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는망자의 넋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신비한 나라 머슴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수는 망자의 넋을 찾아다녔다. "여긴데!망자를 찾을 수 없다니.어디에 숨었을까!이 길을 따라가면 숲으로 들어가는 길인데.설마!망자가 숲으로 가진 않았겠지."동수는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봤지만 망자를 찾지 못했다. 동수가 찾는 망자는어제 목숨을 잃은 영수 할머니였다.영수 할머니는 시장에 갔다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망자님!어디 계세요?"동수가 속삭이듯 어둠 속에서 외쳤다.하지만망자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저승에 가지 않으려고 도망쳤다면 발자국이라도 있을 텐데!발자국도 없단 말이야."동수는 눈길을 걸으며 망자의 발자국을 찾았다. "망자의 넋!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 가야 하는 망자.신비한 나라에 먼저 도착해서 옥황상제를 만나고 심판을 받아야 하는 망자!"동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다. 마을 끝자락까지 온 동수는 새벽을 맞이했다.동이 트기 전까지는 망자를 찾아야 하는 데 오늘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분명히!저 숲으로 들어갔어.그런데발자국이 없단 말이야.눈이 계속 내려서 보이지 않는 걸까!"동수는 눈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을 바라봤다.
영수 할머니는 숲으로 들어갔다.망자가 된 영수 할머니는 숲 속에 있는 큰 제각(제사를 지내는 기와집)으로 들어갔다.아무도 살지 않는 기와집이었다.창녕 조 씨 문중 산에 세양을 지내기 위해 세워진 제각이었다. "히히히!여기서 살면 저승사자들이 찾지 못할 거야.아무도 살지 않은 곳에 저승사자들이 오지 않겠지!"영수 할머니는 숲 속의 제각으로 들어가 작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소복이 쌓인 눈 위로 달빛이 비쳤다.하얀 눈은 금가루처럼 반짝거렸다. "나는 못 가지!손자가 좀 더 커야 갈 거야.어린것을 혼자 두고 절대로 못 가!엄마 아빠가 없는 손자를 혼자 두고 난 갈 수 없어."영수 할머니는 손자 걱정이 가득했다. 영수는혼자가 되었다.할머니와 둘이 살 던 집에 혼자 남았다.마을 사람들이 혼자 남은 영수를 입양하겠다고 나섰다.하지만영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할머니!보고 싶어요."영수는 잠이 오지 않았다.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영수야!할머니가 보낸 선물이야."하고 말한 달빛이 영수에게 보따리 하나를 주었다. "할머니!우리 할머니가 주었어요?" "그래!보자기를 펼쳐 봐."하고 달빛이 말했다. 영수는천천히 보자기를 풀었다. "영수아!내 손자 영수아.따뜻한 마음을 담았으니 꼭 안고 자거라."보자기를 풀자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영수는 보자기를 꼭 안고 울었다. 달빛은말없이 창문을 통해 사라졌다. 영수는할머니가 보낸 따뜻한 마음을 꼭 안고 잠이 들었다.달빛은영수가 잠들 때까지 눈 쌓인 장독대에서 지켜봤다.
다음 날 아침 일찍동수는 영수에게 갔다.엄마가 싸준 도시락들 들고 있었다.혼자 사는 영수가 걱정되었다. "영수야!영수야!"동수가 영수네 집 앞에서 부르며 들어왔다. 영수는아직도 잠자고 있었다.할머니가 보내준 따뜻한 마음을 안고 자고 있었다. "영수야!빨리 일어나.아침이야!"동수가 외치며 마루에 도시락을 내려놨다. "으응!"영수는 꿈속에서 동수가 부르자 대답했다.하지만이불속에서 보자기를 꼭 안고 있었다. "야!빨리 일어나.학교 가야지!"동수가 방문을 열고 외쳤다. "으응!알았어."동수는 이불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대답했다. "야!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벌써늦잠이야!"하고 동수가 할머니 말투로 잔소리했다. "시끄러워!"동수는 지난밤 할머니가 선물한 따뜻한 마음을 아직도 꼭 안고 있었다. "눈이 많이 왔어!빨리 가지 않으면 지각이야."동수는 영수를 데리고 빨리 학교 가고 싶었다. "알았어!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영수는 가슴에 안고 있던 보자기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야!저 보자기 누가 줬어?"하고 동수가 물었다. "왜!어젯밤에 달님이 줬다."하고 영수가 대답하자 "설마!저 보자기는 망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보자기야."하고 동수가 말하며 책상 위 보자기를 만져봤다. "와!따뜻하다.그 보자기 할머니가 선물한 거야.달빛이 와서 말해주며 준 거야."하고 영수가 말하자 "뭐!할머니가 선물.할머니는 돌아가셨잖아.그런데어떻게 선물할 수 있지!"하고 동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착하니까!하늘에서 선물한 거야.아니옥황상제가 선물을 보낸 것 같아.안고 자면 따뜻해!"하고 영수가 보자기 자랑을 했다. "그렇지!할머니가 널 얼마나 보고 싶겠어.아마!눈도 감지 못했을 거야.망자가 되어 어디선가 널 지켜보고 있을 거야!"하고 동수가 말했다. 하마터면동수는 망자가 된 할머니를 찾고 있다고 말할 뻔했다. 동수는영수와 함께 학교에 갔다.동수는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다.망자가 된 영수 할머니가 따라올 것만 같았다. 동수는영수 할머니가 아직 마을에 있다는 걸 알았다. 오늘 밤에다시 망자의 넋을 찾을 생각이었다. 영수 할머니를 찾으면동수는 신비한 나라까지 잘 모시고 갈 생각이었다.
저녁밥을 먹은 동수는망자의 넋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할머니!어디 숨은 지 알겠어요."동수는 영수 할머니가 어디에 숨은 지 알 것 같았다. "오늘 밤에할머니를 모시러 갈게요."하고 말한 동수는 마을 입구로 향했다.오늘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마을 입구에서 저승사자를 만나라고 했다. 눈이 쌓인 길은 미끄러웠다.장화를 신었지만 눈발이 날리며 눈이 장화 속으로 들어왔다. "망자의 넋!오늘 밤에 돌아가신 분은 없겠지."동수는 마을 입구를 향해 걸으며 생각했다.눈이 오고 추워 집에서 쉬고 싶었다. "안녕하세요!혹시 망자가 아닐까요?"마을 입구에서 동수는 아저씨를 보고 물었다. "망자!죽은 사람이 걸어 다니냐?"마을에 사는 아저씨는 동수를 쬐려 보고 한 마디 했다. "죄송합니다!"동수는 인사를 하고 빨리 걸었다. 저승사자는보름달이 뜨지도 않았는데 마을 입구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동수가 인사하자 "왜 이렇게 늦었어!망자의 넋은 찾은 거야?"하고 저승사자가 물었다. "아니요!어젯밤에 찾아봤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 없었어요." "이봐!망자의 넋을 하루라도 늦게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건 알지.신비한 나라 머슴이 되었으면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하는 거야!"하고 저승사자가 말했다. 망자의 넋을사십구일 안에 찾아 신비한 나라로 데려가지 않으면 동수는 목숨을 잃게 된다.신비한 나라 머슴으로서 자격이 없을뿐더러 망자의 넋을 데려오지 못한 죗값이었다. "알았어요!걱정 마세요.오늘 밤에는 꼭 찾아서 신비한 나라로 모시고 갈게요."하고 대답한 동수는 오늘밤에 숲에 있는 제각에 갈 계획이었다. 저승사자는동수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다른 마을로 갔다. 동수는천천히 숲을 향해 걸었다.창녕 조 씨 제각이 있는 곳까지는 멀었다.
동수는숲 속에 자리한 창녕 조 씨 제각 앞에 도착했다.큰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제각 안은 어두컴컴했다.불빛도 없고 인기척도 없었다. "할머니!영수 할머니.저 동수예요."하고 동수가 대문을 열고 제각 앞에서 영수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망자의 넋을 모시러 왔어요.할머니!제가 신비한 나라까지 잘 모시고 갈게요."하고 영수가 말하며 제각 마루에 걸터앉았다. "아니!저 녀석이 망자의 넋을 어떻게 알지."영수 할머니는 작은 방에서 영수 목소리를 듣고 놀랐다. "할머니!여기 있는 것 다 알아요.저승사자가 오기 전에 나오세요.제가신비한 나라까지 잘 모시고 갈게요."하고 영수는 작은 방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저승사자!날 찾지 못할 텐데.저 녀석이 어떻게 저승사자를 다 알지."영수 할머니는 입술을 꾹 깨물고 숨을 참았다. "할머니!저를 믿으세요.저는 옥황상제 밑에 있는 머슴입니다."하고 동수가 말하자 "뭐라고!옥황상제 머슴이라고."영수 할머니 망자의 넋이 방문을 열고 말했다. 동수는 깜짝 놀랐다.하마터면마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할머니!영수 할머니."동수가 영수 할머니를 불렀다. 동수는방으로 들어갔다.문을 닫고영수 할머니 망자의 넋을 향해 두 번 절했다. "할머니!신비한 나라에 가면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주는 옥황상제가 있습니다.할머니 이야기를 잘하면옥황상제가 할머니를 살려줄 수도 있습니다.그러니까저를 따라 신비한 나라에 갔으면 합니다."하고 동수가 절 한 뒤 무릎을 꿇고 말했다. "영수는 어떡하고!엄마 아빠도 없는 영수는 어떡하고."영수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할머니!제가 잘 돌보며 살아갈게요."하고 동수가 말했다. 영수 할머니는동수를 따라 신비한 나라로 갔다.다행히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날 동수와 영수 할머니는 신비한 나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망자의 넋이 사라진 숲길에는 발자국이 없었다.ᆢ이 숲길로 들어가 약 2킬로미터 정도 산을 넘어야 태어난 집이 있습니다.또한초등학교에서 이곳 숲길 입구까지 약 2킬로미터 입니다.밤늦게 집에가는 날은 이 숲길 입구부터 무서워 숨죽이고 걸어가야 했습니다.지금은 큰길이지만 그때는 오솔길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