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축산물 공판도축장인 서울시 송파구 가락시장 내 농협서울축산물 도축장이 올 연말 폐쇄될 운명에 놓여 있다. 서울시가 “혐오시설”이라는 지역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도축장의 폐쇄·이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를 비롯한 축산업계는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축산물 도축장 문제를 둘러싸고 12년째 계속되고 있는 지역 주민과 축산업계, 서울시 사이의 갈등과 힘겨루기, 그 내막을 취재했다.
“대안도 없이 무조건 없앤다니 말이 됩니까.”
“결국 피해는 축산농가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17일 오후 가락시장 축산물 공판장 한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12월 말 도축장 폐쇄를 앞두고 요즘 축산물 공판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축산물 공판장 임남빈 공판부장은 “폐쇄 명령이 나온 뒤 일 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축산농가와 업계·소비자를 고려하지 않고 민원 해결만을 내세우는 서울시 결정에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도축장 관련 민원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96년 9월. 도축장 인근의 훼밀리아파트(4500세대) 주민자치회가 “도축장을 드나드는 수송 트럭의 소음과 불법 주차, 도축장에서 나오는 냄새가 주거 환경을 해치고 있다”며 도축장 이전 민원을 서울시에 냈다. 농협(당시 축협)은 97년부터 순차적으로 아파트 단지와 도축 공판장 사이에 방음벽, 폐수처리 시설, 냄새 제거 시설 등을 설치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울시는 2000년 7월 ‘도축장을 2003년 3월 말까지 폐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축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따라 2006년 연말까지 폐쇄를 유예했다. 농협도 대책 마련에 나서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일대에 부지를 매입해 축산물 공판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폐쇄·이전 시점은 올 연말로 확정됐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와 이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이 지연돼 2010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농협과 축산업계는 “음성에 새 공판장이 완공될 때까지 도축장 폐쇄를 유예해 달라”는 요구를 시에 전달하는 한편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축산물 공판장 중도매인협의회 신국찬 부회장은 “하루 소 350두, 돼지 3500두를 소화하며 전국 축산물 도매 물량의 32%를 차지하는 가락동 공판장은 한우 등 고급육 유통을 담당하는 국내 최대 시장”이라며 “도매시장의 기준 가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이곳을 없애면 축산물 유통 시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축산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안정적인 출하시장마저 없어지면 농가가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권기정 박사는 “도축장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감안해 일본 도쿄와 싱가포르·홍콩 등은 도심 중심부에 도축 기능을 갖춘 대규모 식육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체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이전하라는 행정당국의 결정은 다시 고려해 볼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8년째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부 한애자(52)씨는 “냄새와 차량 소음 때문에 도축장 이전 이야기가 부녀회에서 많이 나왔다”며 “농협이 오래전부터 약속한 대로 빨리 시설을 이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혐오시설’ 이전 요구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훼밀리아파트 부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성식(57)씨는 “도축장이 옮겨 가면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3년째 축산물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태영(56)씨는 “불쾌한 ‘냄새’는 수산물과 야채 쓰레기 때문인데 도축장이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도축장이 86년에 들어섰고 아파트는 그 이후에 생겼는데, 주민들이 도축장을 옮기라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 생활경제팀 관계자는 “가락동 도축장을 폐쇄하더라도 수도권의 다른 18개 도축장을 활용하면 도매시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축산물 유통에 큰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8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농. 축협과 축산 농가 중도매인협의회 부산물취급상인회 등은 시울시의 방침이 철회 될때까지 투쟁하겠다는입장이어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도축장 폐쇠를 둘러싼 갈등은 고조 될 것으로 보인다고 ..........
지난 9월 21일자 중앙 선데이 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