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0일, 토요일, Arequipa, Colonial House Inn (오늘의 경비 US $24: 숙박료 50, 택시 3, 아침식사 13, 식료품 18, 환율 US $1 = 3.50 sole) 버스 의자에서 자는 것이 불편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면서 잠을 잣는지 안 잦는지 모르게 밤을 보낸 다음에 깨어나 보니 바깥이 벌써 훤하다. 아침 5시 반이다. 거의 Arequipa에 다 온 것이다. 짐을 챙기고 버스 안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고 하는 동안에 버스가 Arequipa 시내로 들어간다.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미리 점찍어 둔 호텔로 갔다. 시내 풍경은 전형적인 옛날 스페인 도시 풍경이었는데 가난한 나라라서 그런지 허름해 보였다. 그러나 Arequipa 시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3형제 화산은 (El Misti, Chachani, Pichu Pichu) 장엄해 보인다. 택시를 15분은 족히 달린 것 같은데 요금이 불과 3 sole (약 1,000원) 밖에 안 된다. 호텔에 당도해 보니 2인용 방은 다 나가고 dorm (3인 이상의 기숙사 방) 밖에 없단다. 근처의 다른 호텔을 찾아보겠으니 배낭을 잠깐 맡길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배낭을 맡기고 근처의 어느 호텔을 찾아가니 (아침 8시경) 금발의 할머니가 나온다. 유창한 영어로 자기네 호텔은 다 찼으나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분점이 있으니 그곳에 연락을 해 보겠다 한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이 할머니는 독일계라 한다. Lonely Planet은 이런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있다. 이 할머니 혹시 독일 나치 출신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남미에는 하도 독일계가 많다보니 나이가 든 사람들을 만나면 그런 생각이 종종 든다. 어쨌든 매우 친절해서 좋았다. 잠깐 후에 나오더니 분점에 빈방이 있고 그쪽 직원이 우리를 데리러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이라 한다. 곧 당도한 젊은 친구와 함께 배낭을 맡기어 놓은 호텔로 가서 배낭을 찾고 그 친구와 함께 호텔 분점으로 갔다. 이 젊은 친구는 아까 그 할머니의 손자인데 현재 아르헨티나에 살며 두 달 전에 이곳에 다니러 왔고 크리스마스 지내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친구는 인디안 피가 좀 섞인 듯 흑발이고 영어도 할머니에 비해서 서툴렀다. 자기는 친척이 남미 외에도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있어서 저 경비 여행을 자주 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 젊은이 가족은 유대인 인지도 모른다. 유대인 가족들은 이렇게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 당도해 보니 조용하고 방도 넓고 깨끗했다. 이 근처에서 나오는 흰색의 화산암으로 진 colonial 풍 건물인데 벽 두께가 1m 정도이고 천장도 매우 높아서 꼭 은행 금고를 연상케 하는 매우 튼튼하게 생긴 방이다. 욕실도 딸려 있어서 편리했다. 가격은 50 sole로 ($15) 페루 수준으로는 약간 비싼 편이다. 이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도 해줘서 (돈 받고) 옥상에 올라가서 흰 눈이 덮인 화산을 바라다보며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했다. 배불리 먹고 방으로 돌아오니 밤 버스에서 설친 잠이 몰려온다. 한 3시간 편한 침대에서 낮잠을 달게 잤다. 오후 2시경 시내 구경을 나갔다. 호텔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필요한 상점들이 다 있다. 인터넷 카페는 한집 떨어진 곳에 있고 수퍼마켓, 세탁소, 음식점 등의 편의 시설이 즐비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 네 블록 떨어진 중앙광장에 가보니 널찍한 광장 한 가운데는 멋있는 분수가 있고 북쪽엔 성당, 남쪽엔 정부청사가 있는 전형적인 남미 중앙광장이다. 남미의 중앙광장은 기본 설계는 비슷하지만 다 똑같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광장마다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외국여행객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현지인 사람들이 광장의 의자를 다 차지해서 앉을 데가 없었다. 광장 남쪽 편에 있는 관광청 사무실에 가보니 여행정보가 시원치 않다. Arequipa 근처에 Colca 계곡에 관한 여행정보를 요구하니 여행사에 가보라 한다. 그런 소리 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사무실 차리고 앉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투우경기 광고문이 나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올 봄 멕시코 여행 때 투우경기를 꼭 보고 싶어 했는데 못 보았다.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중앙광장에 오는 도중 동양인 모녀를 지나쳐 가는데 한국말이 들렸다. 반가워서 한국 사람이냐고 말을 붙였더니 그쪽에서도 매우 반가워한다. 우리가 일본 관광객인 줄 알았다고 한다. 얘기를 해 보니 이곳에 2년 째 살고 있는데 프랑스인 남편 직장 관계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고 있고 한국에도 자주 간단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식사를 자기네 아파트에서 같이 하자고 한다. 일요일이라서 한가하단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중앙광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졌다. 광장 근처의 수퍼마켓에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개 사고 호텔로 돌아와서 호텔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서 저녁으로 먹었다. 전기냄비가 없으니 앞으로 부엌시설이 있는 숙소를 주로 택해야겠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하루 한 끼만 (주로 점심) 사먹고 나머지는 해먹기로 했다. 아침이야 커피와 전날 사둔 빵으로 (머핀 같은) 충분하니 사실 한 끼만 해먹으면 된다. 여행지도 Arequipa 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화산 Misti (5822m) 이른 아침의 길 풍경, 벌써 햇볕은 강하게 내려 쪼이는데 상점들은 아직 안 열었다 시골에서 올라 온 사람들 같다, 페루 배낭족인 셈이다 중앙광자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구두딲이도 보인다 Arequipa 중앙광장의 분수가 시원스럽게 보인다 |