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2일, 토요일, Popayan, Casa Familiar Turistica (오늘의 경비 US $23: 숙박료 10,000, 점심 1,000, 저녁 13,000, 식료품 500, 버스 26,000, 택시 2,300, 인터넷 2,000, 영화 6,000, 환율 US $1 = 2,700 peso)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었다. 말 타는 것, 등산하는 것 다 포기하고 San Augustin을 떠나서 Popayan으로 돌아왔다. 어제 날씨가 좋아서 하루라도 San Augustin 구경을 제대로 한 것이 다행이었다. Eton은 콜롬비아 수도 Bogota로 가고 Jonathan과 나는 Popayan으로 돌아왔다. 오후 5시 경 Popayan에 도착해서 Jonathan과 함께 택시를 타고 전 번에 묵었던 숙소로 갔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것도 조그만 인연인가. 우선 인터넷 카페에 가서 페루 북부와 에콰도르 사진을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로 보냈다. 대강 2주에 한 번씩 보내는데 오늘은 인터넷 접속이 빨라서 두 시간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항상 그렇게 빠른 것이 아닌데 오늘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저녁 식사는 지난번에 baby beef를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에 Jonathan과 함께 다시 가서 baby beef를 다시 시켰는데 지난번 같이 잘 구어지지 않아서 맛있게 먹지 못했다. Jonathan 말고 캐나다에서 온 친구 한 명도 같이 먹었는데 좀 이상한 친구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배낭여행자들과는 다르게 보이고 행동하는 것도 달라서 처음에는 이곳 사람인줄 알았다.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소위 양아치 같았다. 무엇을 하는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는 매년 캐나다에서 6개월 코스타리카에서 6개월을 산다는데 두 곳에 다 여자 친구가 있다한다. 자기는 가는 곳마다 여자 친구가 있어서 이곳에도 있단다. LG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이곳 여자 친구가 주었는데 LG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저녁 식사 후에는 오랜만에 영화 구경을 갔는데 말이 스페인어로 나오고 영어 자막이 없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여행지도 2004년 6월 13일, 일요일, Cali, Calidad House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11,000, 점심 5,400, 맥주 1,500, 식료품 2,000, 택시 5,600, 버스 12,000, 환율 US $1 = 2,700 peso)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돈과 은행 카드가 든 수첩을 잃어버렸다가 찾았기 때문이다. 거의 기적 같이 찾았다. 아침에 수첩을 찾으니 없다. 순간적으로 잃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러 갔던 인터넷 카페 갔던 생각이 났다. 그곳에 놓고 나온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서 수첩을 꺼낸 기억이 없다. 다음에는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껄렁한 캐나다 친구가 의심이 갔다. 가끔 배낭여행자들이 동료 여행자들의 짐을 턴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수첩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기억은 아침에 San Augustin을 떠나기 전에서였다. 그 후로는 수첩을 사용한 기억이 없다. Jonathan에게 산보를 하고 오겠다고 하고 어제 갔던 인터넷 카페로 갔다. 그러나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안 열었다. 다른 상점들도 연 곳이 거의 없었다. 하필 오늘이 일요일 일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나. 내일은 월요일이지만 공휴일이라 역시 안 열 수 있다. 그러면 화요일에나 열 텐데 그때까지 Popayan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근처 공원에 가서 마음을 가다듬고 손실 계산을 해봤다. 수첩에 적혀있는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서 다시 얻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 주로 은행 관계 정보와 전화번호들인데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첨부 파일로 나 자신에게 이메일로 보냈었다. 그 이메일을 열고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프린트 해내면 된다. 돈은 비상용으로 수첩에 넣어둔 $100 짜리 지폐 한 장, $100 짜리 여행자수표 한 장과 은행카드 하나다. 은행카드와 여행자수표는 잃어버려도 손해 볼 염려는 없으니 금전적 손해는 지폐 $100뿐이다. 오정 12시가 가까워 온다. 우선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해서 숙소를 나왔다. 나중에 Popayan에 하루 더 묵기로 하면 다시 돌아 오드라도 우선 나왔다. 그리고 오후 1시까지는 인터넷 카페가 열리는 것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Jonathan에게 남길 편지를 썼다. 이곳에 며칠 더 묵을 Jonathan에게 월요일이니 화요일에 인터넷 카페에 가서 내 수첩이 있나 알아봐 주고 만일 내 수첩을 찾게 되면 나에게 이메일로 연락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2시쯤 인터넷 카페에 가보니 역시 안 열었다. 그러나 인터넷 카페 옆 상점은 열렸고 그 상점 옆으로 인터넷 카페로 들어가는 통로가 보인다. 닫힌 인터넷 카페로 가서 문을 두들기니 옆 상점의 여자 주인이 나오더니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내 사정을 설명했더니 어디서 인터넷 카페 열쇠를 찾아와서 인터넷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나더러 따라오란다. 이 여자가 바로 인터넷 카페의 주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인터넷 카페 안에 있는 조그만 서랍을 열쇠로 열더니 내 수첩을 꺼내서 나에게 준다. 기적이었다. 와, 얼마나 감동적이고 고마웠던지. 무슨 이유였던지 어제 인터넷 카페에서 수첩을 꺼냈다가 놓고 나온 것이다. 손님이 슬쩍 했을 수도 있고 주인이 슬쩍했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양심적인 주인 손에 내 수첩이 들어가서 보관한 것이다. 너무나 고맙고 양심적인 사람이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나이 때문인가, 아니면 챙겨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가. 하루에도 수십 번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수첩이니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와서 Cali 행 미니버스에 오르고 두 시간 만에 Cali에 도착했다. Cali는 별로 볼만한 도시는 아니지만 한때 콜롬비아의 양대 코카인 카르텔 중의 하나인 Cali 카르텔의 본거지였던 곳이니 들려 갈만한 도시다. Cali 버스 터미널을 나오기 전에 다음 갈 도시 Medellin의 버스 출발시간을 알아놓고 Lonely Planet에 소개된 호텔로 택시를 타고 갔다. 조그만 호텔인데 배낭 여행자들이 우글거렸다. 콜롬비아 수도인 Bogota에서 온 Andres라는 콜롬비아 친구와 인사를 나눴다. 완전히 백인이고 영어가 유창하다. 40대인지 50대인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도 두 명 보인다. Cali에서 이틀 밤을 자고 떠날 생각이다. Popayan 중앙광장에 있는 옛날 건물들 모두 흰색 단장이다 잠깐 해가 나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Popayan 숙소가 있는 거리도 흰색 일체다, Popayan은 흰색 건물의 도시인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