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5일, 일요일, Amazon 강, Manaus (오늘의 경비 US $2: 맥주 2, 콜라 2, 환율 US $1 = 2.85 real) 오늘 아침 옆 사람이 나를 깨워서 일어났다.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고 손짓으로 가르쳐준다. 70세 정도의 백인 노인인데 5살 정도의 인디언 손녀를 데리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3층 옥상 그늘에 앉아서 강변 구경을 했다.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지 벌써 분주하게 움직인다. 날씬한 한 젊은 여인이 강가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자태가 매력적이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이 여인을 향해서 휘파람을 불어댄다. 안 들리는지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양치질이 끝난 다음에 배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집으로 가버린다. 조그만 모터보트가 지나가는데 꼭 피크닉을 가는 것 같다. 부모와 소년, 소녀 네 명이 먹을 것을 가득히 싣고 간다. 또 시끄러운 음악이 시작된다. 매점이 열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인가. 오늘 아침엔 강물에서 분홍색 돌핀을 보았다. 역시 사진 찍을 겨를은 없었다. 거대한 바다를 다니는 선박이 보인다. 바지선도 보인다. 100여 년 전 고무 붐 때도 이렇게 큰 배들이 많이 다녔을 것이다. 진흙 색이던 강물이 이제는 구리 색이다. 남쪽에서 Amazon 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지류는 전부 깨끗한 물이다. 그러나 서쪽 Andes 산맥에서 내려오는 물은 전부 진흙 색이다. Amazon 강의 발원지는 페루의 Titicaca 호수 근처의 산악지대다. 남미에서 혼혈인이 제일 많은 나라는 브라질 같다. 흑인이 다른 남미 국가들보다 제일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백인과 인디언 (mestizo), 백인과 흑인 (mulato), 흑인과 인디언 (cafuzo) 피가 섞이고 또 그들 간에 피가 섞이고 하면서 500년이 지났으니 한 마디로 잡종의 나라다. 배 위에 있는 한 가족을 예로 들면 7세 정도의 소녀는 금발이고 피부가 희다. 눈과 눈썹은 검다. 골격은 백인 골격이 아니다. 부모를 보니 아버지는 백인 쪽에 가까운 mulato고 어머니는 피부가 덜 검은 mestizo다. 부모 둘 다 흑발인데 소녀는 금발이다. 단일 민족인 한국인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후 5시 40분 대부분 남자들은 옥상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축구게임을 소형 TV로 보고 있다. 인공위성 안테나를 이용해서 TV가 나오는 것 같다. 여자들은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지 보는 사람이 없다. Manaus에는 오후 6시 도착예정인데 늦는 것 같다. 다음 가는 도시인 Boa Vista행 버스가 밤 10시 반 출발이니 시간은 충분하다. 강물 색깔은 맑은 것 같기도 하고 검은 것 같기도 하다. 더 이상 진흙 색이나 구리 색은 아니다. 강변에는 조그마나 깨끗한 모래사장도 보인다. 축구경기는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 마지막까지 아르헨티나가 2 대 1로 이기고 있었는데 브라질이 마지막 공격에서 골을 넣어서 동점을 만들고 승부 골차기에서 승리했다. 오후 6시가 되니 저녁 식사를 준다. 갈비탕 국수의 간단한 식사다. 그러나 먹어두면 나에겐 편하다. 그런데 Manaus 도착 예정 시간이 10시란다. 오늘 밤 버스로 Boa Vista로 떠나기는 틀렸다. 오늘 밤 버스를 타야 일정이 맞는데 운이 없다. 오늘밤을 Manaus에서 자고 내일 아침 버스를 타면 Boa Vista에 밤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또 하루 밤을 자야 된다. 도착시간이 지연되어도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배가 왜 그렇게 천천히 가는지 밤 10시도 아니고 11시에 Manaus에 도착했다. 옥상 배 앞으로 가보니 내 옆에 자던 친구와 백인 친구가 오늘밤을 호텔에 가서 잘 것이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그냥 배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하선하면 덜 번거로울 것 같아서 한번 그렇게 버티어볼 생각이었는데 잘되었다 싶어서 배에서 잘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배에서 잘 생각이란다. 밤 11시에 Manaus 시내를 걷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나보고 절대 내릴 생각을 말란다. 포르투갈어 단어 몇 개를 아는 것으로 - dormir (자다), barco (배), a noite (at night), perigro (dangerous) - 이 정도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아래층에 내려와서 스페인에서 온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10 real 짜리 방을 미리 소개받았는데 내리겠다고 한다. 조심하라고 주의를 해주었다. 나는 어쨌든 편하게 되었다. 해먹을 걷지 않았으니 그냥 자면 된다. 내일 아침 6시까지는 금방이다. 배는 사람을 다 내린 다음에 한 10분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가서 정박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선 곳은 승객을 내리는 부두고 지금 서있는 곳은 짐을 내리는 부두다. 배에서 자는 사람들은 10여명 정도다. 널찍하게 잘 잘 것 같다. 여행지도 거대한 바지선이 지나가고 있다 트레일러 채 싣고 가는 바지선 이 지류 물은 깨끗해 보인다 소형 TV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축구 경기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