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0구간
일시 : 2013년 9월 7일
秋風嶺(220m)-金山(384m)-雀店고개(360m)-龍門山(710m)-國守峰(680m)-큰재(300m)
19.5Km
나는 충청남도 보령군 주산면 군계리에서 태어나서 기억도 없는 어린 시절에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합곡리로 이사를 했다.
합곡초등학교를 다니다 6학년 3월 15일쯤 부여군 부여읍 백제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 당시 부여중학교를 갈려면 시험을 치렀는데, 내가 6학년 때 장암면에 장암중학교가 생겨서 우리는 시험을 보지 않고 장암중학교로 진학을 해야 된다. 아버지는 그래도 도회지로 나가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셨는지 그해 나를 백제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켜 부여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와 부여중학교에 다니는 형과 나, 이렇게 셋이서 부여에서 자취를 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공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못하지는 안았을 것인데 상장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어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방에다 팽개치고 개울이나 논에서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고 우렁을 잡으러 다녔으며 산에 올라 열매를 따 먹고 칡을 캐면서 온 동네를 쏘다닌 기억뿐이다.
산이나 들에서 여기저기 쏴돌아 다니는 버릇이 태생적이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그때는 동네 뒷산이 그리도 크게 느꼈는데...
8월은 성당에 행사가 많아 주일 마다 행사에 다니느라 참석을 한 번도 못했다. 그래서 8, 9구간을 건너뛰어 10구간에 참가했다.
8월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산에도 가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0구간에 참가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 될 것 같아 가기로 하고 지도를 보고 자료를 찾아보니 높은 산이 750m 안팎으로 해발고도가 높지 않다. 저 정도면 가볼만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생각나서 자신이 없다. 양재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그냥 푸념을 하면서 잠을 청해 보지만 잠깐 자고 난 후는 잠도 안 온다.
추풍령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니 이슬비라고 하기도 적당하지 않게 바람에 흘러오는 빗방울처럼 비가 내리는 듯 안 내리는 듯하다. 선두를 따라 어둠속으로 들어가 금산으로 향한다.
약 15분을 오르다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일행이 먼저 가고 뒤에 한 사람만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니 길이 없고 출입금지 밧줄이 위로 메어져 있다. 대부분 밑으로 위험 밧줄이 있는데 여기는 올라가는 위쪽으로 있다. 순간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뒤에 오시는 분이 그 길이 아니라고 한다. 금산은 돌을 채취하느라고 산 절반이 잘렸단다. 건너편 반이 잘려나가 위로 올라가면 절벽이다. 그래서 못 올라가게 밧줄을 메어 놓고 대간길은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10구간은 산의 높이가 높지 않아 오르고 내림이 수월하다. 작은 봉우리 오르고 내리는데 임도가 나타나고 대간길은 임도에 의해 여기저기서 끊겨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길을 찾기가 조금은 어려웠으리라. 끊어지고 이어지는 길을 찾아 걸을을 옮기기를 약 3시간 30분이 지나, 작점고개가 나타난다. 고개는 2차선 도로로 차량의 통행이 제법 많다. 우리는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휴식을 한다.
작점고개는 영동군 추풍령면과 김천시 이모면을 이어주는 고개로 지금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지만 오래전에 신라와 백제의 군사지역으로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아침을 먹고 막걸리를 가져온 사람이 있어 한잔 얻어 먹고 다른 사람보다 빨리 못간다는 핑계로 일찍 출발한다. 비는 오지 않지만 해가 뜨지 않아 시야는 아주 좁다.
운무 속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산길이 평탄하고 높낮이가 차이가 없어 아주 걷기가 쉽다. 백두대간에 이런 길만 있다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토록 열심히 찾지는 않았으리라. 어려움이 커야 기쁨도 크다. 가장 큰 어려움을 이겨내면 그 뒤에 오는 기쁨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번 산행은 이런 면에서는 즐거움이 별로 없지만 , 그동안의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리라. 지금까지의 힘듬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대비하기 위해서 잠시 쉬면서 가는 길일 것이다.
혹시나 뒤로 처져서 늦게 도착할까봐 아침식사 후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출발하였는데 산길이 쉬워서 걸음걸이가 편하고 속도도 빠르다. 사람들과 오순도순 이야기 하면서 등산할 것을 공연한 걱정으로 일직 가다보니 몇 시간의 등산길에 혼자만 가고 있다. 용문산을 지나 국수봉에 오르니 자유인산악회에서 대간길을 걷는 분인데 빠진 구간을 보충하기 위해 이번에 우리와 같이 산행하신 분을 만났다. 체격도 좋고 산길도 아주 잘 가시는 분이다. 신의처재까지 가야 모든 구간을 보충하는데 길이 좋아 오늘 신의터재 까지 갈 예정이란다. 앞서서 가시는 걸음걸이가 아주 가볍고 힘이 있다. 내가 뒤에서 쫓아가지만 큰재에 도착하니 그분은 벌써 신의터재을 향해 출발하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간길은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작점에서 일찍 출발하고 길이 편해서 신의터재에 도착하니 10시 20분 정도 밖에 안됐다. 9시간 예정인 길을 7시간 20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천천히 놀면서 올건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에 등산을 마친다.
큰재에 있는 이정표와 펜션
상주시에서 큰재에 만들어 놓은 백두대간기념관
모두 상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길이다.
여렀이 가면 설명도 해준다.
추풍령면 풍경
맛있는 점심식사
처음 오신 분과 소주를 많이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