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4일, 수요일, Paramaribo, 수리남, YWC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40,000, 점심 7,000, 저녁 12,000, 식료품 2,000, 인터넷 6,500, 4,400, 입장료 8,000, 2,000, 기타 2,000, 환율 US $1 = 2,700 수리남 guilder) 어제 밤 잠 자리는 불편했다. 선풍기가 없어서 방안 공기가 후텁지근하고 침대 한 가운데가 푹 내려가서 불편했다. 나중에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매트리스를 마룻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에서 잤더니 그런대로 잘만했다. 밤중에 방밖에 있는 화장실에 두 번이나 갔는데 건물 전체에 나 혼자여서 건물 전체가 내 집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밤중에 모기에게 많이 물렸다. 잠자리에 들 때 모기 소리가 많이 났는데 모기장은 아예 없었고 너무 후텁지근해서 홑이불을 덮고 자는 것도 불편하고 모기약을 바르는 것 역시 불편해서 그냥 잤으니 물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며칠 전 베네수엘라에서 Roraima 산 트레킹 할 때 "모래 파리"에게 물리고 이곳에서는 모기에 물려서 아침에 보니 온 몸이 물린 자국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옷장 문을 여니 그 안에 숨어있던 모기들이 놀라서 도망을 간다. 한 마리 잡아서 눌러보니 피가 가득하다. 내 피다. 낮에 옷장 속에 숨어 있다가 오늘밤 다시 나와서 물려는 놈들이다. 오늘밤에는 무슨 조치를 하고 자야겠다. 피를 조금 뺐기는 것은 별 문제 아니지만 말라리아에 걸리면 큰일이다. 말라리아 약도 안 먹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 이곳 말라리아는 남미 형 말라리아가 아니고 중미 형 말라리아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말라리아 약 Larium은 효과가 없단다. 말라리아도 종류가 많은 모양이다. 잡상인, 거지와 함께 모기는 배낭 여행자에게 아주 성가신 존재다. 아침 6시에 시계 알람소리에 잠이 깼으나 밖은 아직도 어두웠다. 가이아나보다 한 시간 이르니 가이아나 시간으로는 아침 5시인 셈이다. 한 시간 정도 더 자고 일어났다. 커피를 끓여서 어제 산 과자와 함께 베란다에 나가 앉아서 드니 참 좋다. 이 숙소는 YWCA에서 경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시내 중심가 근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옛날 네덜란드 식 목조건물인데 건물 앞에는 100년은 되어 보이는 큰 나무들로 그늘이 들어서 시원스럽게 보인다. 근처에 있는 건물들도 다 숙소 건물과 비슷한 목조 건물들인데 모두 사무실 건물들 같다. 방 앞 베란다는 널찍하고 묵직한 지붕이 있어서 시원하고 거실처럼 쓸 수 있어서 참 좋다. 아침이라 공기가 신선하고 바람까지 조금 불어서 아주 쾌적한 분위기다. 베란다가 남향이라 하루 종일 그늘이 진다. 지난 6일 동안 베네수엘라 Roraima 산 트레킹과 가이아나로 오는 긴 버스 여행으로 많이 지쳐있는데다가 어제부터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이곳에서 이틀 밤 잘 계획을 사흘 밤으로 늘여서 좀 쉬고 갈 생각이다. 이곳은 구경이라야 시내 구경과 이곳에 산다는 한국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뿐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옆 나라 불령 기아나를 (French Guiana) 구경한 다음에 브라질로 다시 들어가서 버스로 Amazon 강 하류에 있는 Macapa로 가고 그곳에서 배로 Amazon 강 지역의 최대도시 Manaus로 가서 버스로 Boa Vista를 거쳐서 다시 베네수엘라로 들어가서 Santa Fe 해수욕장에서 며칠 쉬고 미국행 비행기가 떠나는 Caracas로 가는 것이다. 날자가 빡빡하다. 이렇게 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가이아나 3국을 여행하는 일정이 확실치 않아서 원래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이제는 원래 계획대로 하게 된 것이다. 아침에 Paramaribo 시내를 한 바퀴 걸어서 돌았다. 대통령 관저, 네덜란드 사람들이 세운 Fort Zeelandia, 옛날 네덜란드 식 건물들이 많은 Lim-a-po Straat 거리를 구경했다. 도시 분위기는 Georgetown보다 훨씬 좋았다. 흑인들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Georgetown과는 달리 위험한 분위기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거리도 Georgetown보다 훨씬 깨끗했다. 영국 사람들의 영향이 완전히 없어진 가이아나와는 달리 수리남에는 아직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영향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오후에 두어 시간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오후 4시경 시내 구경을 다시 나갔다. 오전과는 반대쪽인 서쪽으로 걸어갔다. 맥도널드 음식점이 보였다. 그러나 그 외의 상점들은 모두 닫았다. 주말도 아니고 오후 4시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닫다니, 시내라 그런 것 같다. 어제 시내로 들어 올 때가 오후 6시경이었는데 교외에 있는 상점들은 모두 열려있었다. 내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질러서 돌아보니 남루한 차림의 40대의 흑인이 나에게 손짓을 하며 뛰어온다. 얼떨결에 기다리게 되었는데 가까이 다가오더니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로 떠드는데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방심하고 있는 상태에서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머뭇거리다가 "No!" 했더니 더 이상 요구를 하지 않고 가버린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소리 지르며 뛰어왔을 때 기다리지 말고 가버렸어야 했다. 그 친구가 걸어오면 나도 걸어가고 뛰어오면 나도 뛰어가고 하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가지고 다니는 호각도 꺼내서 불 준비를 했어야 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나에게 다가와서 칼이라도 들이댔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돈을 뺐기고 카메라도 뺐기는 것을 상상만 해도 아찔해진다. 도대체 기다려 줄 이유가 없었는데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아마 시내 서쪽은 동쪽과는 달리 우범지대인지도 모른다. 서쪽으로 가기 전에 숙소 사무실에 가서 그 시간에 시내 서쪽으로 걷는 것이 안전한지 확인했어야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유대교 시너고그와 (synagogue) 이슬람교 모스크가 (mosque) 사이좋게 나란히 있었다. 이슬람교 모스크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도록 열려져 있는 것 같았고 웅장한 규모였다. 바로 그 옆에 있는 시너고그는 높은 철창 안 넓은 잔디밭 가운데 있는 큰 네덜란드 식 건물이었다. 갑자기 시너고그의 철창이 이차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의 철조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창문에 붙어있는 Star of David로 불리는 6각형 모양의 별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Star of David는 이스라엘 국기 한가운데 있는 별이고 이차대전 때 유럽의 유대인들이 옷에 달고 다니던 노란색의 별이다. 이 도시에 시너고그가 있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를 하겠고 대규모의 모스크가 있는 것은 이 나라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후 5시가 되니 청소부들이 나타나서 시내 도로 청소를 시작한다. 1999년 중국을 여행했을 때 한 밤중에 수많은 청소부들이 나타나서 쓰레기로 가득한 도로를 말끔히 청소하는 것을 봤는데 이곳은 한 밤중에 안 하고 해가 지기 전에 한다. 더 이상 걷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서 아까 본 맥도널드로 돌아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제일 큰 햄버거를 시켜서 감자튀김과 함께 먹었다. 이 나라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네덜란드어가 공용어이겠지만 옆 나라 가이아나에서 이주해온 듯 한 인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도 많이 사용하는 모양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은행 ATM에 가서 내 은행카드를 넣으니 수리남 돈이 나온다. 가이아나에서 괜히 돈 때문에 걱정을 했다. 인터넷 카페에 가서 여행 사진을 한국으로 보내려 하니 사진 소프트웨어 CD가 없어졌다. 베네수엘라 어디에서인지 잃어버린 것 같다. 사진 소프트웨어 CD가 없으면 사진을 보낼 수가 없다. 여행 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큰일 날 뻔했다.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카메라 회사 Olympus에 연락해서 사진 소프트웨어 CD를 얻어달라고 이메일로 부탁했다. 왜 CD를 여분으로 한 개 더 가지고 오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꼭 두 개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가 하나인 것도 걱정이 된다. 이것도 둘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가? 이번 여행 중에 배터리 충전기를 잃어버려서 카메라를 사용 못하는 여행자를 둘이나 만났다. 다행이 내 카메라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AA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기가 없어도 일회용 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행지도 가이아나와 수리남 국경을 이루는 강 너머로 대서양이 보인다 수리남 출입국 관리소 앞에 배가 정박한다 지평선까지 널려져있는 논 옛 네덜란드 요새 Fort Zeelandia Paramaribo 시내 중심가에 있는 옛 네덜란드 식 건물이 많은 거리 배같이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옛 건물 오후 4시인데 시내 중심가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나에게 돈을 요구했던 흑인이 길에 떨어진 깡통을 차면서 걸어가고 있다 장엄하게 보이는 이슬람교 모스크 이슬람교 모스크 옆에 있는 좀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유대교 시너고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