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청소년 통일 디베이트 대회 참가 소감
작성자: 심기은 대구범일중학교 3학년
2011 민주평화통일 청소년 통일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한 대구 범일중학교 3학년 심기은입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얻은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아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사실, 저희 학교에는 토론 동아리조차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현재 담당선생님께서 이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아신 뒤 토론에 흥미가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어보셔서 동아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에요.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어요. 3학년이다 보니 한창 고입준비로 바빴고 대회가 있다는 것도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에 알게 되어 준비할 시간도 2주밖에 없었어요. 또한 항상 누군가가 써 놓은 글을 줄줄 읽기만 했지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근거와 조합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목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더군다나 팀별 대회이기에 멤버들 간의 협동심과 조화도 필요했고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하고, 스피치 연습을 하고,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지만 방과 후에도 몇 시간씩 남아서 힘을 모았어요. 이런 큰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자면서요.
10월 27일 기대에 부풀어 올라 성남시 새마을지도자중앙연수원에서 열린 대회장에 도착했고, 개회식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끝낸 뒤 바로 예선전이 시작되었어요. 조 추첨 결과, 저희 팀은 1조가 됐어요. 1조여서 1등, 할 거라는 농담도 하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어요. 예선경기는 학교가 너무 많아서 야외의 여러 천막에 들어가서 했어요. 팀의 찬반 여부는 동전 던지기로 정했어요. 각 팀이 숫자와 그림을 선택하고 자신의 팀이 말한 쪽이 나오면 먼저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었죠. 예선 경기를 두 번 치르고, 16강전, 8강전, 4강전을 거쳐 준결승, 결승에 오르는 형식이었는데 두 번의 예선 경기 내내 저희 팀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답니다. ‘북한에 식량지원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안건이었는데 한번은 찬성, 한번은 반대로 했어요.
처음 상대팀은 1학년이었는데 저희 팀 못지않게 긴장한 모습이었어요. 반대 측 입장으로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분배의 투명성이 없다, 국민의 세금 낭비인 정책일 뿐이다.’등의 의견이 나왔고 찬성 측 입장으로는 ‘배경이 어떻든 한민족 한겨레다, 오히려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등의 의견을 펼쳤어요. 두 번밖에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말하는 방법이 조금 달랐을 뿐, 뜻은 같은 것으로 전개되었어요. 반대 측에서 ‘분배의 투명성이 없다.’고 말하면 ‘최근엔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찰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반론도 제기하고 찬성 측 입장에서 ‘배경이 어떻든 한민족 한겨레.’라고 말하면 ‘국민들의 의식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며 통계자로를 내보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다른 학교 학생들과 직접 토론을 해 보니 저희가 조사한 것은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준비해 온 자료만 믿고 읽어서 될 일이 아니라 상대 팀의 의견을 잘 듣고 그 주장에 맞게 따끔한 반박을 해야 하는데 ‘연습했던 것만큼만 하자.’라는 의식이 강했어요. 멤버들끼리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상대팀과 마주하게 되니 긴장도 많이 되기도 했어요. 우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메모를 꼼꼼히 하며 그에 적절한 자료를 근거로 들어 핵심을 콕콕 집어내는 모습을 보며 초조함보단 존경스러움이 들기도 했고요.
이번에 참가한 학생 중, 3학년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1, 2학년들이 조목조목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반론을 제기하니 신기하기도 했어요. 3학년인 저도 긴장이 되어 떨리는데 1, 2학년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빨리 말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저희 팀과는 달리 작은 내용이라도 설득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이해하기 쉽게 천천히, 진지하게 말하는 것도 대견했어요. 저희 팀은 남학생 둘 여학생 둘인 혼성이어서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어요. 다른 학교의 혼성팀을 보면서 우리도 일찍 친해졌더라면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요. 연습을 열심히 했지만 준비한 것만을 토대로 주장만 펼쳤지 의논하고 토의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 역시 흠이 됐어요. 예선전 할 때는 이론전개와 정리하는데 내용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겹쳐 의사소통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우리 팀의 잘못된 점도 알아 반성하게 되고 상대팀의 좋은 점도 알고 본받게 되었고 대회 참가를 계기로 저희 팀이 개선하고 향상시킬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게 됐어요.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대구 대륜중학교와 제주 아라중학교였어요. 결승전은 대회심사위원과 대회에 참가, 결승전에 오르지 못한 참가 학생들이 심사를 하는 특이한 방법이었어요. 학생들이 직접 보고 심사함으로써 배워 안목을 넓히고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어요. 결승전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안건으로 삼았던 4강전까지의 경기와는 달리 ‘통일세’가 주제였어요. 10년 전부터 통일세를 꾸준히 모아 결국 통일을 이룬 독일의 예를 든 찬성 측 아라중학교와 국민들의 통일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현재 우리나라는 독일과 배경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대표 근거로 내세운 반대 측 대륜중학교. 아라중학교는 여학생만 네 명이었는데 1학년의 매력답게 목소리도 통통 튀었어요. 그에 비해 남학생 네 명으로 구성된 대륜중학교는 낮고 진지하게 임했어요. 두 팀 모두 180명의 학생들 앞에서 공개토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침착하고 프로처럼 주고받는 토론이 보기 좋았어요. 심사위원의 점수는 아라중학교가 더 높았지만 180명의 학생들의 심사는 대륜중학교가 조금 더 우세했어요. 팽팽한 접전 속에서 우승은 대륜중학교의 손에 쥐어졌어요.
같은 대구, 같은 구, 몇 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학교인지라 마치 저희 학교가 상을 받은 것처럼 뿌듯했답니다. 논리적인 사고는 여학생이 더 발달해있다고 생각해 남학생들이 불리할 것 같았는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것도 지방 남학교가 우승! 고정관념을 깼어요. 아쉽게도 각 팀들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다가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이왕 탈락한 것, 남은 시간 동안 멋지게 즐기다 가자. 이런 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기적’이라고 서로 위로하며 즐기기로 했어요.
대회가 끝난 후에는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아카펠라도 배우고 유명한 여성 댄스 팀의 축하공연도 받고 굳은 교관들의 목소리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드는 캠프가 되어 좋았어요. 토론이 전제된 딱딱하지 않으면 조용조용한 분위기의 캠프일 것이라는 저의 예상을 180도 바꿔놓았어요. 또한, 캠프 이름에 알맞은 통일 전문 강사의 강연을 통해 좀 더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남북의 현 상황과 우리가 가져야 할 의식 등을 알 수 있어서 뜻 깊었어요.
강사님은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 3P를 꼽으셨어요.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을 뜻하는people, 통일의 맛보기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뜻하는 place, 가장 중요한 평화를 뜻하는 peace. 강사님은 대학생 때 통일부 내에서 기자단을 하시며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직업의 폭은 참 넓고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친구들을 보면 어떤 직업인이 되어야하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대중화 되어 있는 직업 내에서 고르기만 바쁘던데 통일 전문 강사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학교에 진학, 그곳에 기자단이 있으면 꼭 가입하고 강사님처럼 멋진 직업을 가질 거란 다짐도 해봤어요. 또한, 대회 참가 준비를 하면서 통일이 먼 나라 이웃나라 얘기로만 느껴졌는데 강연을 통해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닥칠 희망이라는 걸로 고쳐 깨달을 수 있었어요.
이번 3학년 졸업여행을 성남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으로 오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숙소도 식사도 경치도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몰라요. 이젠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고 저도 대구로 내려와 일상 속에 박혀야 하지만 민주 평통 청소년 통일 디베이트 대회를 통해 평범한 주위 친구들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어요. 중학생들만 참여, 고등학생이 되는 내년엔 이 캠프를 기약할 수 없겠지만 후배들에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달해 그 친구들이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멀게만 느껴졌던 남북통일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소중한 인재가 되어 나라의 숙명 중 하나인 통일을 보다 빨리, 적극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국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을 위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감히 건의사항도 드려보아요. 디베이트협회장님의 말씀처럼 토론이 지식, 룰, 매너를 갖춘 지식스포츠인 것처럼 매사에 지식과 룰과 매너를 적용시킬 줄 아는 사람이 될게요. 대회를 하며 힘차게 외쳤던 슬로건인 ‘불어라! 통일의 바람, 함께하자! 더 큰 대한민국’ 도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어요. 좋은 추억과 깨달음을 선물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첫댓글 정말 멋진 소감문입니다. 새마을연수원에 들어섰을 때 제가 느꼈던 기분까지 다시금 기억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