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子度其行(손자탁기행)하니 暮當至馬陵(모당지마릉)이라 (度은 법도 도. 여기서는 헤아릴 탁. 暮는 저물 모.) = 손자가 그 행보를 헤아려보니, 저녁때 쯤에는 마땅히 마릉에 이를 것 같았다.
馬陵(마릉)은 道陜而旁多阻隘(도협이방다조애)하니 可伏兵(가복병)이라 (陜은 좁을 협. 旁은 곁 방. 阻는 막힐 조, 험할 조. 隘는 좁을 애, 험할 애.) = 마릉은 길이 좁고 옆에 막힌 곳이 많아 복병을 숨겨둘 만하였다.
乃斫大樹(내작대수)하여 白而書之曰(백이서지왈) 龐涓(방연)이 死此樹下(사차수하)하리라 (斫은 깎을 작. 白은 동사로 풀어야겠죠. 희게 만들다.) = 그래서 큰 나무를 깎아 희게 만들고, 그 위에 쓰기를, “방연이 이 나무 아래에서 죽는다.” 하였다.
於是(어시)에 令齊師善射者萬弩(영제사선사자만노)로 夾道而伏(협도이복)하고 (善은 ~을 잘하다. 善射者는 활 잘 쏘는 자. 弩는 쇠뇌 노. 연속으로 쏠 수 있는 활. 夾은 낄 협) = 이에 제나라 군사 중에서 활 잘 쏘는 사람 만 명을 골라 길을 끼고 매복하게 하고는,
期日暮(기일모)하여 見火擧而俱發(견화거이구발)이러니 (期는 기약하다. 俱는 모두, 함께 구) = 날이 저물어 횃불이 들리는 걸 보거든 일제히 쏘도록 약속을 정하였다.
龐涓(방연)이 果夜至斫木下(과야지작목하)하여 見白書(견백서)하고 以火燭之(이화촉지)어늘 (燭은 횃불 촉, 촛불 촉. 여기서는 동사. 불로 비추다) = 방연이 과연 밤에 깎아놓은 나무 밑에 이르러 허연 바탕 위에 무슨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불로써 이것을 비추니
讀未畢(독미필)에 萬弩俱發(만노구발)하니 魏師大亂相失(위사대란상실)이라 (畢은 마칠 필.) = 읽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일만 개의 쇠뇌가 일제히 날아가니 위나라 군사가 크게 어지러워져 서로 (대오를) 잃었다.
방연이 이끄는 기병대가 마침내 마릉 골짜기로 들어옵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밤새조차 한마리 울지 않습니다. 양쪽으로 우뚝한 산을 보며 지금까지 호기있게 달려온 병사들도 머뭇거립니다. 괜히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저 장군님. 혹시 복병이 없을까요? 어째 분위기가.... - 무슨 쓸데없는 소릴. 저 겁쟁이 녀석들이 다 도망쳤겠지. 뭘 걱정해? - 그, 그래도.... - 그래? 좋다. 척후병. 앞에 수상한 게 있나 살펴보고, 이상한 게 보이면 즉각 보고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어둠을 뚫고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척후병 하나가 외칩니다.
- 장군님. 여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허연 게 무슨 나무를 깎아놓은 거 같은데요? - 알았다 내가 가마. 기다려라. - 뭐라고 글씨도 써 있는 것 같습니다. - 뭐냐 이게......야 안되겠다. 누가 랜턴 좀 비춰봐. - 여기 횃불 대령했습니다. - 이게 무슨 말이냐? 방~여~언이 죽는다 여기...
이때 휘익 휘익~ 사방에서 만 개의 화살이 일제히 날아옵니다. 손빈의 계산된 작전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이 맞아 떨어진 셈입니다.......그리하여 마침내 방연은 화살에 맞아 죽었....는줄 알았는데....... 아? 아니네요. 아직 방연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화살이 미치지 못했을까요, 날쌔게 피한 걸까요, 아니면 방탄복을 입었나요? 어쩌면 충성스러운 보디가드들이 몸을 날려서 막아냈는지도 모르겠군요.(아니 근데 이 사람이 지금 사람 죽는 걸 중계방송하고 있는 거야 뭐야? 허허, 그게 그렇게 되었나요? 쯧쯧쯧. 하도 전쟁이 애들 전자오락같이 되어버린 세상이라.)
龐涓(방연)이 自知智窮兵敗(자지지궁병패)하고 乃自剄(내자경)하니 齊因乘勝(제인승승)하여 大破魏師(대파위사)하다 (剄은 목벨 경. 乘勝은 승세를 타다. 乘勝長驅라는 성어가 있죠) = 방연이 스스로 지혜가 다하고 군사가 패하였다는 것을 알고 이에 스스로 목을 찔러 죽으니, 제나라가 승세를 타서 위나라 군사를 크게 깨뜨렸다.
당장에 죽지 않았다고 죽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방연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맙니다. 더 이상 구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거겠죠. 죽어가는 방연의 눈에 온갖 상념이 파노라마처럼 흘러지나갑니다. 어머니, 고향 하늘......어느 한 순간 빙그레 웃는 손빈의 모습이 거대한 환영이 되어 눈 앞에 나타납니다. 방연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속삭입니다. 자네....가....... 이겼........ 나는...자....네 같....은 천....재가.....되지 못..... 뭐 억울.....하진......않.......그게....내..... 한계..... 다만.....좀....... 허무...... 아아....춥......졸리.......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