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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물뱀과 두꺼비의 싸움
벌써 5월이다.
“뭐해, 빨리 일어나.”
세라는 잠꾸러기가 되어가는 지니를 깨운다.
이제는 제법 날 수 있게 된 지니는 오늘 뚜리에게 가기로 한 날이다. 세라를 데리고 갈 참이다.
“이 옷 어때?”
처음으로 뚜리 집에 가는 세라는 들뜬 기분이다. 멋지게 보이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이다.
“좋아.”
“그런데 하얀 원피스는 논을 날다가 진흙탕물이 튈 수도 있어.”
“그러면 집에 와서 빨지 뭐.”
“그래.”
지니는 뚜리에게 줄 선물을 부엌에서 챙긴다. 그동안 하루살이며 잠자리를 모아 두었다. 무당벌레와 나방도 몇 마리 챙겼다.
“세라야, 이거 뚜리가 좋아하겠지.”
“그럼. 최고급 요리잖아.”
“마저. 무당벌레는 정말 먹어보지 못했을 거야.”
지니와 세라는 집을 나섰다. 세라만큼 멋지게 날지는 못하지만 지니도 제법 날고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는 시간을 늘려왔던 지니는 이제 하루 종일 날아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튼튼한 날개를 가졌다.
며칠 전에는 파리대왕에게 찾아가서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
“왜?”
“너를 잡아먹으려고 개구리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
“그렇지.”
“내 뒤를 잘 따라와.”
“알았어.”
“너무 낮게 날지 말고.”
“알았어.”
뚜리는 지니를 만나지 않는 동안 저수지에 두 번이나 갔다 왔다. 두꺼비 형도 만나고 잉어랑 붕어들도 만났다. 지니가 오는 날 두꺼비 형도 오라고 했다. 모처럼 파티를 열 생각이다.
“안녕, 뚜리야.”
“안녕. 세라도 왔네!”
“안녕하세요.”
“와우! 잘 나는데.”
지니는 뚜리 앞에서 훨훨 날았다.
“이제 이렇게 날 수 있어.”
“어서 들어 와.”
“그래. 세라야 들어가자.”
“응.”
집으로 들어갔더니 벌써 두꺼비 형이 와 있었다.
지니는 뚜리랑 함께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라는 것을 안다. 세라도 지니에게 들어서 고마운 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안녕하세요.”
지니와 세라는 두꺼비에게 인사를 했다. 세라는 좀 어색하고 두렵기도 했다.
“안녕.”
허스키한 목소리로 두꺼비도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뭘!”
두꺼비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지만 지니는 안다. 뚜리와 두꺼비가 얼마나 자기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을
“이거 선물이야.”
“뭔데?”
“응, 맛있는 것.”
“궁금한데.”
뚜리는 지니가 준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무당벌레도 있다.”
“형, 이리 와서 이거 먹어.”
“뭐?”
무당벌레 한 마리 집어 들더니 형 입에 넣어주며
“형, 이거 정말 맛있어.”
“씹는 맛이 최고야.”
“그래.”
두꺼비 형은 처음으로 무당벌레를 먹었다.
“맛있네.”
“맛있지. 형?”
“응.”
뚜리는 지니를 위해 멋진 파티를 준비했다. 그리고 모두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 지니가 날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 한 것도, 또 세라가 도와준 이야기도 들으면서 파티는 계속되었다.
“저수지에는 별일 없죠?”
지니는 사실 대왕거미가 어찌 되었나 궁금하기도 했다.
“말도 마라! 난리다.”
“왜요?”
지니와 세라는 귀를 쫑긋 세웠다.
“대왕거미가 친 거미줄에 저수지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죽었다.”
“그래요?”
두꺼비는 긴 한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이어갔다.
“갈대숲에 엄청난 거미줄을 쳤단다.”
“그랬어요?”
“요즘에는 산란기에 접어든 잉어랑 붕어들이 갈대숲으로 가는데 모두 대왕거미가 친 거미줄에 걸려 잡아먹혔어.”
“세상에나!”
“거미줄에 물고기가 잡혀요?”
“그래.”
지니와 세라는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눈이 똥그래졌다. 거미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대왕거미는 오래전부터 튼튼한 거미줄 치는 것을 개발하여 갈대숲에 오는 모든 곤충은 물론이고 참새까지도 잡아먹었다. 그리고 물고기까지도 지금은 잡아먹는다.
“이렇게 가다가는 저수지에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을 거야.”
“대왕거미를 죽여야 해.”
한 참 듣더니, 뚜리가 한 마디 했다.
“그래. 죽여야겠다.”
두꺼비는 비장한 각오를 한 모양 같았다. 저수지의 평화를 위해서 대왕거미를 죽여야 한다는 게 저수지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을까?”
뚜리와 두꺼비를 쳐다보면서 지니가 한 마디 했다. 하지만 뾰쪽한 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럼, 우리가 힘을 합쳐서 대왕거미를 죽이면 되겠다.”
“어떻게?”
세라가 걱정되는 듯 물었다.
지니는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엄마야!”
지니는 깜짝 놀랐다. 뚜리의 집 앞에서 물뱀이 혀를 넬름 거리면서 서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 냄새를 맡은 물뱀이 뚜리 집을 뱅뱅 돌고 있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뚜리를 잡아먹으려고 온 게 틀림없는데.”
지니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큰 일 났어!”
“뭐가?”
뚜리와 세라가 합창을 했다. 두꺼비도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뭔데?”
“큰 일 났어! 큰 일 났어! 어떡하면 좋아.”
모두 밖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지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뚜리야, 밖에.”
“뭐?”
“밖에……. 말야.”
침을 꿀꺽 삼키면서 지니는 말을 이어가고 싶은데
“밖에 무슨 일인데?”
뚜리가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안 돼. 뚜리야.”
“왜?”
지니는 뚜리를 붙잡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안 돼. 나가면 안 돼.”
“지니야, 왜 그래?”
“세라 너도 나가지 마.”
“지금, 나가면 안 돼.”
지니는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밖에 무슨 일인지 말해 봐?”
뚜리는 지니를 붙잡고 묻는다.
“물뱀이 나타났어.”
“물뱀!”
“물뱀이 이 집을 뱅뱅 돌고 있다고.”
“물뱀이라고?”
셋이서 합창을 한다. 지니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래. 물뱀이 나타났어.”
물뱀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노리는 것을 뚜리는 안다. 언젠가는 물뱀의 먹이가 될 것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 싶지 않다. 이때
“내가 죽여주지.”
두꺼비 형이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한 마디 한다.
“형.”
“걱정 마. 내겐 독이 있으니까.”
“독이라니요?”
지니와 세라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두꺼비들은 독을 품고 있어. 그게 사실이야.”
뚜리가 지니와 세라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작년에도 물뱀 한 마리를 죽였어.”
“아!”
“형은 그때 물뱀에게 물려서 왼쪽 다리도 약갈 절룩거리고 그래.”
“아, 그렇구나.”
지니와 세라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내가 나가서 물뱀을 유인할 테니까 너희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하거라.”
그리고 두꺼비는 두 손을 불끈 쥐더니 밖을 향해 걸어 나간다.
뚜리 집을 뱅뱅 돌던 물뱀은 혀를 낼름 거리면서 잠시 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갑자기 커다란 두꺼비가 나타나자 물뱀은 놀란 기색이다. 몸을 비비 꼬더니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넌, 왜 여기서 나오지?”
“왜? 내 집이니까 나오지.”
“뭐라고?”
“그래. 내 집이다. 몰랐나?”
“웃기지마! 여기는 개구리 집이야.”
“내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어제도 봤어. 뚜리라는 녀석이 여기서 사는 것을.”
“그래. 어제 내가 잡아먹었다.”
“뭣이라고!”
“내가 잡아먹었다고. 이제 알겠나.”
“거짓말 마!”
물뱀은 두꺼비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집 입구를 몸집이 큰 두꺼비가 막고 있으니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비켜 봐. 내가 들어가서 확인할게.”
“못 비켜.”
“거짓말이지?”
“내 집인데 왜 들어가려고.”
“들어갈 거면 나를 죽여야 할 걸.”
“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왜?”
“넌, 독이 있으니까.”
“그럼, 썩 꺼져.”
“못 꺼지겠다면?”
안에서 물뱀과 두꺼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뚜리는 무서웠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 안에 뚜리라는 녀석 있지?”
“없다니까.”
“정말?”
“그래, 없다.”
“그럼,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
“나를?”
“응.”
“너 죽고 나 죽자 이거지?”
“내가 왜 죽어.”
“두꺼비는 절대 혼자 죽지 않아.”
“난 너를 잡아먹어야겠어.”
“좋아. 한 번 덤벼보시지.”
뚜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 달려나가 물뱀을 때려눕히고 싶었다. 하지만 지니와 세라가 막았다.
“기다려.”
“형이 해결해 줄 거야.”
두꺼비는 한 발 물뱀 앞으로 내디뎠다. 물뱀은 꼬리를 쭈욱 빼더니 뒤로 물러섰다.
두꺼비는 주걱턱 밑에 저장된 독을 내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뱀이 있는 곳까지는 거리가 있었다.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니 뚜리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거봐! 뚜리 녀석 저기 있잖아.”
물뱀은 뚜리의 발바닥을 봤다. 그러더니 혀를 더 길게 뽑아내면서 두꺼비를 공격할 태세다.
물뱀을 향해 두꺼비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물뱀도 긴 혀를 낼름 거리면서 한 입에 두꺼비를 먹어버릴 모양이다.
물뱀은 S자로 몸을 비틀면서 두꺼비를 동그랗게 감싸려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논 한 가운데로 두꺼비를 유인해 간다. 논에는 모내기 준비로 물을 채워서 살랑살랑 물결이 친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두꺼비도 이번에는 물뱀을 없애버리겠다는 각오다.
뚜리는 지니와 세라를 데리고 논두렁을 지나 비포장도로로 피했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논에는 물을 채우고 있어서인지 물뱀의 머리 부분만 보이고 꼬리부분은 물속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몸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물결이 이는 것을 보니 물뱀의 꼬리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다.
두꺼비는 입 안 가득 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물뱀을 어떻게 공격할 지 머릿속으로 고민 중이다. 한 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야 두꺼비는 물뱀을 죽일 수 있다. 또 멀리 떨어져서 공격해야 만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물뱀은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생명체는 몸으로 둘둘 휘어 감아서 서서히 죽이기 때문이다.
물뱀은 자꾸만 논 한 가운데로 두꺼비를 유인해 갔다. 물결이 이는 파동을 보니 넓은 공간으로 가야만이 두꺼비를 잡아먹기 쉬운 것으로 생각하는가 싶다.
“형, 오른쪽으로 돌고 있어.”
도로 위로 피신한 뚜리가 물뱀의 위치를 형에게 알려 준다.
“알았어.”
물뱀과 두꺼비의 거리는 약 2미터 정도 된다. 물뱀이 뒤로 물러서는 동안 두꺼비는 입 안 가득 독을 모으면서 서서히 물뱀에게 다가갔다.
“덤벼 보시지.”
혀를 낼름 거리면서 물뱀은 두꺼비에게 한 마디 했다. 그러면서 꼬리를 내리치며 물장구를 친다. 멀리 물방울이 튄다. 두꺼비 얼굴에도 흙탕물이 튀겨서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물뱀은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두꺼비를 한 번에 물을 태세다. 물결 파동이 거세지는 것을 보니 물뱀은 공격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개를 높이 쳐들고 물뱀이 두꺼비를 향해 달려들자 두꺼비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갑자기 두꺼비가 사라지자 물뱀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어디 갔지.”
물뱀은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다시 뒤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아~!”
물뱀이 한 마디 하고는 몸을 휘감는다. 주변에 흙탕물이 일고
“아~! 아~!”
물뱀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첨벙. 첨벙. 파~!”
물결 소리가 요란하다.
두꺼비는 물속에서 물뱀의 꼬리부분을 잽싸게 물고 늘어졌다. 두꺼비 이빨에 묻은 독이 물뱀의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물뱀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온 몸으로 두꺼비를 비비 꼬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두꺼비 목을 졸라갔다.
“어프~! 아!”
두꺼비는 숨을 쉴 수가 없자. 뒷발로 땅을 박차고 물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온 몸은 물뱀이 챙챙 감고 있었다. 네 발로 물뱀의 몸을 이리저리 밀치면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물뱀은 빠져나가는 두꺼비 다리를 다시 꼬리로 휘어 감기 시작했다. 다리가 없으면 헤엄을 칠 수 없는 두꺼비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리고 물뱀의 온 몸이 다시 두꺼비 몸을 휘감아 오고 있다.
“형, 정신 차려.”
“형.”
하지만 두꺼비는 뚜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니와 세라는 엉엉 울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두꺼비가 할 수 있는 일은 입안에 다시 독을 모으는 일이다. 너무 강하게 몸을 조이는 바람에 숨도 쉴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두꺼비는 온 힘을 다해서 입안에 조금씩 독을 모았다.
물뱀은 두꺼비를 휘감은 상태로 물속에서 이리저리 뒹군다. 어떻게든 두꺼비를 먼저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논 전체가 온통 흙탕물이다. 두꺼비는 입 안에 독이 조금 모이자 물뱀의 목 부분을 다시 물었다.
“크~!”
“크~, 프~!”
두꺼비가 물뱀의 목을 제대로 물자 물뱀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물뱀은 더 힘껏 두꺼비를 조였다.
“아~, 프~!”
물고 늘어지던 목덜미에서 살점이 떨어지면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물뱀은 역시 힘이 세다. 두꺼비가 보이지 않았다. 흙탕물만 더 많이 일고 있다. 물뱀이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마지막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몇 분이 지나자. 두꺼비는 쭉 뻗은 상태로 물 위에 떠올랐다. 그러자 물뱀은 두꺼비 얼굴부터 덜컹 물었다. 한 입에 삼켜버릴 모양이다.
“혀~영.”
“형.”
뚜리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울고 있다. 지니와 세라도 같이 펑펑 울고 있다. 뚜리는 형이 물뱀에게 잡혀 먹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논두렁에서 지켜보던 많은 곤충들과 개구리들이 멀리 도망치는 모습이 보인다.
물뱀의 입이 찢어질 듯하다. 두꺼비 뒷다리 두 개가 보일뿐이다.
“커~!”
물뱀은 두꺼비를 삼키면서도 힘들었는지 가끔 입을 벌리고 한 숨 소리를 낸다.
“켜~, 켜어~!”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두꺼비 두 다리는 아직도 물뱀의 입 밖으로 나온 상태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물뱀의 온 몸이 물 위로 떠올랐다.
“꼬리 부분이 잘렸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개구리 한 마리가 외친다.
“어~!”
온 몸에 두꺼비 독이 퍼지고 있는 상태다. 물뱀은 하늘을 향해 배를 내밀고 축 쳐졌다.
“형.”
“형, 정신 차려.”
하지만 대답이 있을 리 없다.
주변이 고요하다. 독이 온 몸에 퍼진 물뱀과 숨 쉴 수 없는 두꺼비는 그렇게 죽었다.
뚜리는 두꺼비 형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더 슬펐다.
지니와 세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논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흘릴 뿐이다. 뚜리를 위로할 만큼 힘도 없었다.
뚜리는 두꺼비 형을 꺼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물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또 물뱀이나 두꺼비 형에게 독이 퍼진 상태라서 자신도 독이 묻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뚜리야.”
지니가 불렀다. 하지만 뚜리는 대답이 없다.
지니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대왕거미를 죽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뚜리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뚜리야.”
코를 훌쩍거리던 뚜리가 하늘을 한 번 쳐다본다.
“뚜리야.”
다시 지니가 부르자
“왜?”
“형한테는 미안하지만 대왕거미를 죽일 방법이 있어.”
“그래?”
“응.”
지니는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뚜리의 반응이 별로여서
“뭔데?”
세라가 곁에서 듣고 있다가 묻는다.
“그게 좀.”
지니는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 뚜리가 허락을 해야 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뭔데? 말해 봐.”
세라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지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뚜리야. 미안하지만…….”
지니는 말을 하려다 말고 멀리 논 한 가운데 있는 물뱀과 두꺼비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뚜리는 두 손으로 눈가에 눈물을 훔치더니
“뭔데?”
지니에게 묻는다. 아직도 두꺼비 형이 죽은 것에 대해서 슬픔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뚜리는 지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게 사실은.”
“그냥 말해 봐.”
세라는 지니를 재촉한다.
“그래. 말해 봐.”
뚜리는 마음에 안정을 찾은 듯 지니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어간다.
“어떻게 하면 대왕거미를 죽일 수 있어?”
지니는 망설였다. 이야기를 듣고 뚜리가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대왕거미를 죽이고 저수지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해 봐.”
“지니야, 말해 봐.”
지니는 뚜리 곁에 다가가 앉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화내지 마?”
뚜리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한다.
“두꺼비 형이 죽은 것은 정말 슬픈 일이야.”
“그래.”
뚜리와 세라가 같이 대답한다.
“하지만 물뱀이나 두꺼비 몸에는 아마도 독이 퍼져 있을 거야.”
“그렇겠지.”
세라가 거든다.
“물뱀의 살점을 가지고 가서 대왕거미줄에 던져 주면 그걸 먹겠지.”
지니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그러면 대왕거미가 죽지 않을까 싶어.”
“정말!”
세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 물뱀도 죽은 것을 보니 대왕거미도 죽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수지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지니, 너 정말 천재구나.”
“아니, 천재는 무슨.”
지니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보였다.
“그래! 좋은 방법이다.”
뚜리가 한 마디 하면서 벌떡 일어난다.
“한 번 해보자.”
“정말!”
지니와 세라도 일어나면서 외친다.
“그래. 대왕거미를 죽이자.”
“와!”
“그래. 저수지의 평화를 위해서 대왕거미를 죽여주자.”
지니와 세라는 벌써 대왕거미를 죽인 양 춤이라도 출 모양이다.
“작전을 잘 짜야 해.”
지니는 다시 앉으라고 하고 선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선 물뱀의 살점을 논에서 가지고 나와야 해.”
“최대한 빨리 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물뱀의 몸에서 독이 서서히 빠져 나갈 것을 아니까 지니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
“응.”
“어떻게 물뱀의 살점을 가져오지?”
뚜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지니에게 묻는다.
“나뭇가지를 꺾어서 물뱀 고기를 거기에 꽂아 가지고.”
“세라하고 나하고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저수지로 가는 거야.”
“가서, 대왕거미줄에 떨어뜨리면 되겠지.”
“거기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까?”
“당연히 가져가야지.”
“좋아. 시작해 보자.”
뚜리는 나뭇가지를 꺾으러 산으로 가고 지니와 세라는 물뱀의 살점을 찾으러 논으로 내려갔다. 두꺼비가 물어뜯은 물뱀의 살점이 어디에 있는 지 찾는 중이다. 다른 부분은 너무 무거우니까 가지고 가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저기 있다.”
물뱀과 두꺼비 시체가 떠있는 주변에 물뱀의 살점이 여기 저기 떠다니고 있었다.
“지니야, 저것 먹으면 대왕거미가 죽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래.”
“하지만, 물뱀이 죽는 것을 보니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
나뭇가지를 물고 뚜리가 논두렁을 가로질러 오고 있다.
“여기야.”
뚜리는 무서웠다. 혹시나 물뱀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알았어.”
지니는 포동포동한 살점을 찾아서 뚜리에게 말해 주었다.
“저것으로 하자.”
“그래.”
나뭇가지를 물고 뚜리는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지니가 말한 포동포동한 살점을 나뭇가지에 단단히 꽂았다.
“세라야, 힘들 거야.”
“응, 걱정 마.”
“그래.”
“뚜리야, 잘 따라 와.”
“알았어.”
“준비해 세라야.”
“알겠어.”
지니와 세라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날기 시작했다. 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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