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고양이!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인물 /
사건 /
배경 /
고양이 이미지 / https://cafe.daum.net/biroam0913/NP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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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저녁마다 초인종 소리를 기다렸다.
고양이 팅팅이가 책 읽어주러 오기 때문이었다.
"딩동! 딩동!"
순이는 거실에서 초인종 소리를 흉내내며 팅팅이를 기다렸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순이는 책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하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
순이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기다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혹시!
팅팅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순이는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팅팅이가 오지 않자 걱정되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온 순이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
"흐흐흐!
여기 있지롱!"
하고 팅팅이가 웃으면서 순이를 반겼다.
"뭐야!
언제 책 속으로 숨었어!"
순이는 놀라면서도 반가웠다.
"바람처럼 들어와 숨었지!"
팅팅이는 마법을 잘 부리는 고양이었다.
순이가 현관문을 열고 복도에 나왔을 때 마법을 부려 볼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순이보다 먼저 집으로 들어와 책 속에 숨었다.
"거짓말!
창문을 모두 닫았는데 어떻게 바람처럼 들어올 수 있어!"
순이는 책 속에서 나온 팅팅이에게 따졌다.
"아무튼!
이렇게 책 속에서 나왔잖아!"
하고 말한 팅팅이는 책 읽어줄 준비를 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줄까!"
하고 말하더니 순이가 들고 있는 책을 달라고 했다.
"<장화를 훔친 고양이 샘!>이군!
좋아! 좋아!
주인공이 고양이라서 읽기 편하겠군!"
팅팅이는 책을 들고 순이 앞에 앉았다.
..
"순이야!
너도 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 키울래?"
어젯밤에 엄마가 물었다.
"엄마!
내가 고양이 키우면 팅팅이가 싫어할 거야!"
"왜!
고양이끼리 친구하고 좋을 텐데!"
"엄마!
팅팅이가 받는 사랑을 다른 고양이와 나눠가질 수 있을까?"
"고양이들은 서로 양보하고 살 거야!"
"그건!
엄마 생각이지!
고양이들도 자기 영역이 있는데!"
순이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그리고 팅팅이처럼 글자를 읽게 교육시켜 책읽는 고양이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찾아오는 팅팅이가 시기와 질투를 할까봐 키우는 것을 참았다.
..
"갯벌에 빠진 샘은 죽을 뻔 했다!
그래서 장화를 훔쳐 신고 갯벌에 또 들어가려고 했다!"
팅팅이가 읽어주는 동화는 더 재미있었다.
말할 때마다 목소리에 리듬과 멜로디를 넣어 더 감동을 주었다.
"장화를 훔친 샘은 마음이 아팠다!
남의 물건을 훔치다니! 나쁜 고양이군!
아니지! 아니지!
고양이는 원래 남의 물건을 훔치고 또 훔쳐 먹는 게 맛있으니까 그렇지!"
팅팅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돼!"
순이가 팅팅이에게 한 마디 했다.
"그렇지!
남의 물건을 훔친 샘은 죄값을 치뤄야겠지!"
하고 팅팅이가 순이를 보고 물었다.
"다시 갖다 놓으면 되잖아!"
"그럼!
훔친 죄값은 어떻게 하고?"
"봐줘!
고양이잖아!"
"나도!
나도 고양이라고!"
"넌!
책 읽어주는 고양이잖아!"
"그렇지!
그렇긴하지만 나도 장화가 갖고 싶어!"
하고 팅팅이가 말하자
"뭐하려고!
너도 샘처럼 갯벌에 들어가 빠져볼 거야!"
하고 순이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갯벌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
그런데 장화가 있으면 비오는 날 신고 다니려고 그래!"
"그럼!
내가 장화 사줄게!"
순이는 팅팅이가 하는 말이 맘에 들었다.
비오는 날!
노란 장화를 신고 빨간 우산을 쓰고 거리를 다니는 팅팅이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
"샘은 장화를 갖다 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다고 했다!"
"잘했어!
고양이 체면을 살렸군!"
팅팅이는 <장화를 훔친 고양이 샘!> 동화를 다 읽었다.
"순이야!
오늘 동화는 어땠어?"
하고 팅팅이가 물었다.
"갯벌에 가서 놀고 싶어!
팅팅이도 데리고 가서 갯벌에서 놀다 빠지면 내가 구해줄거야!"
"좋아! 좋아!
내일 당장 갯벌에 가자!"
팅팅이가 춤추며 말했다.
"알았어!"
순이는 팅팅이랑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장화랑 우산도 사줄 거지?"
"알았어!
검정 장화! 검정 우산 사줄게!"
"싫어! 싫어!
노란 장화랑 빨간 우산 사줘!"
하고 팅팅이가 말했다.
"어쭈!
고양이 주제에 패션을 알다니!"
순이는 팅팅이가 너무 예뻐서 안고 말했다.
..
"이번에는 어떤 동화를 읽어달라고 할까!"
순이가 책꽃이에서 책을 한 권 골라 팅팅이에게 주었다.
"<파랑새를 만난 얼음공주!>
책 제목이 아주 맘에 든다!"
하고 팅팅이가 말하자
"나도 파랑새 보고 싶다!"
"뭐라고!
얼음공주도 아니면서!"
"팅팅아!
파랑새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거야!
내가 공주가 아니어도 파랑새를 볼 권리는 있다고!"
"알겠어요!
저는 얼음공주만 파랑새를 보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럼!
내가 왕자냐?"
"아니요!
고 옹 주(공주)!
고옹주 순이입니다!"
하고 팅팅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까불면 죽는다!"
순이는 눈을 크게 뜨고 팅팅이를 노려봤다.
"네! 네!
책 읽어줄게요!"
하고 말한 팅팅이는 <파랑새를 만난 얼음공주!> 책을 펼쳤다.
..
"숲에서 파랑새를 만난 얼음공주는 너무 행복했다!"
"아니!
그냥 공주면 되지!
얼음공주가 뭐야!"
책을 읽다말고 팅팅이가 한 마디 했다.
"그거야!
겨울왕국이 인기가 있으니까 이 작가도 얼음공주를 만들어 낸 거야!"
"어디서!
엄마 뱃속에서 얼음공주가 탄생한거야!"
"그럼!
엄마 뱃속에서 탄생하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니!"
하고 말한 순이가 팅팅이를 노려봤다.
"그렇군요!
저는 책이나 열심히 읽겠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팅팅이는 다시 책을 들여다 봤다.
"안녕! 파랑새야!"
"안녕하세요! 얼음공주님!"
"너도 얼음을 좋아하는구나!"
"네!
파랑새는 얼음을 먹어야 파란색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구나!
나도 얼음을 많이 먹으면 파란공주가 될까?"
"그건!
잘 모르겠어요!"
"파랑새야!
내가 얼음이 많은 곳을 찾았어!"
"어디!
그곳이 어디인가요?"
"날 따라와!"
"네!"
파랑새는 얼음공주를 따라 날았다.
그리고 얼음이 많은 골짜기로 파랑새는 이사를 했다.
"<파랑새를 만난 얼음공주!>
아주 서정적이면서도 감동적이야!
나도
산골짜기로 얼음을 찾아러 가야겠다!"
책을 다 읽은 팅팅이가 말하자
"얼음!
찾아서 뭐하려고!
필요하면 냉장고에서 꺼내줄게!"
"싫어요!
나도 얼음공주처럼 산골짜기 얼음을 찾아야 파란고양이가 되겠죠!"
"뭐!
파란고양이!
하하하하하!
하얀고양이보다 파란고양이가 책 읽어주면 좋겠다!"
순이는 팅팅이가 한 말을 생각하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웃지마요!
내일은 파란고양이가 책 읽어주러 올테니까!"
"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나는 파란고양이도 좋고 노란고양이도 좋아!"
순이는 고양이만 온다면 어떤 색이라도 상관없었다.
"네!
<책 읽어주는 파란고양이!>라고 책 제목도 바꿀 거예요!"
하고 팅팅이는 순이에게 말했다.
"좋아! 좋아!"
하고 말한 순이는 팅팅이를 안고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파란고양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노란고양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빨간고양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하고 노래부르던 순이는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어지러워요!
빨리 내려주세요!"
팅팅이는 순이 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
"빨리 가야겠다!"
책 읽어주는 고양이는 오늘도 예약한 민주네 집을 향해 달려갔다.
"어딜 가는 거야?"
길 모퉁이에서 놀던 고양이 한 마리가 팅팅이를 보고 물었다.
"책 읽어주러 가지!"
"무슨 책?"
"<별은 딸 수 있는 게 아니야!>"
"뭐!
별은 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 걸 누가 읽어달래?"
"민주!"
"저기 아랫마을에 사는 코흘리게 민주!"
"맞아!
그런데 코흘리게는 아니거든!"
"뭐라고!
그런데 사람들이 읽는 책을 고양이 주제에 읽을 수 있어?"
"응!"
"거짓말!
고양이가 어떻게 글자를 읽을 수 있어!
사람들이랑 놀더니 거짓말도 할 줄 아는 고양이가 되었구나!"
"그래!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 가르쳐줬어!"
하고 말한 팅팅이는 달리기 시작했다.
"늦겠다!
빨리 가야지!"
팅팅이는 민주네 집을 향해 달렸다.
"고양이 올 시간이야!"
민주와 엄마는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고 민주랑 거실에서 초인종 소리를 기다렸다.
'디잉동! 디잉동!'
"초인종 소리가 이상하다!
딩동! 딩동! 그래야 하는데!"
팅팅이는 민주네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