이라고 말하니 ‘보상輔相’의 뜻이다.
백관은 직책이 다르고, 모든 백성은 직업이 다르니, 이들을 공평하게 하여 그 마땅함을 잃지 않게 해주고,
균등하게 하여 각각 그 자리를 얻게 해주니, ‘재宰’(다스린다는 뜻)라 하니, ‘재제宰制’의 뜻이다. 궁중의
은밀한 일이나, 빈첩이 왕을 모시는 일, 왕의 근신들의 업무수행, 왕이 애용하는 수레나 말과 의복의 장식,
왕께 바치는 음식까지도, 오직 총재는 알아야 한다.
대저 인주人主의 존귀함을 인신人臣이 우러러보되 바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력智力’으로 버티는 것도 옳지 않으며, ‘구설口舌’로 다투는 것도 옳지 않다. 오직 그 ‘정성’을 쌓아서
(인주를) 감동시켜야 한다. 자신을 바로잡아서 (인주를) 바로잡을 따름이다. 백관과 모든 백성의 다수를
한 몸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귀를 붙잡고 가르칠 수도 없고, 집마다 찾아가서 가르칠 수도 없다. 오직 ‘사람’의 현명함과 불초함을 알아서
현명한 이는 등용시키고 불초한 이는 물러나게 하면, 여러 공적이 흥하고 백관이 다스려질 것이다. ‘
일’의 합당함과 합당하지 않음을 잘 살펴서 잘 나누어 처리하면, 만물이 그 자리를 얻고 모든 백성은 편안해질
것이다.
송宋나라의 위대한 유학자 진서산眞西山은 재상의 업무를 논하여 이르길 “자신을 바로잡아 군주를
바로잡으며, 사람을 잘 알아보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그 말이 아름답도다! 신의
어리석음으로 생각건대 ‘자신을 바로잡아 군주를 바로잡음’은 치전治典의 근본이며, ‘사람을 잘 알아
보고 일을 잘 처리함’은 치전治典이 말미암아 행해지는 것입니다.
治典 冢宰所掌也 司徒以下皆冢宰之屬 則敎典以下 亦冢宰之職也 冢宰得其人 六典擧而百職修 故曰人主之職 在論一相 冢宰之謂也 上以承君父 下以統百官治萬民 厥職大矣 且人主之材 有昏明強弱之
不同 順其美而匡其惡 獻其可而替其否 以納於大中之域 故曰相也 輔相之義也 百官異職 萬民異業 平之使不失其宜 均之使各得其所 故曰宰也 宰制之義也 至於宮闈之密 而嬪媵之進御 暬御之執役 輿馬服餙之玩 食飮之供 惟冢宰得知之 … 夫以人主之尊 人臣仰而正之 難矣哉 以智力持之不可也 以口舌爭之不可也 惟積其誠而動之 正其已而格之耳 百官萬民之衆 而以一身治之 其亦難矣 提耳而敎之 不可也 家喩而戶曉之不可也 惟知人之賢不肖而進退之 庶績興而百 官治 審事之當否而區處之 物得其所而萬民安 宋大儒眞西山之論相 業曰 正已格君 知人處事 旨哉 言也 臣愚以謂正已格君 乃治典之本 而知人處事 治典之所由行也
*주례周禮
① 천관天官(총재冢宰, 방치邦治, 치전治典) ② 지관地官(사도司徒, 방교邦敎, 교전敎典)
③ 춘관春官(종백宗伯, 방례邦禮, 禮典) ④ 하관夏官(사마司馬, 방정邦政, 政典)
⑤ 추관秋官(사구司寇, 방금邦禁, 형전形典) ⑥ 동관冬官(사공司空, 방토邦土, 事典)
* 육조六曹
모든 육조六曹의 판서判書는 정3품으로 동일,
부서의 서열은 주례에 근거하여 ‘이ㆍ호ㆍ예ㆍ병ㆍ형ㆍ공’의 순서이다.
① 이조吏曹(행정안전부) 문관의 인사, 공훈ㆍ봉작 등의 업무.
② 호조戶曹(기획재정부) 호구, 조세, 공납 등의 업무.
③ 예조禮曹(교육과학기술부ㆍ외교통상부ㆍ문화체육관광부) 제향, 교육, 과거, 외교, 의례 등의 업무
④ 병조兵曹(국방부) 무관의 인사, 국방, 역참 등의 업무.
⑤ 형조刑曹(법무부) 법률, 소송, 형옥, 노예 등의 업무.
⑥ 공조工曹(국토해양부ㆍ지식경제부) 토목, 건축, 공장工匠, 산림, 교통 등의 업무.
7. 부전賦典(호전戶典)
‘부賦’(조세, 부역)라는 것은 군국軍國의 필요로 하는 것을 총괄한 명칭이다.
나누어 말한다면, 나라에서 쓰이는 것을 ‘전곡錢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치전治典’에서 출납의
절차를 상세히 설명하겠다. 백성에게 취한 것을 ‘부賦’이라 한다. … 토지가 있고 백성이 있은 연후에
부賦를 얻을 수 있고, 덕이 있은 연후에 그 부賦를 보호할 수 있다. 대학大學의 전傳에 이르길
“덕이 있으면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으면 토지가 있으며, 토지가 있으면 재물이 있고, 재물이 있으면
쓰임이 있다”라고 하였다. 신은 ‘덕德’을 ‘부전賦典’의 근본으로 여깁니다.
賦者 軍國所需之摠名也 分而言之 則用之於國曰錢穀 故治典論出納之節甚詳 取之於民曰賦 … 然有土有人然後可鎰其賦 有德然後可以保其賦 大學之傳曰 有德此有人 有人此有土 有土此有財 有財此 有用 臣故以德爲賦典之本焉
8. 예전禮典
삼가 생각건대 주상 전하는 위로는 천심에 응하고 아래로는 인심에 순응하시어 왕위에 오르셨으며,
옛것을 돌아보아 나라를 다스리시니, 모든 종류의 일들이 ‘질서’를 이루고 ‘조화’를 이루어, 예악이
흥하니 오직 그 때로다! (양심 중 사양지심辭讓之心의 확충!) 신은 예절에 대한 설명이 비록 많으나,
그 실질은 ‘질서’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조정의 질서, 제사의 질서, 연회의 질서, 정치의 질서, 외교의 질서, 풍속의 질서 등을 논함)
恭惟主上殿下 上以應乎天 下以順乎人 作其卽位 稽古經邦 庶事萬類 以序以和 禮樂之興 惟其時矣 臣以爲禮之爲說雖多 其實不過曰序而已
9. 정전政典(병전兵典)
‘육전六典’이 모두 ‘정政’인데, 유독 병전兵典만을 ‘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의 바르지 못함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자신을 바로잡은 자라야 남을 바로잡을 수 있다. 주례를 상고해보면 대사마
大司馬의 직책은 첫째도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요, 둘째도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다.
‘병兵’은 성인聖人도 부득이 쓰는 것이니, 반드시 ‘바로잡음’(正)을 근본으로 삼는다.
상으로 공을 권장하고 벌로 죄를 징계한다. 궁궐의 호위병(숙위宿衛)을 엄하게 하여 안을 무겁게 하고,
군영(屯戍)을 엄하게 하여 바깥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공역功役을 부과하여 그 힘을 헤아리며, 위문하고
구제하여(存恤) 죽음을 애도한다.
병의 쓰임은 말보다 급한 것이 없고, 병의 밑천으로는 식량보다 앞서는 것이없다.
六典皆政也 獨於兵典言政者 所以正人之不正也 而惟正己者 乃可以正人也 考之周禮大司馬之職 一則曰正邦國 二則曰正邦國 兵非聖人之得已 而必以正爲本 … 賞以勸其功 罰以懲其罪 嚴宿衛以重於內
謹屯戍以捍於外 課功役以程其力 加存恤以哀其亡 兵之用莫急於馬 兵之資莫先於食
* 노자
병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군자의 물건이 아니다. 마지못해서 써야 할 때는 마음을 고요하고
맑게 챙기는 것이 최상이니, 승리하더라도 이를 찬양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찬양하는 자는 살인을
즐기는 자이다.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에 그 뜻을 이룰 수없다. … 사람을 많이 살해했으니 슬퍼해주고
울어주는 것이 옳다. 그래서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상례로 처리하는 것이다.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不可得志於天下 … 殺人之多 以哀悲泣之 戰勝以喪禮處之
10. 헌전憲典(형전刑典)
천지를 만물을 ‘봄’에 낳아주고 ‘가을’에 숙연하게 한다.
성인은 만 백성을 ‘사랑’(仁)으로 친애하고 ‘형벌’(刑)로 위엄을 보인다.
대저 숙연하게 하는 것은 그 ‘근원’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며, 위엄을 보이는 것은 그 ‘생명’을 세워주기
위함이다. ‘가을’은 천지에 있음에 ‘정의로운 기운’(義氣)이며, ‘형전’은 ‘추관秋官’이니, 그 작용은 하나이다.
그런데 ‘천지의 도’는 마음이 없으면서 변화하여 이루니, 운행함에 어긋남이 없다. (천지는 본래 정성스러움)
그러나 ‘성인의 법’은 ‘사람’을 기다린 뒤에 시행되니, 반드시 공경하고 측은해 하는 사랑(仁)과 밝고 삼가는
마음이 있은 연후에 가히 시행된다. (인간은 정성스럽고자 노력해야 함) 진실로 ‘사람’을 얻을 수 없다면,
말류로 흐르는 폐단은 반드시 잔인한 사나움과 참혹한 재앙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단지 백성이 그 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반드시 원망이 위(하늘)에 돌아가서, 음양의 조화를 해치고
홍수와 가뭄의 재앙을 부르게 될 것이니, 나라가 따라서 위태롭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형벌’을 제정한 것은, 이것에 의지하여 다스리고자 함이 아니다.
오직 ‘다스림’을 도울 뿐이었다. 형벌로 형벌을 그치게 하며, 형벌로 형벌이 없기를 도모하는 것이다.
진실로 우리의 다스림이 이루어지면, 형벌은 버려두고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요皐陶가 순舜임금의 덕을 칭송하기를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백성들의 마음에 흡족하여,
이에 관리에게 죄를 범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아, 위대하도다! 이제 우리 전하는 ‘사랑’(仁)으로 덮음이 ‘하늘’과 같고, 밝게 판단하심이 ‘신’과 같고,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상제’에게 부합하니, 대저 법을 범하여 관리가 형벌을 집행하려고 하는 경우,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매번 불쌍히 여기셔서, 관대한 처벌을 내리고 용서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으니,
스스로 새롭게 되도록 하셨다. 또한 어리석은 백성이 무지하여 법을 저촉할까 걱정하시어, 관청에 명령을
내려서 대명률大明律을 방언으로 번역하게 하여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게 하셨다. 대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모두 이 법률을 쓰시어, 위로는 황제의 법을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의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시니, 장차
백성들이 금하는 법을 알아서 범하지 않게 되고, 형벌을 버려두고 쓰지 않게 됨을 볼 것이다.
신은 성심聖心을 우러러 체득하고, 감히 ‘인자하고 밝은 덕’(仁明之德)으로 형벌을 쓰는 뿌리로 삼으면서
‘헌전’의 총서를 짓는다.
天地之於萬物 生之以春 肅之以秋 聖人之於萬民 愛之以仁 威之以刑 蓋其肅之也 所以復其原也 其威之也 所以竝其生也 秋在天地爲義氣 而刑爲秋官 其用一也 然天地之道 無心而化成 故運行而不差 聖人之法 待人而後行 故必致欽恤之仁 明愼之心 然後可行也 苟不得人 末流之弊 必至於殘忍之暴 慘刻之禍 非徒民受其害 終必怨歸於上 傷陰陽之和 召水旱之災 而國隨以危矣 故聖人之制刑也 非欲 恃此以爲治 惟以輔治而已 辟以止辟 刑期無刑 苟吾治之已成 則刑 可措而不用矣 故皐陶稱舜之德曰 好生之德 洽于民心 玆用不犯于有司 嗚呼大哉 今我殿下仁覆如天 明斷如神 好生之德 合乎上帝 凡有 犯法 爲有司所論執者 苟有可疑 每加矜恤 務從寬典 多所原免 俾以 自新 又慮愚民無知觸禁 爰命攸司將大明律譯以方言 使衆易曉 凡所斷決 皆用此律 所以上奉帝範 下重民命也 將見斯民知禁而不犯 刑 措而不用矣 臣仰體聖心 敢以仁明之德 爲用刑之本 作憲典摠序
* 논어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정책으로만 인도하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이 형벌을 면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덕德’으로 인도하고 ‘예절’로 가지런히 해야만),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바로잡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11. 공전工典
육관六官(六典)의 항목 가운데에서 이 ‘공전工典’도 하나를 차지한다.
서경에 이르길 “백공百工이 때를 맞추어 일을 한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길 “무익한 것을 만들어
유익한 것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재용을 절약하여 백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백공의 일은 검소하고 소박함을 숭상하고 사치함을 경계한다.
대저 국가의 재용을 절약하지 않으면, 망령되게 낭비하여 재용이 탕진될 것이다. 백성의 힘을 존중하지
않으면, 부역이 힘들어져 백성의 힘이 굴복될 것이다. 재용과 백성의 힘이 다하게 되고도 국가가 위태롭지
않은 경우는 없다. 옛날을 돌아보면 치란과 존망이 이로 말미암지 않은 것이 없다. 어찌 신중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춘추에 대저 백성을 부리는 경우엔 반드시 기록하였다.
사업을 일으키기를 ‘때’에 알맞게 하지 않고 ‘정의’를 해치면 진실로 죄가 된다.
비록 때에 알맞고 정의롭더라도 또한 기록하였으니,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 중대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인군이 이러한 뜻을 안다면, 백성의 힘을 쓰는데 신중해야 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전조의 말엽에 씀씀이에 절제가 없고 백성을 부릴 때 그 때에 알맞게 하지 않아서, 백성이 원망하고
하늘이 분노하여 스스로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
오직 우리 전하께서 천성이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대저 사업을 일으킬 때는 반드시 부득이한 뒤에
일으켰으며, 백성을 부릴 때는 모두 농한기에 하였다. 그러므로 백공이 오래도록 다스려지고 여러 공적이
모두 빛나게 되었다. 그 재용을 절제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뜻은 옛날을 넘어섬이 만만배나 된다.
여기에 마땅히 적어서 뒷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공전工典’을 짓는다.
六官之目 工居一焉 書曰 百工惟時 又曰 不作無益害有益 爲國家者 不可不節用而愛民 故百工之事 當崇儉朴而戒奢縱也 夫不節國用 則 妄費而至於財殫 不重民力 則勞役而至於力屈 財力竭而國家不危者 未之有也 若稽古昔 治亂存亡 靡不由此 可不愼哉 是以春秋 凡用民 必書 其所興作 不時害義 固爲罪矣 雖時且義亦書 見勞民爲重事也 人君而知此義 則知愼重於用民力矣 … 前朝之季 用度無節 使民不以其時 民怨天怒 自底滅亡 惟我殿下天性勤儉 凡所興作 必不得已 然後爲之 而其使民皆於農隙 故百工久釐 庶績咸煕 其節用愛民之美意 度越古昔萬萬矣 宜著于篇 以示後來 作工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