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사용자의 Needs를 파악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질문으로 올라온 정신과에서 행해지는 치료에 대해서 글을 써 볼 예정입니다.
다만 이건 정말 양이 방대해서, 일단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인 보호병동 입원치료에 대해서 먼저 써보겠습니다.
보호병동은 옛날에 안 좋은 의미로 자주 쓰이던 폐쇄병동의 요즘 용어입니다.
여러가지 영화나 미디어에서 가두어 놓고 인권이 유린되는, 그런 느낌으로 묘사되어서 이미지가 망해버렸죠...
근래에는 김수현이 나온 '사이코지만 괜찮아' 때문에 이미지가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정신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중요 부분을 차지해버렸다고 하더군요 ㅠㅜ
여튼 이전처럼 귀신나올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닌 것에라도 감사합니다 ㅎㅎ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입원치료라고 했지만 입원치료도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제가 경험해본바에 따라 크게 나누어보자면... 급성기병동/만성병동/알코올병동/치매병동/소아병동/개방병동
정도로 분류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정확한/학술적인 분류는 없습니다.)
이걸 치료의 적극성으로 짝을 지어보면,
급성기병동/개방병동/소아병동 세 개는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은 병동입니다. (개방병동은 폐쇄되지 않은, 일반적인 입원실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건 추후에.)
만성병동/알코올병동/치매병동은 병원마다 차이가 많지만, 주로 치료보다는 수용이 이뤄지는 편입니다. (이건 정말 병원마다 달라서... 환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하시는 의사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쉽게 표현하면 환자의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가 만성이 되면, 어떠한 치료로도 이를 개선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알코올사용장애는 문제음주력 10년 이상이신 분은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불치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구요...
치매는 애초에 나아질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3종류의 병동에, 수용될 수준으로 증상을 보이는 환자분들을 보호자가 집에서 관리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장병에 효자 없다고,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게 되면 보호자들의 관심도 멀어지지요.
이러다보니 만성/알코올/치매병동은 좋은 말로 수용... 나쁜 말로는 입원만 시켜 놓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보호자들이 병원에 버리고 가는 환자도 많은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언제나 꿀빨 수 있는 곳에 나쁜 놈이 생기는 법이죠. (의사만 나쁜놈인 것은 아니고, 의사를 고용해서 돈 벌어먹으려는 인간들이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빚이 많아 마음이 급한 의사 꼬셔다가 약점잡아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요.)
환자에 대해 보호자가 관심을 끊은 상태이고, 환자는 기능이 떨어져서 저항을 못 하니 인권유린이 벌어지기 좋은 환경이 되어버립니다. 가둬 놓고, 통제를 위해 폭력이 사용되거나, 노동을 착취하거나 등등...
그런 나쁜 병원이 뉴스에 자극적으로 방송되고, 영화나 만화의 소재가 되어버리지요. 열심히 하는 병원들은 속에 천불이 납니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산 속에 고립된/보호자가 오지 않는/이상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정신병원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흰 벽에 멍하니 사람들이 쳐다보는 이미지도 기능이 매우 저하된 분들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요즘은 이런 병원은 거의 사라지고, 인권위원회의 감독 및 정신과의사들 자체적인 자정작용을 통해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 만성병동에서 이뤄지는 치료는 사실 기능 유지를 위한 치료들이고, 이 카페에서 이 글을 보고 있으실 정도면 관심이 없으실테니 급성기병동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있던 병동이라서 제일 잘 알아요.)
급성기병동은 주로 3차병원급에서 주로 유지되는 병동으로, 2차병원급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할 의사를 많이 뽑을 수 있는 병원만 유지가 가능합니다.
초기 조현병, 급성 조증, 급성 우울증 및 그 외 심한 강박증이나 매우 심한 불안증, 성격장애가 있는 분이 급성 자살충동이 발생했을 때 등등이 주로 입원 대상입니다. 이런 분들은 치료로 정말 많이 좋아지고, 정상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까지 치료가 됩니다. 이러면 의사로서 좀 뿌듯하죠.
여기가 강제로 끌려가는/환자가 난동을 부리는/그러면 주사를 놓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병동입니다. 이것도 미디어에서 이런 점만 강조해서...
엄청나게 증상이 심해서 자/타해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법적인 절차를 거쳐 입원을 진행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태의 환자분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일단 재우는 주사를 사용한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갈수록 격리/강박/주사치료는 안 하는 추세이고, 저도 그렇게 유도하는 쪽으로 보고서도 쓰고 합니다.
이런 급성기 병동은 1~2달 이내로 짧은 입원 기간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제공해서, 증상을 개선시키고 퇴원 후 재활 계획을 세워서 퇴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약물치료/면담치료/재활프로그램을 통한 치료/milieu 치료 등이 제공됩니다.
먼저 보통 궁금해하시는 약물치료를 다뤄보자면,
정신과적인 증상이라는 것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지금 뇌에 폭풍우가 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상적인 뇌에서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전에 인간이 가지고 있던 뇌의 어떤 환경 균형이 깨졌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는 것은 균형이 정말 심각할 정도로 무너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훈련을 통해서, 환자의 증상과 모습을 통해서 뇌의 어떤 부분에서 균형이 무너진 것인지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습니다. 그래서 그 가설에 따라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도파민/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및 기타 등등 다양한 호르몬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건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약을 먹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약의 효과/부작용 이 두가지니까요.
효과는 지금 나타나는 증상을 개선시킨다는 것이고, 부작용은 약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부작용은 또 다음 시간에...
다만 여러분도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이게 환자마다 나타나는 모습도 다르고 증상도 다양해서 의사들이 제대로 못 잡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약별로 효과/부작용이 다르다보니 환자분들이 느끼시기에는 이 약 저 약 꼭 나한테 실험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ㅠㅠ 의사도 먹여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어서, 더욱 어렵지요.
그리고 약은 원래 초기에는 소량으로 시작해서 점점 증량하여야 하고, 거기에 증상이 심각하면 약 종류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약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화도 내십니다.
물론 이걸 잘 설명하고 설득해서 드시도록 해서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정신과 의사가 할 일입니다. 다만 정말 힘들어요... 입이 헐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참으며 해야 합니다.
여튼, 약물치료의 1차 목표는 면담치료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2차 목표는 면담치료 및 안정화, 환경 조정 등이 이루어져서 약이 없더라도 뇌 안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 때 까지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2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면 약을 끊을 수 있게 되고, 그게 안 될 정도라면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게 되지요. 특정 질환은 약물치료가 주되기도 합니다. 정신적인 면 보다는 생물학적인 면이 강한 병도 있어서요. 이건 외래 치료에서 할 내용이니까 또 뒤로 미루겠습니다.
일단 입원 상태에서 약물치료의 목표는 1차 목표입니다.
증상이 급성으로 확 올라온 상태에서는 면담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말을 해도 들어가지를 않아요.
여러분도 좀 스트레스 받은 날에 집중이 안되서 다른 사람이 말해도 못 알아먹거나 한 경우가 있지요?
급성기인 분들은 그 상태 곱하기 100정도 됩니다.
그래서 입원 초기에는 환자분들이 맨날 약만 먹이고, 화 좀 냈다고 주사만 놓는다고 불평하시기도 합니다.
나중에 좋아지시면 '제가 그 때 말이 안 통하기는 했지요? ㅎㅎ' 하고 가십니다ㅎㅎ
여튼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이 되어서 대화가 통할 정도가 되면 면담 치료를 들어갑니다.
면담치료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스펙트럼으로 이해하시면 조금 더 쉬워요. (이것도 제 나름의 분류입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이성, 정신적인 면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프로이트가 주창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가 한 극단에 있습니다.
반대쪽 극단에는 파블로프의 개, 스키너의 쥐로 유명한 행동주의에서 발전한 행동치료가 있습니다.
이 둘 사이에 단기역동치료/지지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명상 등등이 어느 쪽 요소를 조금 더 가지고 있느냐로 놔둘 수 있겠지요.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인간을 '이성'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극단이 정신분석적 정신치료이구요.
인간을 '동물'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극단이 행동치료입니다. (이것도 제 나름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입원치료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분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는 행동치료 쪽입니다.
물론 병마다 효과적인 치료가 다르고, 사람의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치료의 각 개별 내용은 또 다음으로...
그래서 급성기 병동에 입원을 하면 치료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일단 급성 증상을 안정화 시키기(약물) -> 틈틈이 정보 수집하여 환자의 병이 생기게 된 생물학적(약물치료 대상)/심리학적(면담치료 대상)/사회적(스트레스 관리 및 환경 조정 대상) 가설을 수립 -> 약물치료로 면담치료 가능해지면 적절한 면담기법으로 치료 시작 -> 안정화되면 본인 및 가족과 퇴원 후 스트레스 관리 및 환경 조정에 대한 계획 수립 -> 외출/외박으로 예행연습 및 적절하게 피드백 수행 -> 퇴원 후 외래 유지치료 진행
이정도 순서입니다.
어우, 뭔가 너무 길어졌네요. 급성기 보호병동 치료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ㅎㅎ
또 궁금한 것 있으면 알려주세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조증 진단받고 약먹은 적이 있어서 잘 읽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물이라는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는 면담치료를 위한 토대역할정도를 하는거군요.
감사합니다 ㅎ 그런데 약물치료가 효과가 정말 뛰어난 경우도 상당히 있어서, 면담보다는 약을 원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면담치료가 시간도 많이 쓰이고 자신도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약만 먹으면 좋아지니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시더라구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보호병동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간단한 우울증 정도는 건강검진에 포함이 되어 있기는 한데... 누가 한 것인지 시스템을 너무 대충 해놔서 정신과로 연계가 잘 안되더라구요 ㅠ 의사들이 노력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정신건강 체크해요 다들 구라를 쳐서 그렇지
좋은글 감사합니다!
약물치료는 면담치료를 가기위한 조건이었군요........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