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일, 금요일, Curitiba 버스 (오늘의 경비 US $46: Campo Grande 버스 32, Curitiba 버스 103, 택시 3, 기타 1, 환율 US $1 = 3 real) 아침식사를 하는데 어제 Rio da Prata 관광을 함께 갔던 미국 청년 Andrew가 막 다 읽었다면서 "Life of Pi" 라는 책을 나에게 준다. 대 환영이다. 그 동안 “Book Exchange - 책 교환”이 시원치가 않아서 “Exodus”라는 책을 세 번째로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잘 되었다. Book Exchange는 배낭 여행자 숙소인 호스텔에서 손님들이 놓고 가는 책을 모아두었다가 다른 손님들에게 1대1로 바꾸어주는 제도다. 대부분 무료다. 영어 책이 대부분이고 독일과 일본 책도 보인다. 책을 바꾸지 않고 그냥 놓고 가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바꾸어줄 책이 많이 모이는 것이다. Andrew는 여자 친구와 함께 오늘 Pantanal 관광을 떠난다. 두 사람 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단다. 근래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은 직장 잡기가 쉽지 않단다. 내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잡을 때는 (1960년대 말) 경제가 좋을 때라 직장을 골라잡을 정도였는데 (덕분에 미국 영주권도 쉽게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운이 좋았다. 오늘 Sao Paulo 남쪽에 위치한 Curitiba라는 도시로 떠난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대서양 바닷가로 가는 관광기차가 좋다고 해서 타러 가는 것이다. Bonito에서 직접 가는 버스는 없고 Campo Grande에서 갈아 타야한다. 12시에 떠나는 Campo Grande행 버스를 타러 버스 터미널로 가는데 역시 같은 버스를 타려는 스페인 여자와 네덜란드 여자와 택시를 함께 타고 갔다 (요금은 나누고). 이 숙소는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로 오는 손님들은 자기네 차로 무료로 태워 주지만 버스 터미널로 가는 손님은 안 태워준다. 걸어가던지 택시를 타고가든지 하란다. 네덜란드 여자는 Sao Paulo로 가서 네덜란드로 돌아가고 스페인 여자는 Salvador로 가고 나는 Curitiba로 가고 가는 방향이 다 다르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Campo Grande를 거쳐서 Curitiba까지 연계되는 버스표를 샀다. Campo Grande에 도착해서 한 시간 기다리고 오후 6시에 Curitiba 행 버스를 타면 내일 오전 11시에 도착이다. 버스 내 옆자리에 육체파 젊은 여자가 탔다 (대부분 장거리 버스는 지정 좌석이다). 아래부터 위까지 몸도 옷도 쭉쭉 뻗었다. 배꼽은 내 놓았는데 배꼽 고리를 끼고 있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얻은 “Life of Pi” 책을 읽고 있으니 먼저 영어로 말을 건다. 자기 이름은 Lia인데 내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단다. 영어를 제법 잘하는데 성격이 매우 활달한 아가씨다. 나이를 물어보니 16살이란다. 한국으로 말하면 고등학생인데 체격은 완전 성인이고 활달할 뿐만 아니라 똘똘하기까지 하다. 영어는 자기 언니가 미국 Atlanta에 살고 있어서 작년에 4개월 동안 방문하면서 좀 배웠단다. 오빠는 London에서 살고 있단다. 자기네 집은 원래 Sao Paulo인데 지금은 Bonito에 살고 있고 주말이라 이틀 동안 Campo Grande에 간단다. 체격은 대학 축구팀 치어리더 같이 요새 말로 쭉쭉빵빵이다. 얘기할 때는 표정이 어찌나 활달하고 순진해 보이는지 10살 먹은 소녀 같았다. 덕분에 버스 안에서 공짜 포르투갈어 회화 강습을 받았다. 가르치는 것도 선생 못지않게 차근차근하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계속 엄마가 전화를 해서 어디만큼 왔는지 체크하는 것 같았다. 내가 Campo Grande에서 버스를 갈아탄다고 하니 염려가 되는지 도와주겠단다. 버스표를 보니 보통 표시되어있는 플랫폼 번호가 없다. 그래서 "이 버스는 어느 플랫폼에서 탑니까?" 하는 말을 배워두었는데 (De qual plataforma este onibus parte?) 역시 스페인어와 많이 비슷하다. Campo Grande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Lia는 갈아타는 버스회사 사무실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버스회사마다 전용 플랫폼이 따로 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고 돌아보니 벌써 대학생 비슷한 마중 나온 남자와 열정적인 포옹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포옹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졌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옆에 앉았던 네덜란드 여자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사진을 잘 받는다며 모델로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이 말을 설명하려 하니까 벌써 알아들었단다. Curitiba 버스에 오르니 금방 깜깜해 지고 사람들은 잘 준비를 한다. 깜깜해지면 자는 것밖에는 할 것도 없다. 칠레나 아르헨티나 버스에서는 비디오도 보여주었는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좌석은 맨 뒤 화장실 바로 옆이다. 버스가 만원이라 40여명 승객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다보니 계속 화장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쾌쾌한 냄새가 나를 괴롭힌다. 귀마개는 있어도 코마개는 없으니 오늘 밤 고생 좀 하게 생겼다. 이곳 남미 사람들은 외국여행객을 많이 접한다. 그러나 언어가 서툴러도 사정 안 봐주고 말을 빠르게 한다. 한국 같으면 외국인이 "저는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했다면 그 한마디를 하는 것만도 신기해서 말을 쉽게 천천히 해줄 텐데 이곳은 그런 배려가 없다. 아마 스페인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고 수백 년 동안 그렇게 지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한국보다 훨씬 일찍 국제화가 된 나라다. 여행지도 버스 안에서 만난 상냥하고 똘똘한 16세의 육체파 소녀 2004년 4월 3일, 토요일, Curitiba, Hotel Cristo Rei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13, 아침 3, 점심 6, 인터넷 3, 식료품 29, 기타 1, 환율 US $1 = 3 real) Curitiba 버스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호텔 직원에게 포르투갈어 연습 삼아서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대로 "Voce tem um quarto solteiro? (1인용 방 있습니까?)" 했더니 웃으면서 방 값이 13 real인데 TV를 원하면 18 real이란다. 뜨거운 물은 항상 부엌에 있어서 언제나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고 방은 작은 편이나 깨끗하다. 공동욕실도 바로 방 옆에 있다. 싸고 좋은 방을 잡을 적마다 기분이 좋다. 이번에도 운 좋게 싸고 좋은 방을 잡았다. 샤워를 한 다음 점심식사를 하러 Lonely Planet에 나온 Mercado Municipal에 (공영시장) 가니 시장이라기보다는 쇼핑몰 같았다. 일본 식품점이 여럿 있어서 한국 라면 몇 개, 플라스틱 봉지에 담긴 김치, 그리고 저녁때 먹으려고 일본 초밥을 샀다. 일본 이민 후세들이 많이 사는 것이 틀림없다. 2층에 있는 Lonely Planet에 소개된 뷔페식당에 가서 배불리 점심을 잘 먹었다. Curitiba에 온 이유는 Curitiba와 Paranagua를 다니는 브라질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Curitiba는 내륙도시이고 Paranagua는 Curitiba에서 약 100km 떨어진 대서양 항구도시이다. 그런데 기차역에 가서 표를 사려니 며칠 전에 기차 사고가 나서 수리를 하느라고 내주 목요일에나 다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그것도 100% 장담을 못 한단다. Bonito에서도 이 기차를 금방 타고 온 여행객을 둘이나 만났는데 그 후에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어떨 때는 이렇게 운이 없다. Curitiba는 브라질에서 도시 관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인상이 처음부터 매우 좋았다. 교통시스템이 잘 되어있었고 도시개발 장기 마스터플랜이 잘 홍보가 되어 있어서 관민의 긴밀한 협조 하에 도시 개발이 착착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본 브라질 도시를 가지고 브라질을 평가하라면 좋게 밖에는 달리 평가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동북쪽으로 가면 도시들이 나빠진다고 하니 전체 평가는 아직 이르다. Curitiba는 과거와 현대가 잘 어울린 브라질 최고의 모범도시다, 브라질에도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특히 교통 시스템은 브라질 최고 수준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