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0분발 새벽 비행기, 정말이지 피곤한 시간대였습니다. 그런데 2시 20분이 되어도, 30분이 되어도 안내 방송 하나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불안했는지 제게 거듭 눈치를 주었습니다. 탑승구 쪽에 가봐도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답답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저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다른 승객들도 탑승구 앞에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명, 두세명 이렇게 서성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보니 사람들이 아예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줄을 본 사람들은 별다른 안내 방송이 없는데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 줄은 이내 몇 십 미터가 넘게 이어졌습니다.
매우 피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보다는 줄을 서 있는 것을 택했습니다.
"왜 그럴까? 이미 티켓을 다 끊은 사람들인데... 비행기 자리가 부족하지도 않는데, 왜 이리 줄을 서 있는걸까?" 의아했지만, 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저 역시 왠지 줄을 서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져갔습니다.
아마도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혹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들어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그래서 조금 피곤하고 불편해도 의자에 앉아있기보다는 맘 편히 줄을 서기로.
하지만 안그래도 피곤한 시간대인데, 줄까지 서 있어야 하다니... 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럴땐 이런 방법을 택해보는 건 어떨까요 편히 의자에 앉아 그 동안 여행했던 에피소드를 나눠 본다거나, 혹시 내가 졸면 꼭 깨워달라고 옆 사람에게 부탁한다거나 이렇게 서로를 돌아본다면 비행기를 놓칠것 같은 그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 학생들, 자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때는 저렇게까지는 안했는데... 학원에 왜 다니는가 물어보면, 그럼 학원에 안다니는 아이도 있냐며 되묻습니다. 학부모님도 마찬가집니다. 우리 아이만 안보낼 수 있냐고요, 학원에 보내는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불안감이라는 마음이 한켠에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여행처럼 확보된 비행기 자리(티켓)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불안감은 더더욱 크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방식은 그 불안감만을 더욱 키울뿐입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나만 뒤쳐진다고 느껴지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옆집 아이, 옆집 엄마가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니까요.
이 불안감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피곤한 새벽, 무리하게 줄을 서 있기보다는 남들 따라 무작정 줄을 서기 보다는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는 방법 타인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첫댓글아..이 글을 우리 남편에게 보여주면 완전 공감할 거 같습니다. 저는 에스컬레이터 탈 때마다 비슷한 거 느끼는데요 아니 한줄로 가는게 안전상으로도 안좋다고 그렇게 말하지만 홍보가 덜 된 탓인지 뭐가 그리 급한지 막 앞사람을 밀치고 올라가려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봤자 겨우 1분정도 빨리 갈까요? 저 요즘 병원 오가며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다들 뭐가 그리 급하고 뭐가 그리 욕심이 많은건지..언젠가 바티칸에서 보았던 해골그림앞의 설명이 생각납니다."나는 과거의 너였고 너는 미래의 나다 "!
아 참 공감 가는 실례인데요? 이유도 없이 줄서는게 불안함 때문이군요. 이유도 없이 줄 따라 가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레밍이라는 쥐 아세요? 제가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라는 책에서 입시 전쟁에 뛰어들어 사교육에 목숨거는 엄마들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한 건 레밍입니다. 레밍은 개체수가 늘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줄 지어 호수에 빠져 죽는대요. 개체 수가 줄어들면 죽는 걸 멈춘다고 하더라구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이기는 법을 우리 카페에서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ㅎㅎ
첫댓글 아..이 글을 우리 남편에게 보여주면 완전 공감할 거 같습니다. 저는 에스컬레이터 탈 때마다 비슷한 거 느끼는데요 아니 한줄로 가는게 안전상으로도 안좋다고 그렇게 말하지만 홍보가 덜 된 탓인지 뭐가 그리 급한지 막 앞사람을 밀치고 올라가려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봤자 겨우 1분정도 빨리 갈까요? 저 요즘 병원 오가며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다들 뭐가 그리 급하고 뭐가 그리 욕심이 많은건지..언젠가 바티칸에서 보았던 해골그림앞의 설명이 생각납니다."나는 과거의 너였고 너는 미래의 나다 "!
아 참 공감 가는 실례인데요? 이유도 없이 줄서는게 불안함 때문이군요. 이유도 없이 줄 따라 가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레밍이라는 쥐 아세요? 제가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라는 책에서 입시 전쟁에 뛰어들어 사교육에 목숨거는 엄마들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한 건 레밍입니다. 레밍은 개체수가 늘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줄 지어 호수에 빠져 죽는대요. 개체 수가 줄어들면 죽는 걸 멈춘다고 하더라구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이기는 법을 우리 카페에서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ㅎㅎ
이번엔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 를 읽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