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이란?
≪칠극대전≫(七克大全)의 약칭(略稱). 저자는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신부 판토하(D. Pantoja, 龐迪我, 1571∼1618). 죄악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뿌리와 이를 극복하는 일곱 가지 덕행(德行)을 다룬 일종의 수덕서(修德書)이다. 1614년에 중국 북경에서 7권으로 간행된 이래, 여러 권 판을 거듭하였고, ≪천학초함≫(天學初函) 총서에도 수록되었으며, 이를 상 · 하 2권으로 요약하여 ≪칠극진훈≫(七克眞訓)이라는 책명으로도 간행되었다.
이 책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의 ≪천주실의≫(天主實義)와 함께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연구되었고, 남인학자(南人學者)들을 천주교에 귀의케 하는 데 기여한 책 중의 하나이다. 즉 이익(李瀷, 1681∼1763)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이 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는 곧 유학의 극기설(克己說)과 한가지라고 전제한 다음, 죄악의 뿌리가 되는 탐욕, 오만, 음탕, 나태, 질투, 분노, 색과 더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덕행으로 은혜, 겸손, 절제, 정절, 근면, 관용, 인내의 일곱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 ≪칠극≫ 중에는 절목(節目)이 많고 처리의 순서가 정연하며 비유가 적절하여 간혹 유학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도 있는 만큼, 이는 극기복례(克己復禮)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천주교와 유교 사이에 윤리면에서 어느 정도 일치할 뿐 아니라, 때로는 천주교가 우월함을 은연중에 시인하였다. 그의 제자인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은 ≪칠극≫이 공자의 이른바 사물(四勿)의 각주에 불과하며, 비록 심각한 말이 있다 하더라도 취할 바가 못 된다고 논평하였다.
한편 ≪칠극≫은 1777년부터 1779년간의 소위 천진암 · 주어사(天眞菴 · 走魚寺) 강학에서 남인학자들에 의해 연구 검토되었음이 확실하며, 일찍부터 한글로 번역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혀져, 감화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글필사본이 절두산순교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L.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graphiques sur ies Jesuites de l'ancienne Mission de Chine, 1552∼1773, Chanhai 1932 / 朴鍾鴻, 西歐思想의 導入批判과 攝取, 韓國天主敎會史論文選集, 第1輯, 한국교회사연구소, 1976 / M. Courant, Bibliographie Coreenne, Paris 1896.
출처 : [가톨릭대사전]
관련 기사(2021년 5월 13일자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2MCFCL81Z?OutLink=fb&fbclid=IwAR3bBeLnVOuTHktDQN9-DOe22rRKpHjzjTuaRcdsAUoS207iofXiJDenH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