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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음식문화, 어르신이 전해주는 제주음식의 지혜
1. 제주는 지금 왜 먹을거리로 넘쳐나는가?
근 10년간 제주의 폭발적인 입도민 증가와 저가항공 등장에 따른 심리적인 여행경비 부담 완화에 의한 내국인 제주여행객들의 방문, 지자체의 로컬 푸드와 향토음식 활성화 사업 등 다양한 최근 트렌드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에게 제주음식은 어떠한 이미지와 추억을 갖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당장 서귀포 매일올레 전통시장에 방문하여 전통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보자. 그리고 SNS으로 검색한 서귀포의 제주 맛집, 제주향토음식점을 찾아가보자. 과연 우리 제주사람들의 영혼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소울 푸드를 만나볼 수 있을까? 아니 혹은 제주사람들이 먹었었던 음식의 원형을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는 제주음식점을 과연 몇 군데나 만나볼 수 있을까?
심지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는 빙떡과 상애떡 대신 정체성은 사라진 갖가지 고물로 묻힌 오메기떡과 문어빵, 흑돼지(흑돼지라고는 했지만 흑돼지는 당연히 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꼬치구이 등이 대표 제주 시장 먹거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또 시장을 벗어나 조금 더 시내를 활보하다보면 저렴한데다가 맛도 있어 손님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칼국수집에는 메밀을 넣어 만든 메뉴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한 제주향토음식 전문점의 갈치조림은 제주에서는 잘 마르지 않아 가루로 만들기 힘든 고춧가루로 범벅이 된 갈치가 제주전통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테이블 위에 만만치 않은 가격이 매겨져 올라가 있다. 또한 제주딱새우, 제주 돌문어(심지어 제주돌문어는 지금 현재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도 아니다)로 범벅이 된 파스타와 리조또가 제주 로컬 푸드 맛집이 되고 비슷한 패턴의 국적 없는 퓨전음식들이 제주 로컬 푸드 음식이라는 이름 하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요즘의 현실을 마냥 바라보기에는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당연 음식과 관련된 상행위를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성과 가격 경쟁력, 동종업체와의 차별화를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1차 산업 외에 3차 관광서비스업에 치중되어 있는 제주의 자본주의 흐름, 2차 입도민(관광업종사인 및 문화인)에 의해 형성되어 가는 제주의 음식문화를 바라보며 우리 부모님들의 제주음식과 내 아이들의 제주음식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어쩌면 상상하는 것 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의 밥상, 어머니의 밥상이 지금 30~40대 제주인들의 소울 푸드인 것처럼 제주의 아이들, 제주를 알고 싶고 제주의 맛이 궁금한 방문객들에게 제주의 밥상을 오롯이 느껴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본처럼 가업승계로 이어지는 100년 이상의 일본음식을 판매하는 기업들을 보며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만드는 그들의 제품은 제주사람들의 지혜를 어떻게 음식과 콘텐츠에 어떻게 담아낼지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2. 제주의 음식문화,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1) 태풍의 길목에 있던 가장 아래쪽의 화산섬
: 화산회토로 구성된 제주의 토양으로 인해 27%정도만이 경작지로, 대부분 밭농사를 영위했고 광할한 목초지가 있어 목축업이 발달할 수 있었다. 또한 태풍의 길목에 있어 구황작물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제주의 음식종류는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생존을 위한 다양한 종류가 나오게 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전주나 일본의 오끼나와보다 훨씬 많은 종류라 한다.
또한 겨울에도 온난한 날씨라 사계절 내내 채소를 얻을 수 있다는 지역적 특색은 물회문화가 발달하고 제주의 김장문화가 약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2) 탐라국이 국가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 고대에는 농경문화와 어업활동이 활발하였지만 고려조 10세기 즈음 탐라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진상문제와 지방관의 수탈은 제주의 음식문화가 지대하게 바뀌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수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제주인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조선 때까지 수탈은 계속해서 이어져 가 이는 민란을 일으킬 만큼 심각해졌다. 여기에 인조7년(1629년)부터 순조 29년(1834년)까지 약 200년간의 제주인들의 출국금지령은 제주의 어업을 후퇴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는 제주의 음식이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다양한 구황식품이 발달되고 조세와 부역, 진상품 때문에 계속된 노동은 간결한 일상적 조리법을 지양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3) 제주는 무속신앙이 음식의 근간이다.
: 제주는 무속의 섬이고 음식 또한 제주의 신의 식성을 통해 수렵문화에서 농경문화로 이행해 간 것을 당신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송당본풀이의 ‘궤네깃당 본풀이’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와 말을 잡아먹지 않는 행위의 가치관이 신화속에 남아 있는 것이고 이는 제주인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시대로 들어와 유교적 문화가 제주로 들어와 제의도 유교적 제의로 변모하게 되며 여성이 무교적 제의를, 남성의 유교적 제의를 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지만 제에 올리는 음식은 무속적 음식 진설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던 무속적 제의는 근대화시기 무속의 탄압으로 유교적 제사가 제주사회에 뿌리깊게 내리고 육지의 음식과 크게 차이가 없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 흑돼지? 회? 멜튀김은 제주의 전통음식이 아니다?
: 1900년대 초반 어업에 의한 획득물이 환금작물로 인식되면서 중산간 주민들이 해안으로 이동하는 변화와 고구마를 원료로 하는 주정공장이 들어와 고구마의 재배가 확대 되었고, 60년대에는 고구마, 유채, 맥주보리가 경제작물로, 70년대에는 감귤농업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양식산업, 목축업과 낙농업, 상업적 농업이 제주의 주종 산업으로 부각되는데 초석을 마련하게 되면서 제주의 전통음식문화가 심각하게 변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가 제주향토음식이라고 여겼던 흑돼지는 사실 즐겨 먹기에 너무나 귀했던 식재료였고, 회나 멜튀김은 일본의 음식문화에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제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였던 ᄌᆞᆷ녀가 사라져 가는 현상은 제주의 음식전통이 사라져 가는 것과 같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3. 제주의 할망 하르방들은 어떻게 제주음식을 말하고 있을까?
얼마 전, 제주도지정 무형문화재 3호 오메기술 명인이자 대한민국 식품장인 강경순 선생님과의 인터뷰 중 이런 말씀을 하였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종갓집이나 양반가처럼 음식을 기록하는 문화가 없어 다른지방 명인이나 장인처럼 그 이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없어요. 특히 장인을 받을 때에 첫해년도는 그냥 도에서 나가라고 해서 몸만 갔는데 25명 되는 심사위원들이 자료를 보여 달라 해서 ‘아 오메기술이라도 한 병 가지고 올 거였구나게’라는 후회가 들었어요. 당연히 1차(첫째 해)에서는 떨어지고 다음해 도전하려고 자료준비하려고 하다 보니 너무 자료가 없어 또 너무 힘들었었어요(2018년 3월 11일). 근데 이게 또 제주의 특징이니…….”
선생님의 말씀처럼 제주는 기록문화 보다는 구술문화가 발달했던 지역이었고 음식의 가가례 특성 상 표준화된 레시피가 기록된 제주의 음식책은 발달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의 입으로 이어져 온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주 음식은 아주 소중한 제주의 유산이고 이제 젊은 세대들은 이미 생소해져버린 제주의 음식들도 아직까지는 미미하게나마 이어져오고 있으니 아직 제주의 음식을 다음세대에게 이어주는 것은 늦지 않아 보인다.
제주의 음식을 이야기 할 때 제주의 자연환경과 문화, 역사, 신화와 굿, 사람을 별개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할머니 할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처럼 지금 제주의 어르신들에게 제주의 음식을 통한 제주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화산섬 뜬땅 농사와 음식이야기
○ 메밀 : 세경본풀이는 문도령과의 우여곡절 사랑 끝에 천상에서의 삶을 정리하 고 지상(제주)에 내려와 농경신이 되는데 천상에서 지상으로 가지고 온 씨앗 중 마지막 씨앗이 바로 메밀이었다.
메밀은 척박한 제주 땅에 이모작이 가능한 효자곡물이었는데 제주의 음식 대부분에 이 메밀을 넣어 만들 정도로 다양하게 쓰였다. 특히 몸국이나 고사리 육개장의 걸죽함, 산후보양식으로 먹었던 ᄆᆞᄆᆞᆯ조배기, 빙떡을 비롯한 제주의 떡은 메밀에서 비롯되었다.
메밀은 제주 사람들의 정을 보여주는 곡물이기도 한데, 풍·흉년이 들 때 메밀을 빌려 먹었다가 갚기도 하였으며 대소사가 있었을 때 빙떡을 부조로 주기도 했다. 특히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는 느쟁이 범벅처럼 구황음식으로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먹을 수 있었던 고마운 작물이었다.
이러한 제주의 메밀은 우리나라 총 생산량 1위이고(약 40%. 제주메밀육성사업단. 2017년), 총 재배면적 역시 1위이지만 2차산업이 취약한 제주의 메밀은 강원도에서 제조되어 “봉평 메밀”로 유통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제주의 청소년은 우리나라에서 메밀로 가장 유명한 지역으로 대부분 강원도로 생각하고 있고, 20~30대 제주의 성인 역시 우수한 품질의 제주메밀을 강원도의 메밀로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제주메밀육성사업단”이 2016년 3월 출범되어 제주에서 메밀 6차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제주의 할망하르방이 먹었었던 음식의 원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쿠키, 타르트, 빵 등 제과부분에 국한되어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일상의 보양식, 콩
: 제주의 음식은 된장을 빼고서는 논의할 수 없다. 소금이 귀해서 일 수도 있지만 콩잎-콩죽-콩국-마른둠비로 연결되는 제주의 콩은 제주의 보양식이라고 할만하다. 비린 콩잎을 비린 멜젓과 함께 먹으면 비린맛이 사라지고 여기에 보리밥만 있으면 초여름 든든한 제주인들의 일상식이었다. 또한 다른 지역보다 수분이 적어 더욱 고소하고 단단한 마른두부는 잔치에서 꼭 대접하는 제주의 귀한 음식이었다
콩죽과 콩국은 겨울철 제주인들의 몸과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힐링푸드였던 것 같다. 특히 1월에 아이를 출산한 나의 경우 친정엄마가 만들어 준 산후보양식 ᄆᆞᄆᆞᆯ조배기-콩국-돼지족물(?)을 3개월 동안 반복해서 먹은 경험은 제주 사람의 숨겨졌던 DNA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많은 타지분들이 회를 초고추장이 아닌 된장에 찍어 먹는 모습과 된장만 풀어 만든 물회는 분명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끼지만 흔쾌히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것을 지켜보며 제주 콩의 깊은맛을 보여 줄 제주 음식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 술과 떡과 엿의 선생, 조
: 사실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었던 작물은 조였다. 조는 메조와 차조(흐린차조, 청차조)가 있는데 제주에서는 차조재배가 잘 되어 육지의 멥쌀처럼 다양하게 쓰였다.
우리가 먹는 쌀은 밥을 하여(주식) 먹기도 하지만 가루로 내어 떡(분식)으로, 누룩을 넣어 술(주류)로, 엿기름을 넣어 조청이나 엿(간식)을 만들어 먹는 것처럼 제주사람들은 차조를 이용하여 밥을(조밥), 떡을(오메기떡, 조침떡 등), 술을(오메기술, 고소리술, 오합주 등), 그리고 엿을 만들어 먹었다. 육지와 특성이 조금 다른 것은 바로 엿인데 육지는 오래 달인 후 늘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고체엿을 만들어 디저트처럼 먹지만, 제주의 엿은 육고기를 넣어 꾸덕해 질 때까지만 달여 건강식으로, 특히 겨울에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보충하는 용도로 먹었었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꺼내 한 숟가락씩 입에 쓱 넣어주었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넣어 엿을 겨울마다 만들어 주었다. 참 신기한 게 돼지비계를 평소에 너무 싫어했는데 엿에 들어간 돼지비계는 너무나 쫄깃하고 풍미 있는 식재료가 되어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외지인들이 제주의 엿을 접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육고기+엿의 조합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여 시중에 나와 있는 꿩엿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할머니, 어머니가 해 준 맛이 나오지 않아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 강술과 오메기떡
- 차조로 만든 술 중에 고체술인 강술이 있다. 익힌 오메기떡에 누룩을 섞어 네 달동안 발효시킨 떡인데 최근 강술이 과학적으로 고체술이 아니라는 연구를 하는 박사가 제주에 찾아 오메기술 명인을 찾아 왔다고 한다.
- 오메기떡은 떡으로 먹기 위해 빚은 떡이 아니고 술을 해 먹기 위해 만든 밑떡을 별미로 먹었던 것에서 시작되었고 도넛모양으로 빚는다는 정보가 보편화 되어 있지만 사실 술만 빚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떡으로 만들어 삶지 않고 가루를 죽처럼 풀어 술을 만드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게 정석이다. 다만 이왕 어른들을 위한 술을 만드는 것이니 아이들을 위한 떡도 함께 만들어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 어른들의 지혜가 오메기떡과 오메기술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또한 제주의 어머니들은 오메기떡을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삶고 또 삶고 나중에 그 삶은물에 노물을 넣어 국으로 끓여 먹었다 한다. 이러한 차조로 만든 오메기떡이 지금에 와서 그 원형이 거의 사라진 채 한 전라도에서 이주해 온 한 제주의 떡집에서 대통령에게 드릴 오메기떡을 팥앙금을 넣어 만들어 시장에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 점은 제주의 어른들이 매우 안타까워 하는 현실이다.
○ 바람이 빚어낸 양식, 보리
: 화산회토인 제주의 토양은 뜬땅과 된땅이 있는데 북서부지역인 된땅에서 보리재배가 잘 되는 반면, 동남부에는 매우 드물어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된땅 지역까지 가서 보리를 꿔왔다 갚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후 보리는 제주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식이었다. 조선총독부의 <생활상태조사-제주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보리는 조와 같이 주식뿐만 아니라 칼국수, 죽 등 다양하게 만들어 먹었는데 특히 쉰다리와 보리개역이 재미있다.
보리개역은 보리를 볶아 가루를 내어 만든 제주식 미숫가루인데 6월 보리농사가 끝나면 며느리는 정성으로 개역을 만들어 시부모님에게 공양해야 했다. 여기서 며느리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는데 겨울까지 잘 보관하여 일년 내내 아껴 먹을 보리를 너무 많이 개역으로 만들어 내면 지혜롭지 못하다고 혼을 내기 일쑤 였다고 하고, 이 보리개역을 밥에 넣어 비벼먹기도, 물을 적당량 넣어 손에 쥐어 뭉쳐 만든 보리범벅은 일을 하러 가는 어른들의 도시락 메뉴로도 등장했었다.
또 저장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제주에서 여름철 보리밥은 쉬기 일쑤 였는데 여기에 누룩을 넣어 만든 쉰다리는 저알콜음료로 상한 음식 하나 버리지 않는 제주사람들의 조냥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2) 농사는 인력만으로 안 뒈어 마씀!
○ 신화의 조연이자, 잔치의 주연, 제주 돼지
(돼지를 받아 먹는 신 궤네깃또. 궤네깃당 본풀이)
: 제주의 돼지는 자릿도세기부터 시작한다. 집안의 대소사를 준비하여 두 마리의 새끼돼지를 돗통시에서 정성으로 키운다. 가장 중요한 날 잔치나 상에 돼지를 추렴하여 손님을 대접할 때 제주에만 있는 도감은 남자만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도감은 혼·상례에 남녀노소 누구나 똑같이 손님수를 고려하여 고기를 최대한 넓게 썰어 순대와 마른두부(보통 여자들이 했다)와 함께 괴깃반을 준비했는데 그 역할이나 기세가 무척 컸다. 누구나 똑같이 나누는 괴깃반은 계급이 나누어져 있던 다른 지역과 달리 평등한 생활공동체 풍습을 보여주는 제주의 음식문화이다.
똥돼지를 키우는 돗통시는 근대화과정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보리농사에 도움을 주는 거름을 제공해 주고 일상에서 먹을 수 없었던 돼지고기를 공급해 주는 중요한 제주삶의 공간이었다. 일상 음식으로 먹을 수 없었던 돼지는 하나 버리는 것 없이 돗수애, 몸국, 고사리육개장, 돼지고기 적, 내장, 피, 가죽 모두 쓰이는 제주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의례음식이자 공동체 음식이라 하겠다.
○ 제주 목축의 상징, 말 그리고 테우리
: 말고기는 개고기와 함께 제주에서 식용으로 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도 즐겨 먹지 않았는데 이는 농사와 군마로 쓰이는 말과 생업활동에 중요했던 소가 제주의 중요한 동물이기 때문에 신화와 금기를 통해 보호했던 것 같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말의 산업화와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말고기를 즐기면서 관광객도 제주의 별식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식재료로서의 말이 아닌 제주인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말로서 나라의 재산이자 이동의 수단이며, 농사의 버팀목이었던 제주인들이 사랑했던 동물이었다. 말몰이꾼을 일컫는 ‘말테우리’는 말들을 농지로 몰아 농사가 잘 되는 땅으로 밟고 말들의 분뇨를 훌륭한 거름으로 제공하는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접도 잘 받았다.
제주의 말은 고려시대 몽골인이 제주에 목장을 설치하고 다루하치들이 사육하면서 시작하였는데 제주에 10개의 국영목장을 운영했고 제주목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도 말의 관리였다.
○ 제주의 유월 스무날엔 닭
: 농업위주의 제주에서 육고기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었는데 그나마 닭은 1~3월에 알을 부화시켜 집집마다 길러 여름철 보양식으로 먹거나 닭엿을 만들어 먹었다.
닭 잡는 날을 초복, 중복, 말복이 아닌 6월 스무날로 잡아 먹는 것은 제주의 세시풍속이기도 했는데 이는 제주의 농사주기와 관련이 깊다. 1월부터 키워 약 5개월동안 자란 닭이 육질도 좋고 보양에도 좋다고 여긴 제주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3) 지픈바당 야픈바당 바다 농사와 음식이야기
○ 바당풀도 케멍 살앗수다!
: 미역은 미역 양식이 되기 전까지 제주의 대표적인 환금작물 이었다. 집집마다 미역을 말려 팔아 쌀을 구했는데 파랗게 잘 말린 것이 상품으로 값을 잘 받았다.
제주의 톳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음식이자 구황음식이었는데 밥에 톳을 넣어 톳밥을 먹는것이 일상이었다. 특히 마라도에서 톳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데 노인들이 톳을 캘 수 있는 곳을 따로 내어 주어 늙어서도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가족 제도와 연관되어 있다.
ᄆᆞᆷ은 모자반의 제주음식인데 돼지국물에 ᄆᆞᆷ과 메밀가루를 넣어 만든 ᄆᆞᆷ국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는 배지근한 맛의 제주의 특성을 반영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 헛물에도 들엇수다!
: 제주의 간편한 요리법은 자연의 맛을 가장 담백하게 살린 음식이면서 한시도 쉬지 못하고 밭과 바다 밭으로 내달려야만 한 제주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전복은 빗이라고도 불렸는데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는 바다의 보물이라 불릴 정도로 손바닥만큼 큰 자연산 전복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산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구로 불렸던 성게는 사실 따로 요리를 해서 먹었던 것이 아닌, 바다에서 따 먹는 간식 같은 추억이 있다. 지금은 성게미역국이 고급 제주음식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국으로 넣어 먹은 건 얼마 되지 않았고 간혹 쓴맛이 나는 솜을 국으로 끓여먹고는 했다. 실제로 해녀였던 외할머니는 바닷가 포구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손자들에게 바로 성게를 까서 입에 호로록 넣어주셨던 기억이 있다.
○ 바릇잡이도 하엿수다
: 보말이라고 불리는 고둥은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양식 전복보다 더 가격도 높고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깅이 잡이, 문어 잡이와 함께 제주 아이들의 놀이거리기도 한 보말 잡이는 이제는 환경의 변화 탓인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물꾸럭, 뭉게로 불리는 문어는 깅이와 함께 가족이나 친구끼리 재미로 잡아 반찬거리로 혹은 보양식과 약용으로 먹었던 음식이었다.
○ 궤기도 잡아수다
: 200년 동안 내려진 출국금지령으로 제주 근해에서의 어업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는데 연근해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개발했다. 그 중 자리돔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재료였는데 자리돔이라 부르지 않고 “자리”라고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뼈째 먹는 자리, 된장, 제피(초피)의 맛이 어우러진 자리 물회가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식인데 자리젓과 자리구이도 즐겨 먹었던 음식이었지만 수온이 높아지면서 이제 울릉도와 동해에서 잡히는 생선이 되어버렸다.
또한 원담 혹은 그물로 잡았던 멜은 필요한 만큼만 잡고, 요기하고 저장하고도 남은 멜은 부족한 곳에 팔거나 거름으로 활용을 한 제주의 자급자족 경제에 욕심이 없는 음식의 활용을 보여준다.
제주의 갈치는 의례나 잔치에 쓰이지 않았던 전통 먹을거리와는 거리가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고급 음식으로 관광객을 위한 향토음식으로 유명한데 어종이 좋기도 하지만 채낚시로 정성들여 잡아 비늘 손상도 없어서 인 것 같다.
제주에서 가장 귀했던 생선인 옥돔은 제주에서 그냥 생선이라고 불렸다. 다른 생선은 생선취급도 해주지 않았다고 하며 제주의 제사나 명절에는 꼭 옥돔을 올리기도 한다.
4) 백록이 놀던 한라산, 하늘이 내린 음식이야기
○ 한라산엔 고사리 천지우다
: 제주의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으로 음식이 등급을 나눌 수 있는데 고기는 돼지고기가, 생선은 옥돔이, 나물 중에는 고사리가 꼭 올라간다. 고사리 두 가닥은 제사의 시작을 알리면서 고사리로 지져낸 전인 보따리는 제사상을 먹으러 온 조상들이 보따리에 음식을 싸서 갈 수 있는 제사의 마무리도 알리는 제주의 음식이다.
4월, 비온 후 갠 동이트기 직전의 어린 고사리가 가장 연하고 맛있다고 알려져 4월의 제주비를 고사리장마라고 한다. 아홉 번 올라오는 고사리는 가면 갈수록 독성이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어 반드시 데쳐 독성을 제거하고 말려 일년 동안 먹을 고사리를 장만하거나 팔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는데 이는 관광콘텐츠로 자리잡기도 하였다.
○ 겨울 한라산의 선물, 노루와 꿩
: 멩감본풀이(사만이본풀이)에서는 노루와 꿩을 사냥하는 모습과 그 풍속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철에 사냥을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별식으로 주는 한라산의 선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꿩엿은 맛의 방주에도 오를 만큼 전통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4. 우영팟에서 배우는 제주음식의 지혜
1) 제주음식은 우영팟에서 사계절 내내 채소 공급만 받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의식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옷감을 얻기 위해 있었던 감나무, 적 꼬지나 차롱이나 동고량을 만들기 위해 있었던 대나무, 제사상에 올리기 위했던 뎅유지, 향신료로 쓰였던 제피나무, 된장과 간장독과 젓갈 단지, 돗통시, 처마 밑에 주로 올라오는 양하 등은 제주의 주거공간이 제주의 음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전 세계적으로 로컬푸드 마일리지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의 우영팟은 가장 제로에 가까운 푸드 마일리지를 갖고 있어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제주 아이들의 로컬푸드&식생활 교육에 가장 현실적인 프로그램 모델로 개발 할 수 있다.
5. 할망 하르방의 남겨준 제주음식문화,
제주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디렉팅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주의 음식문화는 분명히 여타 지역과는 확연히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의 음식은 “청정함, 신선함, 솔직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유기농, 친환경, 웰빙 식품과 건강식품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 수준이 아닌 많은 주부들에게 일반화 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은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식재료과 음식을 갖고 무궁무진한 음식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일어난 현상은 아니다. 이미 30여년도 훨씬 전부터 이런 움직임은 있었고 자본의 흐름에 의해 우리 할망 하르방이 전해준 제주 음식문화가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정책에 의한, 제주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려온 입도민 자영업자에 의한 지금의 제주음식 개발은 그 원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제주의 식재료를 제주답게 살려내지 못하고, 할망 하르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채, 그 맛과 모양이 많이 달라진 상태로 제주의 대표음식들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른들의 제주음식과 젊은이들의 제주음식은 같이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동시대의 사람들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단절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도 최근, 제주의 음식문화를 제주답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래와 같다.
1) 제주전통음식의 재현 : 치유의 숲의 “차롱 도시락”은 동고량에 우미, 톳 주먹밥, 전복적 등 제주음식을 담은 도시락이 치유의 숲 관광상품과 결합하여 판매되고 있고, “스튜디오 담음”에서는 제주 괴깃반을 모티브로 제주음식을 기반으로 한 케이터링 서비스와 도시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문오름육성사업단의 “까망고띠”에서는 차조를 25%까지 함유하여(대부분의 떡집에서는 찹쌀에 쑥을 섞거나 차조 2~5%를 섞음)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오메기떡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김지순의 낭푼밥상”, “제주음식담기 차롱”은 제주의 전통음식문화와 원형을 해치지 않고 세련되게 잘 보여주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또한 하효 부녀회에서 만든 농가식당 “하효살롱”에서는 ᄆᆞᄆᆞᆯ조배기 한상, 바릇국 한상, 콩국 한상 등 제주음식을 원형 가깝게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 교육 : 기존에 진행되었던 빙떡만들기, 쉰다리 만들기, 오메기술 만들기 등 단순 체험 위주의 교육이 이전까지 진행되었다면, 2017년 진행된 조천읍도서관의 “오늘도 제주댁의 맛있는 미학사전”은 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이야기 책을 가지고 토론과 실습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같은 해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음식과 인문학, 그리고 과학>이라는 주제로 제주의 떡, 시인과 해녀밥상, 전통시장과 오메기떡, 우영팟과 천연염색도시락포장 등 인문학 음식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였다.
또 제주국립박물관의 격대 프로그램인 “2018 할망 하르방의 지혜의 샘 – 곧건 들으라”는 제주의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제주음식에 대해 직접 이야기 해 주고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음식커뮤니티센터(2018년 6월 개소 예정)는 제주음식을 인문학과 결합하여 스토리텔링 중심의 인문학 음식 프로그램 기획과 제주음식 아카이빙을 하는 센터로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3) 출판물 : 지금까지 제주음식문화와 관련된 출판물은 책이 대부분으로 연구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로서의 책들이 출판되고 있는데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이야기(허남춘 외, 2016)”는 구술과 제주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서로 어린이부터 성인, 타 지역 사람들까지 누구나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가매기 모른 식게(탐라사진가협의회, 2011)”는 식게를 주제로 한 사진집으로 제주음식문화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입도한지 5년차 웹툰작가가 그린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정우열, 2017)”는 다음에서 인기 있는 웹툰으로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제주음식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젊은이들의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역시 입도 6년차에 제주 재래시장과 제주 고유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별미 제주(박현정,2017)”도 좀 더 대중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형식의 책으로 발행되는 등 점차 다양한 장르의 제주음식문화를 담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의 간행물은 대부분 서적이고 최근 경인방송에서 창사특집다큐멘터리 <인문학으로 조선을 맛보다, 조선미남 – 어느 제주덕후의 기록, 이형상의 탐라순력도, 삼백년 전의 할망 할아방 밥상(2017. 1)>은 젊은 제주출신 요리사가 제주의 어른들에게 음식문화를 찾아가는 제주의 음식문화를 알려주는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그 이전에도 제주의 음식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제작되었지만 광고, 웹플라이어, 음악, 동화책, 애니메이션 등 다른 장르의 출판물은 미미하다.
4) 축제 : 제주에 음식을 주제로 한 축제는 “도새기 축제”, “고사리축제”, “메밀축제”, “청보리축제”, “감귤박람회”, “방어축제”, “제주마축제”, “우도땅콩 축제” 등 많은 축제들이 기획되고 있지만 실상 제주의 음식에 문화와 사람, 신화, 역사 등을 스토리텔링하지 못하고 제조된 가공식품과 이벤트성 행사를 나열하는 정도의 원시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그나마 올해 제3회를 맞는 제주음식박람회(첫해 진행 된 제주음식축제까지 하면 제4회)는 이러한 음식축제 형식을 지양하고 제주의 음식문화를 보여 줄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여행 : 음식과 관련한 제주관광 혹은 여행 콘텐츠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개발되어 있지 않다. 물론 관광 중 끼워 넣는 제주 음식 만들기 체험 정도는 있지만 아직 제주음식문화를 여행상품으로 기획한 콘텐츠는 전무하다. 그나마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음식커뮤니티 센터에서는 원도심과 음식, 전통재래시장을 스토리텔링하는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하효 부녀회에서 만든 체험장 “희재원”에서는 쇠소깍과 감귤, 마을탐방과 제주음식을 결합한 관광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아직도 제주의 많은 젊은이들은 할머니 어머니가 해준 제주 음식의 DNA를 그대로 지녔으면서도 각 가정에서 다음 세대에게 잘 전달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30대지만 상애떡의 맛과 모양은 알고 있으면서 그 음식의 이름을 모르는 제주인도 적지 않다는 사실은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이 최근 들어 제주 음식문화를 할망 하르방이 아닌 젊은 세대들이 문화콘텐츠로 디렉팅하고 잊혀 지지 않게 노력하고 시도해보려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은 조금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제주의 무속신앙과 굿과 관련한 음식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음식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게 제주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사라져가는 제주음식의 심각성을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제주음식의 원형을 최대한 지켜가면서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레시피가 개발되고 관련 문화콘텐츠들이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 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제주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
모든 행동에는 다 그 순간의 가치가 있고 존중받을 하다. 음식을 만드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이 선물해 준 재료를 선택하고 그 재료의 맛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요리법을 통해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행위는 어른들에게 물려받은 제주의 맛을 제대로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입에 들어간 순간 형체는 없어지고 기억과 추억만이 남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 말했다. 제주가 우리에게 준 지금의 자연과 자원, 유산은 우리 것이 아니고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맡아 놓은 적금통장과 같은 거라고, 우리는 그 적금통장에서 나오는 이자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 이자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무형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어른의 말이 떠올랐다.
제주의 음식문화도 콘텐츠로 만들어 그 콘텐츠를 활용해 적금통장의 원금을 보태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참고문헌
오영주·허채옥, 《제주 향토음식의 현황과 전망》, 동아시아식생활학회, 2001.
정우열,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 정민문화사, 2017.
허남춘·주영하·오영주, 《제주의 음식문화》,국립민속박물관, 2007.
허남춘·허영선·강수경,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 이야기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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