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학교에 간 닭 강정 귀신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교가 개학했다.
날씨가 무척 추운 날이다. 눈도 오고 바람도 불었다. 여의도는 특히 더 바람이 강하다. 강가라서 그런가 싶다.
주머니에 닭 강정 귀신을 넣고 학교에 가는 승아는 너무 기분이 좋다.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선생님에게 자랑도 하고 싶다.
“아무데서나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걸어가면서 닭 강정 귀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투덜거린다. 닭 강정 귀신이 들을 리 없다. 승아 코트 주머니 속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으니까.
수정아파트에서 여의도초등학교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가는 길에 승아는 윤진이와 예진이 친구를 만났다.
“안녕. 승아야.”
“안녕.”
승아는 같이 걸어가면서 하마터면 닭 강정 귀신에 대해서 이야기 할 뻔 했다.
“가방 새로 샀는데 어때?”
윤진이는 새로 산 가방을 자랑한다.
“멋지다. 나도 사고 싶다.”
“엄마에게 사달라고 해. 여의도 백화점 1층에서 팔아.”
“알았어.”
“예진이 너는 파마 했구나?”
“응. 그런데 좀 촌스럽지?”
“아니, 멋진데.”
“그래? 고마워.”
학교에 도착한 승아는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화장실로 뛰었다. 복도에서 다른 친구들을 보고 인사만 나누고 화장실에 도착해 빈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닭 강정?”
“응.”
“학교에 도착했어. 학교 화장실이야.”
“그래.”
“조금 있으면 교실에 들어가 공부해야 해.”
“알았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줄까?”
“맘대로 해. 그런데 화장실에 모두 와야 나를 만날 수 있는 데.”
“당연하지.”
“알았어. 나를 보려면 거울이 있어야 해.”
“알았어.”
승아는 닭 강정 귀신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교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가방에서 책과 필통을 꺼내놓고 짝꿍인 민규를 쳐다본다.
“방학 때 뭐했어?”
“하와이 갔다 왔어.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와! 그럼 내 선물은?”
민규를 쳐다보더니 선물을 내놓으라는 눈치다.
“없어.”
“치사하게. 선물도 안 사오냐?”
“미안. 돈이 없어서.”
“돈 없는데 하와이 가냐?”
“그건 엄마가 낸 돈이거든.”
“치~ 사.”
민규는 승아의 잔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한다.
“야, 어디 가?”
“똥 누러 간다.”
“또~옹 쟁 이.”
승아 잔소리가 귀찮은 민규는 밖으로 나갔다.
승아는 윤진이 자리로 가더니
“윤진아, 닭 강정 귀신 봤어?”
“아니. 그런 귀신도 있어?”
“응.”
“어디에?”
“보고 싶어?”
“닭 강정 귀신이 세상에 어디 있어.”
“따라와.”
승아는 손거울을 주머니에 넣고 윤진이와 예진이를 데리고 다시 화장실로 간다.
“닭 강정 귀신 정말 있어?”
“그래.”
“어디에? 화장실에?”
“아니.”
“너 뻥치는 거지?”
“아니.”
승아는 빈 화장실 문을 열더니 윤진이와 예진이랑 함께 들어간다. 셋이 들어가니 정말 좁았다.
“예진아, 너 손거울 내봐.”
예진이는 항상 주머니에 손거울을 가지고 다닌다.
“닭 강정, 윤진이와 예진이라는 친구에게 인사해.”
그때 예진이의 손거울에 닭 강정 귀신이 나타나더니
“안녕.”
“엄마야!”
윤진이와 예진이가 부들부들 떨면서 손거울을 들어다 본다.
“세상에. 귀신이 말도 하고 인사도 하네.”
“그래. 닭 강정 귀신은 착한 아이들에게만 보인다고 해.”
“정말?”
“그럼, 나 착한 거 맞지. 맞지?”
“응.”
예진이는 화장실 문을 손으로 치면서 너무 좋아한다.
“승아야, 어떻게 만난 거야?”
“이야기 하자면 길어.”
“나도 갖고 싶다.”
“나도.”
윤진이와 예진이도 닭 강정 귀신을 보더니 갖고 싶다고 한다.
“이제 들어가야 해.”
“그래.”
“승아야, 닭 강정 귀신은 화장실에 있어야 해.”
“아니, 내 코트 주머니에.”
“뭐?”
“화장실을 나가면 볼 수가 없어. 그리고 말도 할 수 없고.”
“그럼, 화장실에 와야 볼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야?”
“응. 거울이 없으면 볼 수 없어. 말은 할 수 있지만”
“우리 쉬는 시간에 또 오자.”
“그래. 그래.”
승아는 주머니에 닭 강정 귀신을 넣고 친구들과 교실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고 공부가 시작되었다.
“여러분, 방학 즐겁게 보냈어요?”
“네.”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 대답을 한다.
“누가 말해볼까? 방학 때 즐겁게 지낸 이야기를?”
“저요? 저요? 저요?”
많은 친구들이 손을 들었다.
“윤진이부터 이야기 들어보자.”
윤진이는 일어서서 방학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방학 때 외할머니 집에 갔어요. 그곳에서 눈썰매를 탔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조상들의 묘지가 많은 곳인데 제일 높은 곳에서 비료포대를 타고 내려오는 썰매였어요. 정말 신났어요. 그리고 산속에서 토끼 발자국을 보고 토끼를 잡으러 갔어요. 잡지는 못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모두 박수를 친다. 윤진이는 자리에서 앉으려다 말고
“선생님, 다음은 승아 시켜요.”
“왜?”
“승아가 닭 강정 귀신을 만났데요.”
“뭐?”
“거짓말!”
“귀신은 없어.”
친구들도 거짓말이라고 외친다. 선생님은
“조용, 조용.”
“승아, 이야기 할래?”
“네.”
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진이를 한 번 쳐다본다. 그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닭 강정 귀신을 만지는 듯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닭 강정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유명한 닭 강정 가게에서 배달을 시켜줍니다. 일주일에 많이 먹을 때는 세 박스나 먹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집에서 닭 강정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에 닭 강정 조각을 하나 가지고 가서 먹으면서 오줌을 싸는 데.”
“우우!”
“더러워.”
“뭐, 화장실에서?”
여기저기서 화장실에서 닭 강정을 먹는 다는 소리에 야유가 쏟아진다.
“조용, 조용.”
“화장실에서 닭 강정을 먹고 있는 데 닭 강정 귀신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닭 강정 맛있지? 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먹던 닭 강정을 버리고 그만 화장실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정말?”
“네, 그리고 엄마에게 화장실에 귀신이 있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믿지 않았어요. 저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무서워서 엄마랑 함께 갔어요.”
“엄마랑 화장실 같이 간다고?”
“하지만 그날 저녁에 아빠가 닭 강정 귀신 이야기를 듣고 착한 아이들에게는 닭 강정 귀신이 보인다고 하면서 화장실에 가서 닭 강정 귀신에게 저를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절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승아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인다.
“저는 용기를 내어 화장실 문을 열고 닭 강정 귀신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친구가 되었고 시간만 나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집에서 닭 강정 귀신과 같이 이야기 하며 즐겁게 방학을 보냈습니다.”
“그럼, 우리도 볼 수 있어?”
“나랑, 예진이도 조금 전에 봤어.”
“정말, 윤진아?”
“그래.”
“어떻게 생겼는데?”
“그건, 직접 봐야 해.”
승아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조용, 조용.”
“닭 강정 귀신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승아 친구라니 놀랍다.”
“선생님, 지금 보러 가요?”
“선생님, 그래요.”
“조용, 조용.”
“지금은 공부 시간이니 쉬는 시간에 가도록 하자.”
“선생님 지금 가요?”
“안 돼.”
“승아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닭 강정 귀신 보여 줄 수 있지?”
“네.”
“이제 책을 펴고 공부하자.”
“네~에.”
선생님도 공부를 가르치면서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닭 강정 귀신이 보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 승아 반 친구들은 모두 화장실에 가서 귀신을 보았다. 여자들만 보여주었는데 남자들이 따지는 바람에 승아는 어쩔 수 없이 남자 친구들에게도 화장실에 들어와서 보게 해주었다.
“와! 진짜 있네.”
“닭 강정 귀신, 나도 갖고 싶다.”
“나도 내일부터 닭 강정 시켜달라고 해야지 엄마한테.”
학교에서 승아 인기는 대단했다. 승아 이야기가 옆 반까지 알려지면서 승아는 쉬는 시간만 되면 닭 강정 귀신을 보여주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도 많은 친구들이 승아 집 앞까지 따라 왔다. 승아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날, 오후 그 유명한 닭 강정 집은 주문이 밀려서 난리가 났다.
“여보세요?”
“윤지 엄마예요.”
“네, 안녕하세요.”
“윤지가 그러는 데 승아가 닭 강정 귀신을 데리고 있다고 해서요?”
“그래요?”
“아니, 승아 엄마는 모르세요?”
“자세히는 몰라요. 요즘 승아가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
“그랬군요. 오늘 학교에서 난리가 났데요.”
“그래요?”
“화장실에 가서 친구들이 닭 강정 귀신을 보고 너무 귀엽다고 하면서 승아 뒤만 졸졸 따라 다녔다고 합니다.”
“어머, 그랬어요?”
“네.”
“승아가 요즘 화장실 청소를 어찌나 잘 하는 지 이제야 알겠어요.”
“승아가 화장실 청소를 해요?”
“네, 우리 화장실은 반짝반짝 빛난답니다.”
“세상에!”
“참, 닭 강정 전화 번호 좀 알려주세요. 학교에서 오자마자 윤진이가 닭 강정 시켜달라고 난리입니다.”
“호호호! 승아는 일주일에 두 박스나 먹어요. 미치겠어요. 닭 강정이 떨어지면 난리가 나요.”
“그렇게 맛있어요?”
“네, 맛은 있어요.”
“시켜야겠네.”
“그러세요.”
승아 엄마는 윤진이 엄마에게 닭 강정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도 몇 몇 엄마들이 또 전화를 해서 닭 강정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한편 닭 강정 집에서는 오늘 오후
“무순 일인지 오늘 주문이 너무 많다.”
“그러게요. 혹시 마법사가 마술을 부렸나 봐요.”
“좋은 일이지. 더 맛있게 만들자고.”
“네.”
여의도에서 배달 주문이 제일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