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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休齋先生文集附錄(청휴재선생문집부록)
贈遺諸篇(증유제편)남겨 받은 여러 편
奉別克紹(봉별극소) 李鍝
극소(克紹:淸休齋 金揚烈)를 떠나 보내며 이우
此日黌堂成摻別 차일횡당성섬별 이날 학당(성균관)에서 손잡고 헤어져
羨君先我着鞭歸 선군선아착편귀 그대 부러워하며 난 먼저 채찍질하며 돌아왔네.
祇緣行路羊腸險 지연행로양장험 다만 인연의 행로는 구절양장처럼 험한데
進退隋時是所希 진퇴수시시소희 수시로 진퇴를 하니 이는 드문 바일세.
謝少室洞主老兄見訪(사소실동주노형견방)吳善餘新溪
소실동(少室洞)주인인 노형 방문을 사례함.오 선여 신계
萬事無心兩眼昏 만사무심양안혼 만사가 무심하니 두 눈도 흐려져
不知芳草遍郊原 부지방초편교원 들판에 널린 방초도 알아보지 못하네.
豈料山雨孤村夕 개료산우고촌석 산비 내리는 외진 산촌 저녁을 어찌 헤아려서
更接仙翁笑語溫 갱접선옹소어온 신선 같은 늙은이 따뜻한 말로 웃으며 마주하네.
病弟平日不識風雲月露之句如有吟詠處則以言不以詩感兄枉見搜括枯腸謹呈一首納卒受車計也幸拊掌而敎之
병제평일불식풍운월로지구여유음영처칙이언불이시감형왕견수괄고장근정일수납졸수차계야행부장이교지
병든 아우가 평소에는 풍운월로(風雲月老:세도인심(世道人心)에 도움 되는 것이 없고,
한갓 음풍영월(吟風詠月)한 시문(詩文)을 이름.)란 구절도 알지 못하면서 이렇게 음영(吟詠)한 처지라서,
말로는 시감(詩感)이 안 납니다.
형(兄)께서 왕림하여 보시고 문장에 재주가 없으니[枯腸:굶주린 창자.]찾아 묶어주십시오.
삼가 한 수(首)를 드리오니 받아주시면 마침내 수레로 받을 것입니다.
가르침을 주시면 손뼉을 치며[拊掌] 다행이겠습니다.
次贈金克紹(차증김극소)權坵次山
김극소(金克紹)에게 차운(次韻)하여 줌. 권 구 차산
丈夫人間世 장부인간세 대장부가 인간 세상에서
聚散不足悲 취산부족비 모으고 흩음이 부족해서 슬프네.
應知他日會 응지타일회 응당 다른 날 모임을 아나니
懽情又此時 환정우차시 그때 또 기꺼운 정 나누세.
送金進士克紹南歸(송김진사극소남귀)李榮世日休亭
남쪽으로 돌아가는 극소(克紹)김진사를 보내며 이 영세 일휴정
天涯俱遠客 천애구원객 온 세상 함께 가자던 먼데서 온 손님
歸去不同時 귀거부동시 고향 돌아가는 때는 같지 않네.
洛水多秋鴈 낙수다추안 낙동강에는 가을 기러기들이 많아
惟應數寄詩 유응수기시 삼가 몇 편의 시는 응당 부쳐주겠지.
晩退金進士叔主次韻五絶 李元弼汾溪
(만퇴김진사숙주차운오절) 이원필 분계
만퇴(晩退)김진사 아저씨의 운에 차운(次韻)한 5구절
卜築溪堂閱幾霜 복축계당열기상 가려 지은 물가 집은 서리처럼 차게 지내
昔年蒼髮已成黃 석년창발이성황 옛날의 검은 머리카락 이미 누렇게 변했네.
山間風月三間屋 산간풍월삼간옥 산간의 세 칸 모옥에서 풍월 읊으며
剩見圖書架一堂 잉견도서가일당 게다가 서가에 책들로 방 가득 차있네.
右生涯淡白之意(우생애담백지의)
위는 생애(生涯)가 담백(淡白)함을 의미함.
千莖衰髮白如霜 천경쇠발백여상 천 줄기의 쇠약한 머리 털 서리처럼 희니
莫惜秋山樹葉黃 막석추산수엽황 가을 산 나무에 단풍 든다 애석해하지 마오.
樂善從來稱景茂 락선종래칭경무 선을 즐겨 종래에는 크고 무성하다 칭하니
世間人幾有斯堂 세간인기유사당 세상 사람들은 어찌 이런 집이 있냐고 하네.
右爲善自樂之意(우위선자락지의)
위는 선(善)을 행하며 자락(自樂)한다는 뜻.
同苦糟糠八十霜 동고조강팔십상 80년을 조강지처와 동고동락하니
幾將鍊法服松黃 기장련법복송황 연단법은 아마도 송화 가루 복용 같네.
琴瑟偕老多餘慶 금슬해로다여경 금슬 좋게 해로하니 남은 경사 많이 있고
膝下雲仍已滿堂 슬하운잉이만당 슬하가 구름처럼 이미 집안 가득 찼네.
右偕老多慶之意(우해로다경지의)
위는 해로(偕老)하며 경사가 많다는 뜻.
殘馬行裝踏曉霜 잔마행장답효상 늙은 말에 행장을 꾸려 새벽 서리 밟아 와
承顔座上兩眉黃 승안좌상양미황 좌상을 뵈오니 양 미간이 누렇네.
筵前綵舞岡陵祝 연전채무강릉축 수연 자리 앞 색동 춤 높 낮은 언덕 축수하고
萬壽杯觴怡北堂 만수배상이북당 만수를 비는 잔들 어머니가 기뻐하네.
右一家獻祝之意(우일가헌축지의)
위는 일가(一家)가 축하드린다는 뜻.
皓首婆娑欺雪霜 호수파사기설상 흰 머리의 할매 할배 눈서리 맞은 양 속이고
芳樽瀲灩瀉鵝黃 방준렴염사아황 향내 나는 술독은 넘쳐나서 노란 술을 쏟네.
陪歡此日知爲幸 배환차일지위행 수행하며 모시고 즐긴 이날 행복함을 알았고
勝事留題景茂堂 승사유제경무당 훌륭한 일로 남긴 제목은 경무당이라 하네.
右陪遊盡歡之意(우배유진환지의)
위는 귀인을 모시고 놀면서 매우 기뻤다는 뜻.
又別韻(우별운) 또 다른 운(韻)
好趁良辰設舞筵 호진양신설무연 좋음을 따라 좋은 날 춤추는 수연을 벌려서
蒼顔白髮儼如仙 창안백발엄여선 늙어 여윈 얼굴에 백발은 엄연한 신선 같네.
人間此會看曾未 인간차회간증미 사람으로서 이런 모임 일찍이 본적 없어서
欲倩龍眠上畵傳 욕청용면상화전 잠드시면 아름다운 모습 그려 전하고 싶네.
右且陳未盡之意(우차진미진지의)
위는 또 미진함을 풀어 놓았다는 뜻.
歲舍著雍攝提格孟冬旣望後三日表弟金至一氏爲兩親設壽酌祇會內外族十餘人鶴髮婆娑彩舞蹁躚極意陪歡達曙而罷此實一家
세사저옹섭제격맹동기망후삼일표제김지일씨위양친설수작기회내외족십여인학발파사채무편선극의배환달서이파차실일가
稀覯之盛事也頌禱不已之餘主翁叔主寄示短律一絶敬捧披讀不勝感賀之至忘拙舒情敢步瓊韻演爲五絶以寓區區景慕之懷云爾
희구지성사야송도부이지여주옹숙주기시단률일절경봉피독부승감하지지망졸서정감보경운연위오절이우구구경모지회운이
때는 무인(戊寅:저옹,섭제격=1698)년 음력 10월[孟冬]19일[旣望後3日]외종제(外從弟)인 김지일(金至一)씨가
양친(兩親)을 위하여 수작연(壽酌筵)을 베풀었다.
마침내 내외족(內外族)10여 사람이 모여서 흰 머리[鶴髮]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앞에서 색동옷 입고 춤추고,
(술에 취해서)비틀비틀 거리며 뜻을 다하여 어른을 모시고 기뻐하다가 날이 새서야 마쳤[罷]다.
이는 실로 한 집안에서 구경하기 드문 성대한 일이었다.
송축(頌祝)을 빌 뿐만 아니라 더구나 주옹(主翁)이신 아저씨[叔主]께서 단율(短律) 한 마디를 보내서 보여 주셨기에
공경히 받들어 뜯어 읽어보니 하례(賀禮)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졸렬함도 잊고 감정을 펼쳐서 감히 좋은 운(韻)에
다섯 마디를 이어서 통하게 하여,구구(區區)하게 경모(景慕:우러러 사모함.)의 생각을 말한 것을 부칩니다.
少室幽軒(소실유헌) 南亨會嗒窩
萬料外得奉賢胤兼承佳作兩章仍悉靜中淸趨萬勝慰悅感翫實切于中弟一晉之計雖未卜早晏而擬於未熱前動着盖
만료외득봉현윤겸승가작양장잉실정중청추만승위열감완실절우중제일진지계수미복조안이의어미열전동착개
爲社廟而尙未趁就則兒女之情雖不勉副不足歸於不慈兄可恕之耶只相思之苦兄與我同然恐或不得相副於將來故
위사묘이상미진취칙아녀지정수불면부불족귀어불자형가서지야지상사지고형여아동연공혹부득상부어장래고
姑呈拙句以謝俯領如何柳綠花紅四月天淸和端合過前川先賢道趣徒深想衰病猶難學少年敢用先賢之韻而反於先
고정졸구이사부령여하유록화홍사월천청화단합과전천선현도취도심상쇠병유난학소년감용선현지운이반어선
賢所修亦可愧惕
현소수역가괴척
少室幽軒(소실유헌) 南亨會嗒窩
소실(少室)유헌(幽軒)에게 남 형회 탑와
밖에서 얻은 모든 자료들과 아드님[賢胤:남의 아들에 대한 경칭.똑똑하고 훌륭한 자손.영식.]께서 받들어 온 훌륭한
작품 두 장(章)을 받으니 실로 고요한 중에 맑음을 쫓아서 반드시 어떤 위로 보다 나아서 기쁜 마음에
완상(翫賞)을 하니 실로 간절하던 중에 저는 한 발 나아갈 계획입니다.
비록 가리진 않았어도 이르건 늦건 조만간[早晏]에 덥지 않을 때 헤아려서 그 전에 움직일 것입니다.
사묘(社廟)를 위해 덮어씌우면 거의 쫒아가지 못하게 되므로 아녀자의 정(情)으로 비록 힘쓰지 않아서 알맞은 것도
부족하게 돌아간다면 사랑하지 않는 형(兄)이 용서나 하시겠습니까?
다만 서로 생각하는 고민이야 형이나 저나 같을 것이므로 혹시 장래에라도 서로 부차적인 것을 얻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해서 잠시 드리는 졸구(拙句)라도 고개 숙여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은 봄철인 4월 초하루[淸和] 날이 어떻겠습니까?
실마리가 과거 앞 내의 선현(先賢)들께서 도(道)를 향해 다다름을 생도들이 깊이 생각한 것과 맞습니다.
쇠약해서 병들고 오히려 학문은 어려운 소년이 감히 선현(先賢)의 운(韻)을 사용함은 반대로 선현(先賢)들의 닦은 바라서
또한 부끄럽고 두려울 만합니다.
淸休齋尊几下(청휴재존궤하)李東標懶隱
頃晉仙庄忽卒太甚不得從容承誨迨今耿耿伏承兩度下札伏感無已仍伏審閒中體候萬相區區無任下忱侍生親傍僅
경진선장홀졸태심부득종용승회태금경경복승양도하찰복감무이잉복심한중체후만상구구무임하침시생친방근
遺而此地景像愁慘之中酬應益煩顚沛可知柰何柰何下敎事前日面陳縷縷非有一毫飾讓而亦蒙恕諒至勤胤兄涉險
유이차지경상수참지중수응익번전패가지내하내하하교사전일면진루루비유일호식양이역몽서량지근윤형섭험
虛枉愧罪之至不敢自安於心耳盛事得與在執役之列實是鯫生一生之幸況世誼情分何敢不盡心於此而自視萬萬不
허왕괴죄지지불감자안어심이성사득여재집역지열실시추생일생지행황세의정분하감불진심어차이자시만만불
似終不敢强副盛敎伏望不以爲罪而少加察焉則他日獲見於當世秉筆之士敢不樂爲之先而道盛德幽光耶惟增慚懼
사종불감강부성교복망불이위죄이소가찰언칙타일획견어당세병필지사감불락위지선이도성덕유광야유증참구
竢罪竢罪謹不備
사죄사죄근줄비
淸休齋尊几下(청휴재존궤하)李東標懶隱
청휴재(淸休齋)어른께 올림.이 동표 나은
경진(頃晉)선장(仙庄)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슬픔이)극심하여 조용히 가르침 미침을 얻지 못했습니다.
지금 불안하게도[耿耿:빛나는 모양.잠이 오지 않는 모양.]두 번이나 서찰을 보내 주셔서 살필 감동이 없을 지경입니다.
삼가 한가한 중에 체후(體候:그 기거(기거)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강녕하시고 두루두루 살피시는지
구구(區區:변변치 못한 마음.제 각각.부지런한 모양.사랑함.작은 모양.득의(得意)한 모양.)히 여쭙니다.
하릴없는[無任:쓸모가 없음.맡은 일에 견디지 못함.참고 견딜 수 없음.] 저[侍生]에게 친히 곁에서 정성을 내려주셨는데
이제 겨우 보내드리는 이 지경이라 형상이 몹시 비참한[愁慘]중에 응답함[酬應:술잔을 되돌려서 권함.]이 더욱 번거롭고
당황하여 허둥거림[顚沛:위급 존망의 경우 발이 걸려 넘어짐.좌절함.짧은 시간.]을 알 수 있는데야 어떻게,
어찌해야 합니까?
하교(下敎)하신 일은 전날 뵙고서 자세히 길게 이어가며[縷縷]벌려 놓았듯이 일호(一毫)라도 겉으로만 사양하는 채
함[飾襄]이 있어서가 아니라 역시 몽매함이니 사정을 살피셔서 용서해 주십시오.
지극히 부지런한 윤형(胤兄)께서 위험을 무릅쓰고[涉險] 거짓으로 굽힌 부끄러운 죄(虛枉愧罪)에 이르렀는데,
감히 마음이 편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훌륭하고 성대한 일[盛事]에 집사[執役:귀인을 가까이 모시고 사무를 보는 사람.국민이 공역(公役)을 치름.]의
반열을 얻어서 같이 있다는 것은 실로 송사리와 같은 시생[鯫生] 일생(一生)의 행운일 것입니다.
하물며 세의(世誼:대대로 사귀는 정의.世交.)의 정분(情分)이 있는데 어찌 감히 이에 진심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스스로 보건대 절대로[萬萬:결코.1억.많은 수.썩 뛰어남.] 끝과 같지 않거나 감히 알맞게 힘쓰지 않는다면
많은 가르침의 처분을 삼가 바랍니다.
하지 않는 죄(罪)는 작아도 보태서 살핀 즉 훗날 지금을 얻어 본 붓을 잡은 선비[秉筆之士]에게 감히 즐거움을
주지 못하게 될 것이 먼저고 도(道)의 높고 훌륭한 덕[盛德]에 그윽한 빛이 되지 않겠습니까?
삼가 생각하니 부끄럽고 두려움만 더한 것 같아서 죄를 기다립니다. 죄를 기다립니다.
삼가 다 갖추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
先祖送別之章仰蒙錄示愴感兼極於此益見分誼之不爲小而只恐此等事言之者
선조송별지장앙몽록시창감겸극어차익견분의지불위소이지공차등사언지자
輕則適足爲累而不足以張大亦非所以重其事也如何如何
경칙적족위루이부족이장대역비소이중기사야여하여하
(구전(苟全) 김중청(金中淸))선조(先祖)의 송별한 시장[赴京別章]을 보여 주셔서 우러러 읽어보게 되어
마음 아픈 느낌과 함께 이에 더 적극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세의(世誼)를 나누고자함은 작은 것이 아닐지라도 단지 이런 일들을 말하는 사람들의 경솔함이 두려우므로 발맞춤에
누(累)가 될 것이고 크게 벌리기에는 부족할 것이며 또한 그 일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까닭이 되는데 어찌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祭文(제문)侍敎生 金國柱
嗚呼痛哉惟靈豈弟之姿溫醇之質詳於事物睦于宗族早登蓮榜擬展驥足才優命蹇志業蹉跎晩卜幽居于披山阿何以
오호통재유령개제지자온순지질상어사물목우종족조등연방의전기족재우명건지업차타만복유거우피산아하이
爲號少室山人自樂圖書閒養精神獎進後學敎誨諄諄三尊得二五福享三富貴何有潛隱是甘顧余小子夙趨門下過蒙
위호소실산인자락도서한양정신장진후학교회순순삼존득이오복향삼부귀하유잠은시감고여소자숙추문하과몽
眷恤無隱於我重忝苽葛私幸叵量去歲孟冬再候龐床終宵盡日謦欬彌切那知一辭遽至永訣佳城旣卜先壟之側三世
권휼무은어아중첨고갈사행파량거세맹동재후방상종소진일경해미절나지일사거지영결가성기복선롱지측삼세
一麓萬歲千秋追惟往昔涕淚橫流敢將微誠庸薦菲薄不昧斯存庶幾歆格
일록만세천추추유왕석체루횡류감장미성용천비박불매사존서기흠격
祭文(제문)侍敎生 金國柱
제문(祭文)모시고 가르침 받았던 학생 김국주
아아! 마음이 아픕니다.
삼가 생각하니 영령께서는 화락하게 즐기시[豈弟:마음이 즐겁고 편안한 모양]는 모습에 온화하고 순박한 자질로 사물에
상세하고, 종족(宗族)간에 화목하셨습니다.
일찍이 연방(蓮傍:아마도 사마시를 지칭하는 듯 함.)에 오르셨습니다.
헤아려 보니까 뛰어난 재능[驥足]을 펼칠 수 있는 우수한 재주를 가졌지만 운명은 절름발이로 뜻과 사업은 불운하여
뜻을 얻지 못하[蹉跎:발을 헛디뎌 넘어짐.기회를 잃음.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음.]시고 만년에는
저 산 언덕에 세상을 피해 외딴 곳에[幽居] 집을 짓고 사시면서,어째서 호(號)를 소실산인(少室山人)이라 하셨습니까?
책들과 자락(自樂)하시고,한가히 정신을 함양하시며,후학(後學)들에게 권해서 나아가게[獎進]성실하고 곡진하게[諄諄]
잘 가르쳐서 지난 잘못을 뉘우치게 하셨습니다.
군(君),사(師),부(父)의 3존(三尊: 존중해야할 세 가지.)가운데 두 가지는 얻으셨고,
5복(五福:壽,富,康寧,攸好德,考終命의 다섯 가지 福이나.長壽,富,貴,康寧,多男을 이르기도 하며
혹은 長壽,富裕,無病,息災,道德을 이르기도 함.)중에서 세 가지는 누리시면서 부귀(富貴)는 어째서 자취를 감추고
숨어서 벼슬 않고 은둔[潛隱]하셔서 즐기셨습니까?
돌아보니 저 소자(小子)는 일찍이 문하(門下)에서 쫒으며 어린 시절을 지나면서 돌아보고 구휼해 주시길 제게는
숨기심이 없으셨습니다.
게다가 욕되게 과갈지친(瓜葛之親)의 인척(姻戚)이 되게 하셔서 사적으로는 다행이었습니다.
마침내 헤아리니 지난해 음력 10월 거듭 큰 책상[龐床]에 문후를 여쭸지만 밤낮 종일토록 기침소리[謦欬] 끊어진지
오래 됐지 않습니까?
한 말만 알았어도 어찌 영원한 이별[永訣]에야 이르렀겠습니까?
무덤[佳城]은 이미 선조(先祖)들의 산소 곁에 삼대(三代)가 한 산록에 천추만세(千秋萬歲)토록 따르게 점찍어 두셨습니다.
삼가 지난 옛일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옆으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감히 작은 성의라도 써서 검소하나마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菲薄] 드리고자 하오니
환한[不昧] 영령께서는 이에 거의 있을 것이오니 흠향(歆饗)하옵소서.
《구전공14세손 김 태동 옮겨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